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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준석, ‘안산 탓’ 대변인 감싸고 정의당 비난…성찰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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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향한 언어폭력 눈감은 제1야당

안산에 책임 돌린 대변인에

“여성혐오 관점 없다” 두둔

정의당의 입장 표명 요구엔

‘스포츠 정쟁화’ 본질 흐리기


한겨레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운데)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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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안산 선수를 향한 남성 커뮤니티 공격의 원인을 안 선수 책임으로 돌린 양준우 대변인에 대해 “여성혐오적 관점에서 이야기한 적이 전혀 없다”며 두둔하고 나섰다. 도리어 정의당이 자신에게 안 선수 공격에 대한 입장을 질의하면서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악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안 선수에 대한 언어폭력 문제를 ‘커뮤니티 논쟁’, ‘스포츠 이슈’로 비틀어 본질을 왜곡하고, 정의당에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대표는 2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양 대변인의 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논평 형식이 아니라 본인 의견을 피력한 것이고, 논란의 시점이 어디냐에 대한 부분은 개인의 생각”이라며 “양 대변인이 만약 여성혐오라는 개념을 조금이라도 본인이 썼거나 아니면 거기에 대해서 부적절한 인식을 갖고 있다면 제가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어 “정의당에서 애초에 제가 20대 남성들의 의견을 대표한다는 듯이 저한테 입장을 밝히라고 했다. 그런 식으로 정치 희화화 하는 것은 아주 옳지 않다”며 “그 선수가 열심히 운동하고 메달을 따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 중에서 왜 정의당 같은 데가 뛰어들어서 커뮤니티 담론을 가져와서 상대 정당에 입장을 표명하라고 하나”라고 했다. 그는 또 “정치권이 개입해서 스스로 이득을 보기 위해 스포츠를 자꾸 사용하는 것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고, 이번에 정의당은 큰 실수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선수에 대한 남성 커뮤니티의 집단적 언어폭력을 ‘커뮤니티 논쟁’ 정도로 간주하고, 정의당이 이를 정쟁에 악용했다는 논리다.

정의당은 이 대표의 주장을 즉각 반박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이 대표는 그동안 안티페미니즘 세력을 키우며 자기 기반을 마련했다. 안 선수에 대한 성차별적 공격이 이뤄진 배경에는 이 대표의 책임이 있다”며 “쇼트커트를 했다고 ‘페미’라며 마녀사냥하는 데까지 나아간 현 상황에 이 대표가 자기 책임을 ‘손절’할 수 없는 이유”라고 짚었다. 안 선수를 향한 언어폭력이 횡행하고 이를 제1야당의 대변인이 이해한다며 ‘피해자 책임’까지 거론하는 정치적 토양을 이 대표가 마련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5월 일부 남성들은 지에스(GS)25 이벤트 홍보물의 집게손가락 사진이 남성혐오의 은밀한 징표라며 회사 쪽에 사과를 압박했고, 이준석 대표도 “지에스가 해명할 필요가 있다”며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이 대표가 안 선수를 향한 언어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책임’을 언급한 양 대변인의 글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감싸면서 결과적으로 폭력을 정당화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안 선수에게 행해진 행위는 언어폭력이고, 학대 범죄”라며 “이에 대해 ‘안 선수가 남혐 용어로 지목된 단어를 썼다’며 책임을 안 선수에게 돌리는 양 대변인의 글은 안 선수에 대한 폭력행위를 정당화한 것이며, 이 대표가 이를 두둔함으로써 사실상 이 사안의 본질을 회피하고 폭력을 함께 정당화했다”고 비판했다. 김 소장은 이 대표가 “여성이 처한 불평등과 차별을 부정하며 ‘능력만 있으면 최고’”라고 강조했던 능력주의 관점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한 이 대표의 입장 표명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정치권은 이 사안에 대해 여성에 대한 언어폭력이자 학대 범죄라고 단호하게 규정해야 한다”며 “능력이 최고인 여성이 메달을 따니 이런 폭력이 발생한 상황에 대해 (이 대표의) 의견을 충분히 물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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