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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해리 포터 출판사’ 회장, 가족도 모르게 연인에게 1조원대 유산 몽땅 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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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콜라스틱 회장의 유언장 공개

아들들 “상처에 소금 뿌린 듯” 소송 예고

조선일보

지난 6월 별세한 리처드 로빈슨 주니어 전 스콜라스틱 회장(왼쪽)과, 그의 연인으로 알려진 이올 루체스 스콜라스틱 최고전략책임자가 지난 2016년 한 행사에서 함께한 모습.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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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세계적 어린이·청소년 전문 출판사 스콜라스틱이 오너 경영인의 사망 후 유산 상속을 두고 분쟁에 휩싸였다. 지난 6월 84세로 사망한 리처드 로빈슨 주니어 회장이 한화 1조원대의 경영권과 개인 재산 등 모든 유산을 30세 연하 연인인 이올 루체스(54) 스콜라스틱 이사회 의장 겸 최고전략책임자에게 넘긴다는 유언을 남겨서다.

2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루체스는 12억달러(약 1조3820억원) 규모의 클래스A 주식 등 출판사 경영권과 로빈슨의 개인 재산을 모두 상속받게 됐다. 로빈슨에겐 두 아들과 형제자매, 전처 등이 있지만 이들은 한 푼도 물려받지 못하게 됐다. 유언장은 2018년 작성됐고, 로빈슨의 측근들과 직계 가족은 전혀 인지하지 못한 내용이었다.

조선일보

교육 전문 출판사 스콜라스틱의 리처드 로빈슨 회장이 지난 2018년 회사를 뉴욕 나스닥에 상장할 때의 모습. 스콜라스틱의 대표 캐릭터인 빨간 강아지 '클리포드'와 함께했다. /나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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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콜라스틱은 ‘해리 포터’를 비롯해 ‘신기한 매직 스쿨버스’와 ‘헝거게임’ 등 세계적 히트작 시리즈를 내놓은 교육 콘텐츠 전문 출판사다. 미국에선 국정교과서 수준의 신뢰와 인지도를 갖고 있다. 1920년 설립된 이 출판사에서 로빈슨 주니어는 2세 경영인이었다.

WSJ가 입수한 유언장 사본에 따르면 로빈슨은 루체스를 “나의 파트너이자 가장 친한 친구”라고 표현했다. 루체스는 캐나다 출신으로 1991년 스콜라스틱 캐나다 법인에 입사한 뒤 2014년 최고전략책임자, 2018년 스콜라스틱 엔터테인먼트 사장이 됐다. 사내에선 10여 년 전부터 로빈슨과 루체스가 내연 관계라는 사실이 공공연한 비밀이었으나 몇 년 전 결별했다는 소문도 돌았다고 한다. 루체스는 디지털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관심이 많은 공격적 경영주의자라, 보수적인 로빈슨과 공개 석상에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한다.

장남 벤은 WSJ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유언장을 두고 “상처에 소금을 붓는 것 같다”고 했다. 차남 리스도 “너무 충격적”이라고 했다. 로빈슨 전 회장의 아들들은 스콜라스틱 경영엔 관여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유류분 제도 같은 것 없이 고인의 유언이 100% 효력을 발휘한다. 당황한 로빈슨의 유족들은 이를 일부라도 되돌릴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인데, 루체스가 이들에게 클래스A 주식과 부동산 일부를 내주는 방식으로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WSJ은 전했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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