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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100세 나치 전범 법정 세우는 독일…“현재와 미래 향한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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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독일 베를린 북부의 작센하우젠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날짜 미상의 이른 아침 또는 저녁의 집합 모습. 연단의 기관총이 수용자들을 겨냥해 설치돼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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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법원이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부역한 100세 남성을 법정에 세운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AP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남성은 지금까지 법정에 선 나치 가해자 가운데 가장 고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WSJ에 따르면 독일 브란덴부르크주 노이루핀시 주법원은 1942년부터 45년까지 베를린 북부 작센하우젠 수용소에서 나치 친위대(SSㆍ슈츠슈타펠) 경비병으로 일한 혐의(살인 공모)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법원 대변인 아이리스 르 클레어는 이날 “피고인이 고령이지만 재판을 받기에 적합하다는 의학적 평가가 나왔다”며 “법정에 서는 시간이 제한될 수는 있다”고 밝혔다. 독일의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이 남성의 재판은 10월부터 열리게 된다.

A씨는 나치 친위대가 운영하는 작센하우젠 수용소에서 경비 역할을 하면서 3518명의 살인을 도운 혐의가 적용했다. 3518명은 A씨가 근무한 기간 학살 당한 수용자들이라고 한다.

WSJ는 역사가들과 인권단체들을 인용해 “이번 사건은 나이와 관계 없이 모든 나치 전범들은 법의 심판을 받는다는 점을 상기시킬 것”이라며 “또한 현재와 미래의 인권 침해자들에 대한 경고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생존해 있는 나치 가담자들은 2차 세계대전 때 주로 10대였던 이들로, 일부만이 생존해 있다. 많은 나치와 협력자들이 독일과 해외의 자택에서 편안하게 여생을 보내는 등 법적 심판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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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사회주의노동당 리더이자 나치 독일 총통이었던 아돌프 히틀러가 연설을 하는 모습. 날짜 알려지지 않음.[dpa·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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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독일 법원이 최근 최하위급 부역자들에게도 유죄 선고를 하면서 판례가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 달 함부르크 법원은 93세의 강제수용소 간수에게 5232명의 살인을 도운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범행 당시 그의 나이는 17세였다. 오는 9월에는 슈 투트 호프 강제수용소 사령관의 비서로 근무했던 96세의 여성(범행 당시 18세)에 대한 재판도 예정돼 있다. 1만 1000건 이상의 살인이 가능하도록 도운 혐의다.

미국 유대인위원회 베를린 사무소장 렘코 림휘스는 WSJ에 “이들 재판은 우리 사회에 정의가 실현돼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상징적 힘이 있다”며 “우리 시대의 전범들에게도 언젠가는 기소가 된다는 경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36년 베를린에서 북쪽으로 35㎞ 떨어진 곳에 세워진 작센하우젠 수용소는 45년까지 20만 명 이상이 수감됐던 시설이다. 나치 독일 총통이었던 아돌프 히틀러가 나치 친위대에 수용소를 관리하도록 맡긴 후 생긴 첫 시설이었다고 한다. A씨를 비롯한 친위대원은 수감자들을 감시하거나 총살에 관여하기도 했다.

수감된 이들은 주로 나치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사범이나 전쟁 포로, 유태인, 동성애자 등이었다. 최소 수 만명이 강제 노역으로 병사하거나 의학 실험, 총살, 가스실 질식 등으로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악명 높은 독가스실은 43년 설치됐다. 정확한 희생자 수는 나치 지도부의 은폐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WSJ는 전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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