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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이재명 형수욕설'…'과거 판결'근거로 차단해도 된다?[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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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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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측이 '법원 명령 접수'로 차단했다고 주장했던 이재명 경기지사 욕설 영상의 차단된 화면./사진= 유튜브 백브리핑 채널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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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게시된 지 이틀만에 유튜브(구글 코리아) 측에 의해 차단당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형수와 통화 중 욕설을 하는 내용의 녹취록 동영상의 차단 과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

유튜브 측이 욕설 녹취록을 동영상으로 편집해 올린 유튜버에겐 '법원 명령 접수'를 이유로 차단조치를 했다고 했지만, 실제 관련 법원 명령은 없었단 정황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2일 현재 유튜브 측은 콘텐츠 차단조치에 대해 해명을 요구한 유튜브채널 '백브리핑' 운영자 '백총재' 측에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백총재 측은 '법원 명령 접수'의 근거 서류를 밝혀달라고 지난달 26일 요청했다.

백총재는 유튜브 측에 "콘텐츠 차단을 알리는 이메일에는 '법원의 명령'이라고 명시되었으나 당사자(이재명 측)가 법적 조치를 취한 바가 없다고 언론인터뷰를 하였는 바, 법원의 가처분 결정 등이 존재하는지 불분명하므로 사건번호나 관할법원, 청구인 등을 명확히 밝혀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의 질의를 접수했다.

유튜브 측은 차단조치가 있던 지난달 22일 이후 10여일이 지났지만, 욕설 영상을 게시했던 백총재 측에 '정확한 사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재명 캠프 측도 마찬가지로 유튜브의 욕설영상 삭제에 대해 "법원에 (형수 욕설) 영상을 비공개로 해달라고 신청한 사실이 없다"고만 할 뿐 유튜브 측에 '차단'을 직접 요구했는지에 대해선 해명하지 않고 있다.


차단된 '이재명 욕설영상', '법원 명령'없었는데 법원 핑계 댄 유튜브..'유튜브 게이트'되나


하지만 미디어오늘의 지난달 30일 보도에 따르면 유튜브는 '누군가'의 콘텐츠 삭제 요청에 따라 욕설영상에 대해 접근제한조치(대한민국 내 차단)를 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유튜브가 백총재 측에 이메일 안내문을 통해 '법원 명령'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법원에 영상 삭제나 차단이 요청돼 법원 결정이 있었던 게 아니라, 과거 법원이 위법으로 본 영상에 대한 신고가 다시 접수돼 유튜브 측이 '같은 영상'으로 판단해 차단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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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측이 '백브리핑' 채널 운영자 '백총재'에게 이메일로 보낸 콘텐츠 차단을 알리는 고지문. '법원 명령이 접수되었다'고 사유를 밝히고 있다.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등 관할 법원엔 관련 사건 접수가 확인되지 않았고, 유튜브 측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차단 조치로 보인다. /사진= 백브리핑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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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유튜브는 해당 '[녹취록]이재명 욕설파일01.mp4'영상에 대한 '법적 권한'을 주장하는 '누군가'가 콘텐츠 삭제를 요청하면서 '과거 법원 판결'을 근거로 들자 이를 차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로 인정해 '차단'조치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 측이 차단 근거로 삼은 '법원 판결'은 이재명 지사가 과거 성남시장이던 때 지역 언론매체인 성남일보와 편집인 모동희 편집인을 상대로 낸 정정보도 등 청구소송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까지 갔던 해당 사건에서 법원은 성남일보와 모 편집인이 이 지사의 형수와의 통화 욕설 녹음파일을 공개하면서 이 지사 측 해명을 전하지 않아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반면 같은 사건에 대해 형사고소된 것에 대해선 검찰이 2014년 10월 '혐의 없음' 처분했다. 검찰은 "성남일보가 비판적 논조의 기사를 작성한 것은 사실이나 기사내용이 허위라 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에서의 '비방의 목적'은 가해의 의사 내지 목적을 요하는 것으로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때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재명 지사의 형수와의 통화 중 욕설 녹취'란 점은 같지만 '시기'나 '내용'다른 파일인데…유튜브 '자의적' 판단으로 차단

다시말해 당시 논란이 됐던 형수욕설 파일에 대해 형사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됐고, 민사사건은 지역지의 이 지사 관련 보도 중 욕설파일을 포함해 대상 언론 보도가 명예훼손이 인정됐었다.

이에 대해 법률전문가들은 과거 법원 판결의 대상이었던 '형수 욕설파일'과 이번에 논란이 새로운 '욕설파일'은 서로 다른 내용이므로 과거 판결을 법적 근거로 한 유튜브 조치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 판결이 이번에 문제가 된 욕설파일에 관한 내용이 아니어서 법리적으로 따져보면 유튜브가 과거 판결을 근거로 전혀 다른 파일의 게시를 차단한 건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유튜브의 이번 차단 조치에 대해 유튜브 이용자가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도 마땅치 않다.

김운용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는 "구글 코리아는 사기업이라 자의적 판단이 폭 넓게 인정은 될 수 있는데 법원 판결을 차단 근거로 대고는 있지만 엄격히 법적 판단에 의한 거라고 볼 순 없고 사실상 자의적 해석으로 이번 욕설도 과거 욕설파일과 같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며 "시기와 내용이 다른 욕설영상이지만 권리 침해를 호소하는 누군가가 요청했다면 서비스 관리자의 입장에서 차단해도 된다고 본 거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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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측이 차단조치 하기 전 게시됐던 이재명 경기지사 관련 영상 썸네일./사진= 유튜브 백브리핑 채널 캡쳐




영상 올렸던 백총재 측 "대선 후보에 대한 검증 콘텐츠를 법원 핑계로 차단한 건 의도 있어…구글 갑질이고 유튜브 게이트"

차단 조치가 법원 명령에 의한 게 아니라고 밝혀진 것에 대해 백 총재 측은 "이번 욕설영상에 해선 새로운 법원 결정이나 판결도 없었는데 콘텐츠를 올린 당사자에게 '법원 명령'운운 하면서 법원이라는 공권력에 의한 차단인 것처럼 꾸민 점은 유튜브 측의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며 "차단 조치가 이재명 후보 측 요청에 의한 것인지조차 밝히기를 꺼려서 법원을 핑계로 댄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백 총재는 "법원 명령이라는 허위 사실로 유력 대선 후보에 관한 검증 콘텐츠를 자의대로 차단한 것은 구글의 횡포이자 갑질이고 '유튜브 게이트'로 볼 수 있다"며 "유튜브에는 이미 상대방을 저격하는 내용이나 명예훼손 성 콘텐츠가 넘쳐나는데 아무나 요청하면 유튜브가 그렇게 신속하게 차단조치를 해 주는지 묻고 싶다. 아직도 2021년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 매우 놀랍다. 대선은 국가의 미래를 걸정하는 매우 중요한 일인데 이런 사태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IT분야 전문가인 한 변호사는 "'법원 명령'이 없었는데도 유튜브 측이 임의대로 '법원 명령이 접수됐다'는 식의 허위 사실로 사용자의 콘텐츠를 차단했다면 이것 자체로 큰 문제여서 '유튜브 게이트'로 봐야 한다"며 "옛날 법원 판결을 근거로 하면서 '법원 명령'이라고 실수로 썼단 걸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법원 명령'은 가처분이나 본안 결정 있을 때 쓰는 법률용어로 '법원 판결'과는 엄연히 다른 의미로 구분되는 용어인데 법률 전문가들이 근무하고 대형 로펌에게 수시로 자문을 받을 구글 코리아가 이 용어들을 몰라서 그렇게 표현했다는 건 법조인이라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튜브채널 '백브리핑'엔 지난달 20일 밤에 '[녹취록]이재명 욕설파일01.mp4'란 제목으로 56초 분량의 동영상이 실렸다. 이 녹취 파일에는 2012년 7월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지사가 욕설을 하며 형수와 통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해당 녹취 파일 영상은 '친형 강제입원 시도'사건의 당사자였던 셋째 형 고(故) 이재선씨의 부인인 셋째 형수와 이 지사가 2012년 7월17일 통화했던 당시의 녹음으로 알려졌다. 이 녹취에는 '조사받고 가냐, 이 나쁜 X아', ' 아이고, 형수님~', 'X신 같은 X', '이것도 공개해라, 녹음해가지고', 'X발X아' 등의 이 지사로 추정되는 남성의 욕설 음성이 있다.

이 녹취 파일은 지난 대선이나 그전 지방선거 때 알려졌던 이 지사가 어머니 관련 욕을 한 형 이재선씨에게 화가 난 상태에서 형수에게 우발적으로 했다는 욕설들이 담겼던 파일과는 다른 내용이다. 이번에 새롭게 공개된 것으로 시기와 내용이 다른 내용이다. 따라서 올라오자 마자 빠른 시간안에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으로 링크가 퍼져나갔고 차단 전까지 조회수도 16만회를 넘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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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렬 변호사 채널엔 차단당하지 않고 같은 내용의 욕설 영상 그대로 있어

한편 유튜브가 백총재 채널에 올려진 욕설 영상을 차단 한 뒤인 지난달 24일, 이정렬 변호사가 같은 동영상 내용을 그대로 자신의 채널에 올렸던 '이재명 형수 욕설 백프리핑 버전'은 아직 유튜브에서 차단하지 않고 있다. 트위터에도 같은 내용의 욕설 영상 파일이 퍼지고 있다. 아울러 유튜브 사용자 계정의 국가 설정을 미국 등으로 해 한국 내 차단조치를 우회하는 방법도 공유되고 있다.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측도 지난달 23일 방송을 통해 자신들이 올렸던 '[충격영상] 이재명 욕설 (형XX지)'이 차단조치됐다고 밝힌 바 있다. 가세연이 업로드했던 욕설파일은 과거 성남일보가 최초로 공개했던 이 지사가 형수에게 했다는 욕설 녹취에 자막 등을 넣고 새롭게 편집한 영상이다.

가세연은 이 지사 욕설 영상외에도 '[충격영상] 부창부수 이재명 김혜경 (정신병원 강제입원?!)'이라는 제목으로 이 지사 부인 김혜경씨가 조카인 이재선씨의 딸과 통화하는 내용의 녹취도 지난달 15일 업로드했지만 이 영상은 유튜브에 의해 차단조치를 당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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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세연이 지난달 12일 올렸던 이재명 지사 관련 욕설 영상. 지금은 유튜브 측에 의해 차단돼 한국 내에선 볼 수 없다/사진= 가세연 채널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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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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