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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주요 언론을 적(敵)으로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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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문재인 대통령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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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다수결에 의한 폭력이고(알렉시스 토크빌), 민주주의는 의회에서 죽는다(스티븐 레비츠키)는 섬찟한 격언이 실현되는 광경을 8월 한국 국회에서 목도하게 생겼다. 언론중재법을 개악하기 위한 날치기 통과 우려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8개월을 남기고 왜 이런 무서운 일을 벌이며, 문재인 대통령은 침묵하는가?

여당의 개정 언론중재법은 허위·조작기사로 피해를 봤다고 소송을 할 경우

(1) 피해액의 3~5배 징벌적 배상(매출액의 1000~10000분의 1)

(2) 고발당한 언론사가 입증 책임

(3) 정정보도는 같은 장소(지면), 분량(방송시간)으로 해야 한다

는 게 골자다.

이외에도 (4)인터넷 기사 차단 청구권 도입 (5)언론사가 손해를 끼친 기자에게 구상권 청구 (6)언론중재위원에 독자대표를 넣는다는 조항들이 더 있다.

이 가운데 핵심은 단연 징벌적 손해배상이다.

국회 입법처가 더민주의 의뢰에 따라 전 세계적 징벌적 배상, 인터넷 기사 차단 등에 대해 (숫자로 명확히 한) 입법 사례를 아무리 찾아봐도 "선례가 없다"는 것이었다.

기자 출신인 이낙연 후보는 "내가 현직 기자 때 이런 제도를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는데 무책임하고 철학이 빈곤한 발언이다.

왜 이런 법을 만들려고 하는지 더민주 측에 물어보면 언론의 고의, 악의적 보도에 따른 피해가 늘어나 국민의 70%가 언론규제에 찬성한다는 이유를 댄다.

무슨 조사로 70%가 나왔는지 증거는 댄 적이 없다.

현재 언론중재나 재판에 의한 피해 구제가 평균 565만원으로 솜방망이어서 10억원, 15억원짜리 철퇴(징벌적 배상)를 가하는 장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치매에 걸린 94살 할머니를 꼬드겨 쥴리가 유부남과 동거했다는 악의적인 뉴스가 '가짜'라고 판명 나면 법원은 해당 언론사에 징벌적 배상을 하도록 해 경우에 따라서는 문을 닫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공갈, 삥땅 언론으로 갈취하려다 법원에 한 번 걸리면 기자와 언론사가 완전히 망해 길거리에 나앉게 무서운 벌금형을 때린다는 얘기를 한국 언론인도 듣곤 한다.

한국도 이번에 법을 고쳐 그렇게 못하란 법도 없다.

왜 그런데 세계 어느 나라도 징벌적 배상법을 안 만들었을까. 거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언론의 자유에 대한 '우월적 지위'라는 헌법적 가치 때문이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국가의 존립과 발전을 위한 기초이기 때문에 다른 자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월적인 지위를 지니고 있다는 게 각국의 헌법정신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에 의해 형성된 '우월적 지위' 이론은 한국 헌법재판소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둘째,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고자 하면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다.(성낙인) '위험'이라 함은 공공의 이익에 대한 위험 즉 해악이 목전에 절박하여 해악의 발생을 다른 수단으로 막을 수 없을 정도로 큰 것이냐는 것이다.

매일경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쟁점 조항인 징벌적 손해배상제 반대투쟁 릴레이 시위 중인 KBS노동조합의 허성권 위원장을 만나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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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언론법 학자들은 한국의 법체계는 언론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었을 경우 이를 구제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전 세계에서 가장 잘 갖춰진 나라로 평가한다.

민사법, 형사법, 언론중재법 등을 통해 이미 언론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형법에서는 사실적시명예훼손죄(307조 1항), 모욕죄(310조), 출판물명예훼손죄(307조), 사자명예훼손죄(308조)를 비롯해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명예훼손죄 등이 널려 있다.

민법상으로는 불법행위손해배상책임(750조),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책임(751조),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선고(764조) 등이 구비돼 있다.

이처럼 형사·민사상 완벽하리만치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들이 있는데 여기에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또 도입하면 헌법상 이중처벌 금지의 원칙에 어긋나 위헌적이라는 주장이다.

원래 언론에 의한 피해 구제 방법은 대륙법계(독일 프랑스 일본 등) 국가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정하고 형사처벌을 원칙으로 한다.

반면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보통법계 국가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대신 형사처벌은 지양해 기자가 구속되는 일이 거의 없다. 돈으로 물어주는 판결로 종결되는 것이다.

한국의 법체계는 대륙법계를 받아들여 형법처벌도 하면서 또 영미계의 징벌적 배상을 재판부에서도 왕왕 때리기도 한다.

쥴리를 보도한 강남신문, 공감TV의 보도가 악의적인 허위 보도라는 게 밝혀지면 법원이 얼마든지 거액의 손해배상을 판결할 수 있는 장치가 돼 있다.

굳이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3~5배의 징벌적 배상의 숫자를 집어넣고 매출액의 1000분의 1~1만분의 1로 하한선을 법 조항으로 둔다면 이는 과잉에 과잉을 거듭하는 것이다.

일부 언론학자들은 정 그렇게 징벌적 배상을 명문화하고 싶으면 영미식으로 형사처벌은 면제시켜주는 법을 동시에 개정하라고 요구한다.

그럼에도 언론중재법 개정에 속도전을 펴는 여당의 속셈은 뭘까?

박정 더민주 의원의 말을 들어보자.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가 매년 4000여 건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 그런데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 구제는 20년 전보다 오히려 낮아져 건당 500만원에 불과하다.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피해자 구제가 실질적으로 되도록 징벌적 배상을 도입하려는 것이다."

2012~2019년 언론사별 손해배상 판결액을 보면 8년간 조선일보 4700만원, 중앙일보 9300만원, 동아일보 1300만원 등이어서 1년치로는 조선일보가 587만원에 불과하다는 김정민, 황용석 건대 미디어과 박사과정 연구자의 논문을 인용한다.

이 논문을 보면 원래 언론중재법을 개정한 2005년 이후 초기에는 언론사 손해배상 판결액 중간값이 2750만원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그후 1000만원, 750만원으로 점차 낮아졌는데 이는 1990년대 2050만원보다 더욱 낮아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로 악의적인 조작, 오보가 늘어나니 이번에 손해배상 피해액을 매출액의 1000분의 1~1만분의 1로 높여 언론사 및 기자에게 철퇴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한 논리다.

그런데 한국기자협회, 신문협회,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여기자협회, 인터넷신문협회 등 언론 5단체는 "차기 대권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및 정부 시책에 대한 비판 보도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시도"라고 강력 반발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언론중재법 개정은 순수하지 않고 차기 대선 국면에서 여당에 불리한 기사를 못 쓰도록 할 '음모'로 보는 시각이다.

일반 국민은 "도대체 누구 말이 맞아? 뭐가 진실이야"라고 어리둥절 할 것 같다.

앞서 기술한 대로 오보 등에 의한 피해 구제는 현행법으로도 법적 구제장치가 차고도 넘친다.

그래서 더민주 언론개혁특위도 당초 통제 안 받고 있는 유튜버, 1인미디어가 대상이라고 했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유튜버 등은 쏙 들어가고 갑자기 주요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본류 언론을 대상으로 겨눴다.

조선닷컴이 지난 6월 30일 조국 부녀를 연상케하는 삽화(일러스트) 게재 사고를 낸 후부터 갑자기 상황이 바뀌었다는 게 통설이다.

당시 조선닷컴이 여성 3인조가 남성을 유인해 먼저 샤워하도록 한 다음 지갑을 털어 달아난 기사를 쓰면서 조국 부녀를 연상케하는 일러스트를 넣어 큰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당시 조선일보LA가 삽화를 삭제 안 해 조국 "1억달러 美소송 검토" 기사가 떴었다.

조국은 화가 단단히 났던지 국내 법원에 10억원 피해 보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때마침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이 야당 대선후보로 나간다하고 여론조사를 하면 정권교체 지지율이 50%를 훌쩍 넘기면서 여당 쪽에 비상벨이 울려서 언론법 개정을 작심했을 수 있다.

사실 언론중재법 개정안 조문들을 뜯어보면 불명확하고, 이현령비현령이고 막후에서 전개된 토론을 보더라도 '보수 대형 언론사'를 겨냥한 것 같다.

막후에선 '밤의 황제'를 손봐야 하는데 무소불위인 그들이 겁나는 것은 돈밖에 없다는 얘기도 흘러다녔다.

그래서 피해액의 3~5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만이 메이저 언론과 사주를 제어할 특효약이란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법원이 판단할 수 있는 구체 조항으로 "허위 조작 보도가 반복되고 있다(30조 2의 2항), 보복성(3항)" 등이 있다.

언론사가 계속 추적보도를 하기 어렵게 만드는 애매한 조항들이다.

오죽하면 민언련 측도 "장관 정치인 대기업 등이 고소한 사건은 입증 책임을 언론사에 지우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법조문 수정을 요구하고 나설 정도다.

대선을 얼마 앞두고 여당 후보에 불리한 인터넷 속보가 뜨면 삭제 청구권이 느닷없이 발동될 것이란 상상도 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30조의 3 '고의 중과실 추정'을 뜯어보면 기자들이 정말 목졸림을 당한 느낌일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하여 보도하는 경우, 제목과 기사 내용을 다르게 하거나 제목과 기사 내용을 조합하여 새로운 사실을 구성, 사진 삽화 영상 등 기사 자료와 기사 내용을 다르게 하여 당사자를 특정할 수 있게 할 경우 언론사와 기자는 중과실 조항에 걸려든다.

기자들은 사건을 보고 거침없이 달려들어야 하는데 저렇게 함정을 많이 파놔서는 어떻게 용기가 나겠는가.

삽화, 영상(30조 3의 5항)에 관한 규정은 지난 6월 30일 조선닷컴이 실수로 조국 부녀의 일러스트를 그린 사건을 그대로 복사해 온 것과 같아 '조국 조항'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필자는 편집국장 시절 기자들에게 가장 강조한 게 "한 개의 오보가 10개의 특종보다 더 나쁘다. 좀 늦어도 좋으니 절대 오보를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조선·중앙일보 등의 손해배상 판결액이 10년 전보다 낮아진 것은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보다 스스로 조심해 악의적인 허위 보도를 않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사실 허위, 조작 보도를 일삼는 언론사는 길게 갈 수 없다. 신뢰가 떨어져 판매 부수도 줄어들고 광고도 안 들어와 망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명 언론사일수록 오보를 않는 걸 생명으로 아는데 정청래 의원 등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서 법원 판결액이 줄어든 것을 봐준 것으로 읽은 시각 자체가 틀렸다.

잘못된 이념에 갇힌 사고다.

워싱턴포스트가 베트남전을 둘러싼 트루먼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 4대에 걸친 더티한 개입을 폭로한 ' The POST'란 유명한 영화를 보면 캐서린 그레이엄역(사주)을 맡은 메릴 스트립이 편집국장(톰 행크스분)과 권력의 폭압을 무릅쓰고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을 그려냈다.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지켜지며 수정헌법 1조가 언론 자유를 규제하는 법 자체의 제정을 왜 금지하는지 깨닫게 하는 영화(실화)다.

한국의 개정 언론중재법하에선 박근혜 탄핵 과정에서 측근의 권력 농단을 추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워싱턴포스트도 불경기를 견디지 못해 아마존에 팔렸다. 한국에도 인터넷시대에 접어들어 앞으로 얼마든지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

한국 언론사는 영세하다. KBS, MBC, SBS 등이 모조리 적자이고 매출액도 KBS를 제외하면 5000억~7000억원 수준이다.

조중동매 등 신문사는 훨씬 열악해 매출액이 2000억~3000억원밖에 안 된다. 이 매출액에는 책 출판, 잡지, 포럼행사 수입 같은 게 포함돼 있는데 일괄 매출액을 싸잡아 손해배상 기준으로 삼아선 안 된다고 문화체육부가 반대했는데도 민주당은 들은 척도 안 했다.

언론사에 적대적 분위기를 감추지 않은 현장이다. 피해 기사를 쓴 기자에 대한 구상권 청구도 데스크를 속였거나 명백한 중과실만 아니면 빼준다.

언론사(사주)와 기자를 갈라치려는 뻔한 속셈이다.

필자는 당사자인 언론중재위원회 측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실무자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미국에 가보니 실제 주요 사건의 언론에 대한 손해배상 평균액이 2019년 기준 70만달러(약 8억원)로 세긴 하더라. 한국도 재판부가 세계적 흐름에 맞춰 피해 배상액을 엄격하게 높이는 것을 생각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법조문에 징벌적으로 3~5배로 명문화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또한 허위 조작보도, 인터넷 차단 청구 등의 요건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언론중재위 측도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 도입은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한국의 언론중재위라는 존재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제도인데 미국 등 선진국들도 부러워 한다고 했다. 분쟁 사건의 75%가 중재위에서 재빨리 종결돼 피해자, 언론사 모두 만족한다.

현행 중재위의 구성이 중립적이어서 여야 진영에서도 불평이 없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중재위를 90명에서 120명으로 늘리면서 독자, 시청자 위원들을 집어넣어 묘하게 변하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시민단체를 대거 집어넣어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중재위 측은 "어떤 분과위는 판사가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어 이는 개악"이라고 평가했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무리한 시도다. 정부도 심지어 언론중재위도 반대 분위기다.

문체위 소위를 통과한 법안은 8월 상임위, 본회의를 거치는 동안 5배 손해배상이 3배로 낮춰질 수 있겠지만 그것은 정답이 아니다.

멈출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경구를 새겨들어 무리한 법 개정을 중단하는 게 옳다.

법 개정을 단행하고 실제 시행에 들어가면 법원이 "턱도 없는 소리 말라"며 권력자에게 패소를 줄줄이 안길 수도 있다.

반면 재벌이나 힘 있는 측이 언론이 입증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약점을 잡아 기자들이 함부로 보도 못하게 툭하면 소송을 걸어 언론사를 꽁꽁 묶어버릴 수 있다.

그것은 더민주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언론 자유는 구속되고 대기업 천국으로 만들어줄 수가 있다.

그러면 개혁이랍시고 단행한 언론중재법 개정은 천하의 웃음거리로 전락할 것이다.

[김세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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