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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의 놀이터’ 메타버스 제페토에 들어가 봤더니 [이유진의 그 앱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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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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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놀이터’라고 불리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경향맨’이란 닉네임으로 2주간 제페토를 체험했다. 제페토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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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 없이 차를 몰고, 밤 12시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카페에 모여 수다를 떤다. 그런데 이를 단속하는 경찰도 없다. 오히려 사람들이 갈수록 몰려든다. 코로나19 시국에 이게 무슨 소리냐고?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이야기다.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가 2018년 선보인 제페토는 올해 7월 초 기준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 2억8000만건을 기록했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GenZ)의 놀이터’로 불리고, 삼성전자·현대차·디즈니 등 국내외 대기업이 줄줄이 입점했다는데, 제페토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용자의 80%가 10대로 알려진 만큼, 30대인 기자 주변에서 제페토 이용자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닉네임 ‘경향맨’으로 지난 7월 제페토 세상을 2주간 직접 체험했다.

■어서와, 메타버스는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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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페토에선 아바타에게 다양한 제스쳐와 포즈를 시킬 수 있다. 기자의 아바타 ‘경향맨’이 노트북을 하는 모습. 제페토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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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페토에 입장하려면 우선 아바타가 필요하다. 플랫폼이 예시로 제시한 아바타 중 하나를 고를 수도 있고, ‘내 사진’을 토대로 만들어진 아바타를 제공 받을 수도 있다. 처음엔 큰 눈을 가진 아바타가 영 어색했지만, 금세 정이 들었다. 무료로 주어진 디지털 화폐 8500코인으로 정장을 샀다. 아바타를 다듬고 꾸미다보니 30분이 훌쩍 지났다.

여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처럼 제페토에도 ‘실시간 피드’가 있다. 음악에 맞춰 정해진 춤을 추는 각종 ‘챌린지’나 셀피·일상사진을 올리는 것은 같지만, 아바타가 주인공이고 가상세계가 배경이라는 것이 다르다. 팔로우·팔로잉 기능을 통해 친구를 맺을 수 있다. 메시지와 선물을 보내거나 자신이 있는 ‘월드’(맵)에 초대도 가능하다. 카카오톡 오픈채팅과 유사한 ‘크루’ 카테고리도 눈에 띄었다. 다양한 국적의 이용자를 만날 수 있는데, 10명 중 9명이 해외 이용자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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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 이낙연 전 대표 유세장에 들어선 모습. 제페토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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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페토의 진가는 교실·카페·수영장·한강공원 등을 구현해낸 가상공간 맵에서 펼쳐진다. 제페토엔 약 2만개의 맵이 존재한다. BTS월드나 블랙핑크 테마파크 등 K팝 아이돌 팬들을 위한 공간도 있고, 아케이드 게임을 즐기는 게임존도 있다. 이용자들은 여러 맵을 오가며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제페토 안에서 찍은 사진을 ‘피드’에 올리고, 해시태그를 자유롭게 달 수 있다.

평소 궁금했던 정치인 유세장을 방문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 이낙연 전 민주당 총리의 유세장에 들어섰다.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라고 쓰인 전광판이 보였다. ‘958일 역대 최장총리’ 등 전적을 자랑하는 입간판도 있었다. 국민의 힘 대권주자 원희룡 제주지사 유세장은 비교적 차분한 느낌이었다. 벚꽃이 만개한 고궁을 컨셉트로 한 유세장 하늘엔 ‘업글희룡’이란 문구가 떠있었다. 대선 공약을 알리는 홍보관도 따로 마련했다.

■제페토 월드에 ‘불가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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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빙존에선 현대차 N 시리즈를 시승할 수 있었다. 당연히 운전면허는 필요없다. 제페토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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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을 위해 입점한 국내외 기업들 면면을 보며 제페토의 인기를 실감했다. 드라이빙 존은 현대차 N시리즈를 시승하는 이용자로 붐볐고, 한정판 ‘구찌 가방’은 판매 시작과 함께 매진됐다. 디즈니부터 패션 브랜드 나이키·퓨마·DKNY·크리스찬 루부탱, 걸그룹 트와이스·있지, 야구단 두산베어스·KT위즈 등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숍이 입점했다. 물건 가격은 실물의 약 500분의 1 수준이다. 기자는 터치 세 번 만에 삼성전자 최신형 TV를 구입했다. 단돈 10코인(한화 약 2.5원)이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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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페토에서 사귄 친구 엄지(닉네임)와 한강공원에서 라면을 먹고 있다. 멀리 남산타워가 보인다. 제페토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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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이용자 엄지(닉네임)와는 ‘반모(반말모드)’를 하며 친해졌다. 초등학생이라는 정보만 알려줬을 뿐, 닉네임을 부르며 친구로 지냈다. 오후 9시, 엄지가 기자를 한강공원에 초대했다. 편의점 옆 테이블에 앉자 아바타가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공원 곳곳엔 따릉이도 설치됐다. 함께 지하철을 타고 카페로 이동했다.

지난 2월부터 제페토를 시작했다는 엄지는 “제페토가 너무 좋다”며 “예쁘게 옷 입고 멋진 장소에서 사진을 찍는 것도 좋고, 사람들이랑 편하게 만나고 헤어질 수 있어서 좋다”라고 말했다. 엄지는 “패션 디자이너가 꿈”이라면서 “제페토에서 곧 옷을 만들어 팔 것”이라고 말했다. 제페토에서는 이용자가 직접 아이템을 만들어 팔 수 있고, 이를 통해 얻은 가상화폐 ‘젬’을 현금으로 환전할 수도 있다.

■결제 유도·청소년 범죄 등 사각지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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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페토에선 가상화폐를 이용해 다양한 아이템을 구매하고, 아바타를 꾸밀 수 있다. 제페토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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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에 익숙해지자 규제 사각지대가 눈에 띄었다. 실존 인물을 희화화해 아바타를 꾸미거나, 욕설·혐오 발언을 하는 이용자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미성년자인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의 위험성도 있었다. 엄지는 “연락처를 물어봐서 알려줬는데, 아저씨가 전화를 걸어와 차단했다”면서 “아바타도 여자였고, 방학 얘기를 해서 친구로 여겼는데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슷한 경험을 한 친구들이 주변에 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상업화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왔다. 가상화폐 젬을 무료로 얻기 위해선 광고를 시청하거나 퀘스트를 깨야 하는데, 하루 최대 얻을 수 있는 수량이 한정돼 현금 결제를 유도한다는 지적이다. 한 이용자는 “다른 이용자들로부터 아이템 선물을 강요받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또 퀘스트 중 다수가 어플 가입이나 신상정보 입력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유도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네이버에 따르면 제페토의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70% 이상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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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늦은 시간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는 ‘경향맨’의 모습. 의자에 앉기를 선택하자 침을 흘리며 잠에 빠졌다. 제페토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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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감에 있어서도 장단점이 뚜렷했다. 손가락 움직임에 따라 화면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초반엔 멀미와 같은 울렁거림이 느껴졌다. 모바일 게임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왼손 엄지손가락으로 방향키를 조절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반면 채팅없이 음성 대화가 가능한 점은 편리했다. 아바타나 SNS 플랫폼이 익숙하지 않은 세대에겐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것이 더 시급해보였다. 한 50대 이용자는 “업무 때문에 제페토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아바타가 징그럽게 느껴져 거부감을 없애는 데 시간이 걸렸다”라고 말했다. 한 30대 이용자는 “외국인과 어린 친구들이 많아서 위화감 느낀다”고 말했다.

제페토는 게임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라이브 스트리밍 등 이용자들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들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콘서트나 노래방 등 사용자들이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사용자 참여형 플랫폼으로 키워 나간다는 계획이다. 범죄 악용 우려에 대해 네이버제트 관계자는 “플랫폼에서 불법적인 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콘텐츠 삭제 및 계정 일시정지 등의 조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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