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말로 시행 1년을 맞은 새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과 관련, “주거 안정성이 제고되는 등 임차인 다수가 혜택을 누릴 수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최근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는 이런 주장이 현실을 모르는 궤변이요, 어처구니없는 판단이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널려 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부동산정책 실패 책임자를 찾아내 처벌을 내려달라는 청원이 끊이지 않고, 시장에서는 전셋값이 폭등해도 매물은 마르고 집주인과 세입자간 분쟁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현 상태로라면 전세 난민의 눈물과 고통은 계속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 일간 신문이 서울지역 아파트 1116개 단지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전셋값이 100% 이상 오른 단지가 4곳이나 됐다. 50% 이상 오른 곳은 87곳(7.8%)이었으며 2억 5000만원 이상 뛴 단지도 137곳(12.3%)에 달했다. 이 달 전세 중위가격은 6억 2200만원을 넘어서면서 4년 전 매매가격(6억2888만원) 수준에 근접했다. 4년 전 집을 살 수 있었던 돈의 가치가 졸지에 전셋값 정도로 오그라든 셈이다.
정부·여당은 전셋값 폭등과 함께 시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한 이유를 냉정히 따져보지 않으면 안 된다. 임차인 보호를 이유로 법으로 가격을 통제하고 계약 기간을 늘렸지만 시장에 무리하게 개입한 결과가 결국 참사를 불렀다는 전문가들 지적에 겸허해야 한다. 공급 확대와 함께 임대차법을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외면한 채 법과 으름장으로만 맞서려 한다면 시장은 꼬이고, 서민 피해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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