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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호주 법원, AI를 발명가로 인정한 첫 특허 판례 나와...찬반논쟁 재점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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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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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셔터스톡AI의 특허 발명자 인정 여부를 두고 향후 더욱 뜨거운 찬반 논쟁이 점화될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특허청이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호주의 한 법원이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발명가로 인정할 수 있다는 획기적인 판례를 세웠다고 지난 2일 미국의 ABC 뉴스가 보도했다.

법적으로, 특허 출원 분야에서 AI 시스템이 발명가로 인정받은 판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판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호주 연방법원은 "발명자가 비인간일 수 있다"는 역사적 판결을 내렸는데 '다부스(DABUS)'로 불리는 인공신경계로 디자인된 AI 기계가 바로 그 발명자다.

지난해 7월 중순, 인공신경망 연구 기업인 이매지네이션 엔진스(Imagination Engines) 설립자이기도 한 컴퓨터 과학자 스테판 탈러(Stephan Thaler) 박사가 유럽특허청에 2건의 특허 출원을 냈다.

그중 하나는 프랙털 기하학에 기반해 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새로운 유형의 음료 용기이고, 다른 하나는 수색‧구조 작업 중 주의를 끌기 위해 독특한 방식으로 깜박이는 섬광(flickering light) 장치다.

이 과정에서 탈러 박사는 2건의 발명 특허의 발명자를 인공지능 기계인 다부스로 기재했으나 유럽특허청은 이를 각하했다.

이후, 박사와 그의 직원들은 다부스를 발명가로 인정받기 위해 2년 이상 격렬한 국제 마케팅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다부스가 특허 자격을 갖추는 데 필요한 '혁신적 단계'를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탈러 박사는 "나의 창조적 신경구조가 인식, 창의성, 지각, 의식 등의 설득력 있는 모델이라는 것을 인간에게 이해시키는 철학적 싸움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 다부스가 특허를 받을 만한 발명품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이 시스템이 의식적인 인간의 두뇌처럼'걷고 말을 한다'는 추가적인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호주 연방법원의 조나단 비치(Jonathan Beach) 판사는 "탈러 박사의 손을 들어주는 주요한 판결로 성장했다."며, "발명자는 인공지능 시스템이나 장치가 될 수 있다"라고 판결했다.

서리 대학 규제학과 교수이며, 특허법률전문가'라이언 애벗(Ryan Abbott)' 박사는 "호주가 AI의 사회적 이익을 극대화하고,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획기적인 결정이자, 중요한 발전"이라고 말했다.

한편, 호주 법원의 이번 판례는 특허권에 AI 발명자 등록 여부를 두고 향후 더욱 뜨거운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이유는 미국과 유럽특허청에서 아직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특허청, 지난해 다부스 특허 출원 거절

탈러 박사는 유럽특허청에 2건의 특허 출원을 냈고, 더불어, 영국 서리대학교(University of Surrey) 라이언 애보트(Ryan Abbott) 교수팀도 미국과 영국, 유럽, 독일, 이스라엘, 대만, 중국 등 세계 여러 지역 특허청에 AI를 발명자로 특허권을 신청했다.

유럽특허청(EPO)은 탈러 박사의 이 2건의 특허출원 신청을 거절했다. 지난해 2월 3일 자, 포브스(Forbes)에 따르면, 유럽특허청은 이런 AI의 특허권 신청을 최종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럽특허청은 지난해 11월 25일 비공개 구두 변론에서 출원인의 주장을 청취 후, 2건의 특허 신청이 유럽특허협약(EPC)의 요구조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출원 거절 사유를 설명했다.

"특허출원서에 기재되는 발명자는 반드시 기계가 아닌 인간이어야 한다"는 것이 유럽특허협약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애벗 교수는 "올바른 접근 방식은 AI를 발명자로 등록하고, 그 AI 소유자를 특허권의 양수인이나 소유자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U는 잠재적 특허권자 관련 기존의 '자연인'과 '법인'이라는 두 가지 범주에 '전자 인격(electronic personality)'의 추가를 고려했으나, AI‧로봇공학‧지적재산권(IP)‧윤리 등 150명이 넘는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서한을 받은 후, 이 시도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USPTO, 미국 특허는 자연인에게만 부여

AI의 특허권 수여 문제는 다부스 거절 이후, 더욱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유럽특허청에 이어 미국 특허청도 거절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11일 미국 CNN과 더버지(The Verge) 등 외신은 유럽특허청(EPO)에 이어 미국 특허청(USPTO)도 인공지능(AI)의 특허권 보유를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보도했다.

당시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특허청(USPTO)은 "미국 특허는 자연인에게만 부여한다"는 취지의 거절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러 박사는 "AI가 발명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기를 바란다."며, "기계에 특허권을 인정하는 것은 AI 시스템을 활용한 혁신을 장려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특허청은 결정문에서 기존 법령과 이전 연방법원 판결 등에 나와 있는 것처럼 오로지 '자연인'에 의해서만 발명품의 특허 출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허법에서 발명자를 인간으로 보는 용어가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현행법상 특허 출원에는 자연인만이 발명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고 결론내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전문가들은 "AI 기술 발전에 따라 앞으로 기계가 발명자의 능력을 발휘하는 일이 늘어나기 때문에 유럽과 미국 특허청의 결정만으론 AI 특허권 인정 여부를 둘러싼 논쟁은 종결되지 않을 것"이란 견해를 밝히고 있다.

WIPO, 초안 발표 후, 글로벌 기업 의견 팽팽

다부스 사례는 글로벌 IT기업들에도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유럽과 미국의 특허청과는 달리 인공지능에 특허권을 주는데 매우 긍정적인 태도인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의 초안 발표를 두고,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2월 24일 IT 소프트웨어 인터넷 매체' IP워치도그(IP Watchdog)'는 WIPO가 AI에게도 인간처럼 소유권·재산권·특허권을 주자는 초안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아닌 AI 자체에 소유권·재산권·특허권을 주자는 이 초안 발표 후, 22개국 100개 기업의 회원들이 찬반 의견을 전달했다.

WIPO에 의견서를 제출한 국가는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러시아, 일본 등으로 알려졌으며, 기업별로는 인텔, IBM 영국, 화웨이, 텐센트, 블랙베리, 필립스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포함됐다.

또 유럽연합(EU)과 유럽지적재산권기구(EUIPO) 역시 의견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WIPO의 AI 특허권 초안작성은 지난해 12월 착수해 발표됐다. 특허권 외에도 저작권, 데이터, 디자인, 기술 격차 및 역량 구축, IP 관리 책임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초안을 두고 글로벌 기업의 의견은 팽팽하게 갈렸다. IBM 영국은 WIPO에 "기업에서 필요한 내용 중 결여된 부분이 많아 두 번째 초안을 작성할 것"을 제안했다.

반면에 인텔은 "지적재산권 및 특허권 관련 법안은 AI가 발명가로 명명되는 것을 허용해선 안 되며, 발명가는 절대적으로 인간이어야 한다"는 강력한 반대의견서를 제출했다.

필립스 또한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개발상품 특허권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기준을 무시해선 안 될 것"이라는 내용을 WIPO에 전달했다.

근래에 AI와 안면인식 규제 등을 포함한'새 디지털 시대 전략'을 발표한 EU 역시 "인간이 발명한 기술이 인간과 같은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받을 경우, 생기는 혼란을 대비해 근본적인 질문을 포함해야 할 것"이란 입장을 내놓았다.

"오직 인간만이 발명가가 될 수 있다"는 가정에 도전하는 호주 법원의 이번 판례는 향후 전 세계적으로 AI 특허권과 관련해 수많은 법정 다툼과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AI타임스 조행만 객원 기자 chohang5@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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