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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서정 동 찍고, 신재환 금빛 착지…한국 체조 도쿄서 부활, 3년 뒤 파리 빛 밝혔다 [도쿄 SS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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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체조 국가대표 신재환이 2일 일본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인사하고 있다. 도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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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도쿄=김용일기자] “금메달이라니…지금도 실감이 안 난다.”

생애 첫 올림픽에서 ‘금빛 착지’에 성공한 한국 남자 체조의 신재환(23·제천시청)은 꿈을 꾸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2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한국 체조 사상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참가 선수 8명 중 6번째로 출전해 1, 2차 시기 평균 14.783점을 받은 신재환은 데니스 아블랴진(러시아올림픽위원회·14.783점)과 타이를 이뤘다. 그러나 동점일 때엔 1, 2차 시기 중 더 높은 점수를 얻은 사람이 승자가 된다는 규정에 따라 신재환이 시상대의 주인공이 됐다. 신재환의 점수는 2차 시기에서 받은 14.833점이 최고점이다. 아블랴진의 최고점은 역시 2차 시기의 14.800점이었는데, 0.033점의 차이로 희비가 엇갈렸다.

한국 체조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건 지난 2012년 런던 대회에서 양학선(수원시청)의 도마에 이어 9년 만이다. 예선을 전체 1위(14.866점)로 통과한 신재환은 도마에서 가장 높은 난도의 기술을 펼치는 선수다. 이날도 1차 시기에서 난도 6.0점짜리 요네쿠라(도마를 옆으로 짚고 공중에서 세 바퀴 반을 비틀어 도는 기술)를 펼쳐 14.733점을 받았다. 2차 시기에서는 여2(공중에서 두 바퀴 반을 비틀어 도는 기술)로 14.833점을 획득했다. 야블라진은 1, 2차 시기 모두 난도 5.6점짜리 기술을 시도해 신재환과 동점을 이뤘으나 난도 점수에서 밀려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예선에서도 14.866점으로 1위를 차지하며 결선에 오른 신재환은 마침내 올림픽 시상대 정중앙에 서면서 한국 체조의 새로운 이정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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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직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신재환은 크게 웃지도, 감격해서 울지도 않았다. ‘금메달리스트’가 된 현실이 믿기지 않아 보였다. 그는 “2차까지 뛰고 그냥 ‘잘했다’는 안도감으로 기뻐했다. 메달을 그 이후의 일이어서…”라며 “사실 1차 때 잘 안 될 줄 알았다. 도마 선수는 손을 짚자마자 느낌이 온다. 그때 별로 좋지 않아서 (공중 동작 이후) 무조건 서자고만 생각했는데 운이 따른 것 같다”고 웃었다. 2차 때 펼쳐 보인 ‘여2 기술’에 대해서는 “90% 완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애초 신재환의 롤모델인 양학선이 결선에 오르지 못하면서 그의 어깨는 더 무거웠다. 게다가 전날 여자 도마 결선에서 여서정이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메달(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신재환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만했다. 그는 “결선을 하기 전에 서정이에게 ‘기를 달라’고 했다”며 “서정이가 ‘오빠, 꼭 잘해’라면서 손을 내밀더라. ‘주먹 하이파이브’를 하고 왔다”고 웃었다. 실제 여서정의 기운이 전해졌는지 신재환은 살 떨리는 결선 무대에서 제 가치를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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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홍철 경희대 교수 현역 시절 모습. 스포츠서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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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잡은 채 경기를 지켜본 여홍철 경희대 교수도 누구보다 흐뭇했다. 신재환이 2차 시기에 시도한 기술 ‘여2’는 여 교수가 만든 기술이다. 지난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여2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금메달이 유력했지만 착지에서 실수가 나왔다. 여 교수는 신재환의 금메달 직후 “내가 따지 못한 금메달을 따서 부럽다”면서 자신이 만든 여2 기술로 최정상에 오른 것에 기뻐했다.

신재환은 가족과 코치진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더불어 어린 시절부터 우상처럼 여긴 선배 양학선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학선이형이 원래 우리 기준치가 70이라면 95로 만들어놨다. 이후 후배들이 따라잡으려다 보니 평균 기량이 올라갔다”면서 “이따가 ‘형 덕분에 딴 것’이라고 말하려고 한다. 형은 선배지만 스승 같은 존재”라고 치켜세웠다. 양학선은 경기 전 신재환에게 “너를 믿고 잘하라”는 조언을 했다고 한다. 신재환은 “가장 현실적인 조언으로 와닿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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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체조 도마에서 동메달을 딴 여서정이 2일 올림픽선수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동메달과 함께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도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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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생인 신재환은 한국 나이로 스물네 살에 불과하다. 한국 체조는 1988년 서울 대회에서 박종훈(가톨릭관동대 교수)의 동메달을 시작으로 2012년 런던 대회 양학선까지 7회 연속 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5년 전 리우 대회에서 28년 만에 첫 노메달로 뒷걸음질했다. 하지만 도쿄에서 화려하게 부활에 성공, 3년 뒤 열리는 파리올림픽에서는 신재환과 여서정의 동반 금빛 착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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