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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심 박힌 허리로 900도 비틀기… 신재환, ‘여2’ 날개로 金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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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비밀병기 신재환, 9년만에 뜀틀 金

동아일보

새로운 ‘뜀틀의 신’ 신재환이 2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체조 남자 뜀틀 결선에서 정상에 오른 뒤 금메달을 손에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큰 사진). 6세 때 아버지 신창섭 씨(작은 사진 왼쪽)가 운영하는 택견 도장에서 체조를 배우고 있는 신재환.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신창섭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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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판에 찍힌 점수는 두 선수가 똑같았다. 1, 2차 시기 평균 14.783점. 2일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체조 남자 뜀틀 결선 경기가 모두 끝났을 때였다.

경기장이 잠시 술렁거렸으나 ‘비밀병기’ 신재환(23·제천시청)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신재환은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데니스 아블랴진(28)과 동률을 이뤘지만 1, 2차 시기 시도 점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1위를 확정지었다. 처음 출전한 올림픽 무대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서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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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이번 대회 예선을 1위로 통과한 신재환의 상승세는 결선에서도 계속됐다. 요네쿠라 기술(난도 6.0점·공중에서 3바퀴 반을 비틀어 돈 뒤 착지)을 1차 시기에 성공하며 14.733점을 받았다. 2차 시기에서는 ‘여2’(난도 5.6점·뜀틀을 짚고 두 바퀴 반을 비틀며 900도 회전하는 기술)까지 성공시키며 1차 시기보다 높은 14.833점을 받았다.

신재환의 금메달은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여홍철 경희대 교수가 만든 ‘여2’를 통해 완성됐다. 신재환이 시도한 여2 점수가 가장 높았기 때문에 성적 우세 판정을 받았다. 데니스의 최고 점수는 2차 시기의 14.800점이었다.

경기 후 신재환은 전날 여자 뜀틀에서 동메달을 거머쥔 여서정(19)의 응원을 소개했다. 그는 “서정이에게 ‘기를 달라’고 했다. 그러자 서정이가 ‘오빠 꼭 잘하라’면서 주먹으로 하이파이브를 해 줬다”며 웃었다.

신재환은 도쿄 올림픽 출전을 한 달가량 앞두고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2018∼2020년 뜀틀 세계 랭킹 1위를 질주하던 그는 6월 국제체조연맹(FIG)이 개최한 카타르 도하 월드컵에서 5위로 부진하며 간신히 올림픽 출전권을 지켰다. 안일함에 빠져 지냈던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통상 훈련 시 한 번 기술을 할 때마다 5분은 쉬어야 하지만 30초 만에 다시 뛰었다. 신재환은 “도하 월드컵 때 기술 착지에 실패하면서 내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던 게 초심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신재환은 충북 청주 율량초 5학년 때 한 학년 위의 형이 충북소년체육대회에서 체조로 상을 받는 걸 본 뒤 곧바로 체조부를 찾아간 게 체조와의 인연이 됐다.

어릴 때는 부상 부담이 컸다. 충북체고 시절엔 허리 디스크를 앓기도 했다. 너무 아파서 체조를 그만하겠다고 말했을 때 아버지 신창섭 씨는 “여기서 그만두면 호적에서 팔 거다. 그만두는 순간 너는 내 아들이 아니다”라고 꾸짖었다. 디스크가 터지고 허리에 철심을 박고서야 아들의 부상 사실을 알아차린 아버지는 미안함에 펑펑 울었다고 한다.

금메달을 딴 뒤 신재환은 “돌봐준 가족에게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버지 신 씨는 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과거에는 택견 도장을 운영했고, 지금은 헬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헬스장에서 가족과 함께 응원을 한 신 씨는 우승 장면에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로 헬스장 매출이 60% 넘게 줄었다. 많이 힘들었는데, 재환이 덕분에 내 인생도 다시 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재환의 롤모델이자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양학선(29·수원시청)은 올림픽 출전 전부터 “(신)재환이가 연습하는 걸 보면 누구보다 정말 잘 준비해 왔다. 아직 20대라 훈련을 한 만큼 실력이 곧바로 늘고 있으니 부담 갖지 않고 자신 있게 하면 메달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점쳤다. 신재환은 관중석에서 목이 터져라 외치는 양학선의 응원을 받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선 동점 신재환… ‘최고점수’ 0.033점 앞서 金

뜀틀, 최고점수→수행점수 순 따져
‘여2’ 만든 여홍철 “착지 깔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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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환이 2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체조 남자 뜀틀 결선 2차 시기에서 시도한 ‘여2’ 기술을 다중 노출 기법으로 연속 촬영한 모습. 뜀틀을 짚고 두 바퀴 반을 비틀며 900도 회전하는 이 기술로 1차 시기보다 높은 14.833점을 받은 덕분에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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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과 은메달이 0.033점 차이로 갈렸다.

신재환과 데니스 아블랴진(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은 2일 도쿄 올림픽 남자 뜀틀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점수가 14.783점으로 똑같았다.

체조 경기에서 1, 2차 시기 평균을 낸 최종 점수가 같으면 ‘뜀틀을 제외한’ 모든 종목은 1, 2차 시기 중 수행점수(Execution)가 더 높은 선수가 승자가 된다. 그것도 같으면 난도(Difficulty)가 더 높은 선수가 이긴다. 그래도 우위를 가리지 못하면 공동우승이다.

뜀틀만큼은 동점이 나오면 먼저 1, 2차 시기 각각의 점수를 비교해 최고 점수 선수에게 우승이 돌아간다. 점수가 같으면 다른 종목들처럼 개별 시기 중 수행점수, 기술점수 순으로 우승자를 가린다.

최상위 점수를 비교한 첫 타이 브레이크 기준에서 신재환은 ‘여2’ 기술을 시도한 2차 시기 14.833점이 최고점이었다. 아블랴진의 최고 점수는 2차 시기에 기록한 14.800점. 여기서 승부가 갈리지 않았더라도 신재환의 최고 수행점수(2차 시기·9.233점)가 아블랴진의 최고 수행점수(2차 시기·9.200점)보다 높아 최종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신재환의 금메달은 2차 시기에서 ‘여2’를 큰 실수 없이 깔끔하게 성공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2’는 여홍철 경희대 교수가 개발한 기술로 뜀틀을 짚고 두 바퀴 반을 비틀며 회전하는 기술이다. 여 교수는 이 기술을 앞세워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 금메달과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을 땄다. 여 교수는 “스타트 점수는 차이가 나봤자 0.3∼0.4점이다. 결국 착지가 중요한데 신재환 선수의 여2 기술이 깔끔하게 나왔다”고 평가했다. 여 교수는 애틀랜타 올림픽 때 착지 실수를 요즘도 아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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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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