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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2030 1인가구 1년새 95만 급증 “집값 너무 올라 결혼을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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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전체 가구의 32%가 1인가구

무주택 가점 받으려 분가하기도

“가정 꾸리면 거주공간 지원 등 필요”

경기도 수원에서 원룸 생활을 하는 직장인 이모(33)씨. 3년 넘게 만난 여자친구와 아직 구체적인 결혼 계획을 세우진 못했다. 서울에 위치한 여자친구의 직장 근처에 신혼집을 꾸리고 싶지만 여력이 안 돼서다. 이씨는 “결혼할 마음은 있지만 일단 둘이 같이 살 형편이 안 되다 보니 계속 미루고 있다”며 “월급을 모아봐야 전셋값·집값 상승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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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1인 가구 비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씨와 같은 미혼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추세다. 아파트 등 주거형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일 통계청의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664만3000명으로 전체 가구의 31.7%를 차지했다. 1인 가구가 전년보다 8.1%나 늘면서 통계청이 2019년 발표한 예측치를 넘어섰다.

앞서 통계청은 2019년 ‘장래 가구 특별추계’를 발표하면서 지난해 1인 가구가 616만6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실측치인 664만 명은 2년 뒤인 2023년 1인 가구 추계치(663만7000명)를 웃돌 정도다. 이전부터 꾸준히 이어 온 1인 가구 증가세와 사회 현실 등을 반영해 추계를 잡았지만, 이를 상회했다. 장래가구 추계는 7월을 기준으로, 인구주택총조사는 11월을 기준으로 해 차이가 난다는 점을 고려해도 1인 가구 증가는 예상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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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평균가구원 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통계청 관계자는 “앞서 추계할 때 당시 1인 가구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했는데, 실제 가구 변화가 그보다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적으로 미혼 인구의 증가가 큰 영향을 미쳤다. 내년 공표할 장래가구 추계에 이를 새로 반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연령대별 1인 가구 증가 현황을 보면 20대와 30대 1인 가구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20대 1인 가구는 전년보다 14만9000명(13.3%)이 늘었고, 30대는 80만 명(7.7%)이 증가했다. 전체 1인 가구에서 40세 미만이 차지하는 비중도 37%로 전년보다 커졌다. 고령화에 따른 사별 등으로 나타나는 1인 가구 증가보다 미혼·만혼으로 인한 영향이 더 크다는 뜻이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러 복합적 이유가 있겠지만, 최근 1인 가구 증가는 부동산의 갑작스러운 폭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며 “부모 지원 없이 젊은 세대의 능력으로 집을 마련해 결혼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무주택 가점 등을 위해 부모 집을 벗어나는 1인 가구도 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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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1인가구 증가와 추계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발표한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2019년 1인 가구의 자가 거주 비율은 30.6%였다. 2017년부터 1인 가구의 주거 중 자가 비율은 줄어들고 있다. 같은 기간 전·월세 거주 비율은 증가했다. 특히 2019년 기준 1인 가구 월세 거주 비율은 47.3%에 달했다. 집을 구하지 못한 미혼 1인 가구가 전·월세를 전전하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김윤태 교수는 “출산장려금 100만원을 주고, 가족의 소중함을 교육하는 식이 아닌 1인 가구가 늘어난 이유를 분석하고 대책에 반영해야 한다”며 “가장이 생계를 부양하는 형태로 설계된 정부 정책을 전반적으로 손봐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인 가구가 늘어난다고 해서 원룸 형태의 공공임대 주택을 공급하는 식으로는 지금 환경에 계속 머무르라고 하는 것”이라며 “양육을 국가가 책임져 주는 형태로 가면서 1인 가구가 가정을 꾸렸을 때 거주 공간을 지원하는 것을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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