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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수도권의 안과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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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주거 기술과 과학기술의 발달은 인류가 살아가는 공간을 ‘안’, 그리고 그 바깥을 ‘밖’으로 양분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주거 공간인 ‘안’만을 아름답게 가꾸고 보존하려 하며, 추한 것, 불편한 것을 ‘밖’으로 끊임없이 밀어낸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에어컨과 실외기이다. 에어컨은 일정 범위 실내 공간의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한다. 특히 요즘처럼 폭염이 지속될 때 에어컨의 존재는 더없이 소중하다. 그러나 격벽 바깥으로 시선을 조금만 돌려보자. 에어컨의 가동과 함께 실외기가 뜨거운 공기를 끊임없이 바깥으로 밀어내며 거리의 온도를 한층 더 뜨겁게 달궈놓지 않는가.

경향신문

이융희 문화연구자


인간의 이러한 안과 밖의 개념인식은 주거 공간이 주는 안전함에 기인한다. 길거리에서 떠도는 것보다 격실 안에 있는 것이 보호받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회적 맥락 말이다. 이러한 개념은 굳이 집이 아니어도 성립한다. 이를테면 차 안에서 길거리로 쓰레기를 버리는 것과 같은 행위처럼 말이다. 차 안이라는 ‘나’의 공간에서 발생한 불결함은 차 밖이라는 공간으로 퇴치했을 때 해결된다고 믿는 그 믿음은, ‘차’라는 공간의 밀폐성, 그리고 내가 소유한 과학기술의 결정체인 ‘자동차’라는 인식들이 함께하며 만들어진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사람들의 ‘안’과 ‘밖’ 개념은 더욱 강력해졌다. 이를테면 방역지침과 함께 시도된 QR 인증을 보자. 코로나19 시대 우리 동선의 가장 중심은 QR코드로 인증받을 수 있는 건물 단위의 ‘안’이다. 오로지 ‘안’으로만 기록된 데이터베이스 속에는 길거리를 스친 행인들의 기억이나 흡연구역의 흡연시간, 밤중 거리에 펼쳐진 음주의 기억 등은 기입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수많은 ‘안’들의 기록 속에서 우리 삶이 안전할 거라는 환상 속에 있지 않나.

심지어 최근엔 이러한 ‘안’과 ‘밖’의 개념이 확장되어 기묘한 지역 갈등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지난 12일 수도권 거리 두기 단계가 4단계로 상향되었다. 직후 사회문제로 대두된 것은 수도권 주민들이 음주를 위해 여름휴가철을 맞아 비수도권으로 몰린다는 뉴스였다. 결국 며칠이 지나지 않아 비수도권 역시 거리 두기 3단계로 상향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는 사람이 덜 있는 안전한 곳, 방역이 잘 이루어지는 안전한 관광지 등의 환상으로 포장된 ‘안’과 ‘밖’의 개념이 있다. 결국 그들은 수도권이라는 ‘안’의 질병을, 쓰레기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이라는 ‘밖’을 향해 몰려간 것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집합금지와 거리 두기의 행정명령은 단순히 확진자가 많이 나온 곳에 부여되는 메달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지키며 방역에 힘써달라는 강력한 메시지이자 권고이다. 그런데 이러한 메시지를 왜 자신의 ‘안’이라는 테두리에서 유지하지 않고 ‘밖’으로 끊임없이 투기하나. 더구나 그것은 오로지 ‘수도권’이라는 테두리 안에 있는 사람들의 개념일 뿐, 비수도권에는 비수도권의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다시 생각을 처음으로 되돌리자. 우리의 삶은 안과 밖으로 나눠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안과 밖은 순환하며 종래엔 하나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는, 그리고 ‘나’는 무엇을 ‘안’으로, 무엇을 ‘밖’으로 나눠놓고 있는가?

이융희 문화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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