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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충무로에서] 정말 청년 위한다면 노조 카르텔부터 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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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얼마 전 회사 주변 꽤 오래전부터 맛집으로 소문난 단골 국숫집에 들렀다 깜짝 놀랐다. 계산대는 아예 없어지고 맥도날드·롯데리아에서 봤던 키오스크만 덩그러니 벽에 걸려 있었다. 직접 주문해 결제하고 다 먹고 나면 그릇을 주방에 갖다 줘야 하는 식이다. 가게에 서빙과 계산을 돕던 알바생은 자취를 감췄다.

여기만 그런가. 집 주변 단지 내 상가에는 종종 가던 치킨호프가 얼마 전 사라지고 무인 코인빨래방이 들어섰다. 코로나19 탓이 아닐까. 치킨호프 주인이 코인세탁소 주인으로 전업했다. 물어봤더니 "코로나19보다 알바생·점원 월급 주기가 더 힘들다"는 답이 돌아왔다. 코로나19는 백신 맞고 언젠가는 진정될 거란 희망이라도 있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최저임금은 다시 낮아질 가능성이 제로란다. 고군분투하는 자영업 사장님들 사정도 딱하지만 제일 안 된 건 결국 알바에서 잘린 2030 청년들이다. 청년들이 부글부글하는 이유다.

정치권·정부는 이런 청년 민심을 돈으로 달랠 태세다. 청년층이 10만원 저축 시 정부가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30만원을 얹어 월 40만원까지 저축할 수 있도록 하는 저축통장을 내놓겠다고 한다. 3년 꼬박 부어봐야 720만~1440만원, 1년 대학 등록금 정도 돈이다. 해당 기사 댓글엔 "기회 달랬더니 또 꼰대처럼 돈만 집어준다. 세금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느냐"는 싸늘한 반응 일색이다.

청년들이 원하는 건 '노오력'에 비례한 일자리 기회다. 그런데 취업 문이 열려야 할 인천국제공항·도로공사 등 공기업들이 비정규직 전환에 열을 올리며 정작 자신들의 기회가 없어지고 있다는 현실에 분노한다. 밤을 새서 공부하는 것보다 노조 같은 '카르텔'을 잘 만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푸념이 판을 친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최근 대선 경선 후보들에게 '정년 연장·연공제 폐지·임금피크제 연동 신고용 정책' 등의 제안이 담긴 공약 개발 계획집을 전달했다고 한다. 최근 현대차 노조를 비롯해 노동계의 차기 정권을 겨냥한 가장 뜨거운 요구 사항이 바로 정년 연장이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고용 형태 변화는 불가피하고 대한민국 사회도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의도가 노조를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건 청년에게 신규 일자리 문을 열어줄 '노동 개혁'은 입도 벙긋 안 하기 때문이다. 청년 민심을 진짜 붙들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소수에게만 '기회' 문이 열린 비정규직 정책을 바꾸고 노조 카르텔부터 깨보란 얘기다.

[이지용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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