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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가격 어떻게 결정되나"…한우 경매정보, 주가처럼 실시간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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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한우가 유리벽 안쪽에서 거꾸로 매달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지나간다. 안쪽 정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는 경매사가 이들 한우에 대한 품질 등급과 무게 등 정보를 특유의 박자에 맞춰 흥얼거린다. 유리벽 바깥쪽에 앉아있는 중도매인들의 손놀림이 빨라진다. 자신이 원하는 한우다 싶으면 순식간에 입찰 가격을 입력한다. 곧이어 경매사의 외침이 들린다. "23번(중도매인 번호)에 낙찰." 한우 한마리가 이렇게 경매되는 데 불과 10여 초 남짓이면 충분하다.

경매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이유는 중도매인들이 이미 자신이 낙찰받을 한우를 점찍어 놨기 때문이다. 중도매인들은 경매장에 들어오기 전에 도축된 한우가 있는 대형 냉장실로 들어가 품질 등급과 고기 상태 등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자신이 낙찰받을 한우를 메모해 놓는다. 거래처에서 원하는 가격과 품질의 소를 미리 찜해두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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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인 농협중앙회 음성축산물공판장에서 한우에 대한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정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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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한우가 경매에 붙여지는 농협중앙회 음성축산물공판장이다. 여기서 경매되는 한우는 하루 700~800마리에 달한다.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열리는 경매에는 중도매인 64명과 대형 할인점·백화점 바이어(매참인) 14명이 참여한다. 이들이 낙찰받은 한우는 서울 마장동을 비롯한 대형 정육점과 1차 육가공 업체, 전국 할인점·백화점 등으로 풀려 나간다.

이 곳 공판장에서 이뤄지는 경매 관련 데이터는 한우 가격 동향을 파악하고 미래 가격을 예측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정보다. 한우 가격 동향을 잘 알아야 한우 농가들은 출하 시기를 적절히 결정하고, 할인점과 같은 유통업체들은 한우 구매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 각 주체들이 이처럼 정확한 경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을 한다면 한우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문제는 이런 경매 정보를 정확히 확인할 방법이 그동안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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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희선·박정미 부부가 운영하는 충북 보은군 소재 한우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한우와 송아지 모습. 이 농장에서 출하되는 한우는 70~80%가 1++등급 판정을 받고 있다. [정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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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번주부터 '축산물 도매시장 경매·응찰 정보'를 개방하기로 했다. 일반인 누구라도 축산물의 경매·응찰 데이터를 자유롭게 조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경매·응찰정보 제공 서비스를 맡은 축산물품질평가원 측은 "축산유통정보 사이트를 통해 경매응찰 데이터 조회·분석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서비스를 활용하면 축산물 도매시장 경락 가격과 중도매인의 입찰 정보를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 국내 최대인 음성축산물공판장을 비롯해 고령, 나주, 부천, 제주공판장, 안성도드람유통센터 등 대형 축산물 도매시장 6곳의 경매 정보가 우선 제공된다. 정보 제공 대상 도매시장은 앞으로 더 늘어나게 된다. 제공되는 데이터에는 소와 돼지 품종과 성별, 등급 등을 비롯해 응찰가격, 낙찰두수, 낙찰가격, 중도매인 참여정보 등이다. 평가원 측은 "축산물 유통 현황과 환경 변화 등에 대한 수치화된 데이터를 보다 쉽고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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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인 농협중앙회 음성축산물공판장에서 이뤄지는 한우 경매에서 중도매인들이 경매에 참여하고 있다. [정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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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정보가 공개되면 한우나 돼지 농가 등 출하자들이 큰 도움을 받게 된다. 도매시장별 세부적인 낙찰가격 동향을 확인할 수 있어 농가가 출하한 축산물에 대한 예상 등급 판정 결과에 따른 수익 산정이 가능해지는 만큼 출하시기 등을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육가공 업체나 유통업체와 같은 한우 구매자들 입장에서도 낙찰 경향을 파악해 구매량과 가격 등을 구체적으로 추정함으로써 수급 조절 등 업체의 자율적 경영 관리가 가능해진다. 정부가 축산물 수급조절 대책을 수립하는 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도매시장 정보를 신속하게 입수한 뒤 다양한 관측 지표를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경매정보 공개 작업을 주도한 박범수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그동안 축산물 경매정보가 공식 데이터가 아닌 풍문으로 떠돌면서 가격 쏠림 현상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곤 했다"며 "축산물 경매시장 정보가 주식시장 거래정보처럼 실시간으로 공개되면 출하자와 구매자 등이 시장변화에 따르게 반응할 수 있어 가격 급등락 같은 문제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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