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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전직 대통령 심판' 국민투표, 투표율 7%에 그쳐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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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5명 수사·기소 여부 묻는 투표…투표율 기준 40%에 크게 미달

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의 한산한 투표소
[로이터=연합뉴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에서 전직 대통령들을 부패 등의 혐의로 법정에 세울지를 묻는 국민투표가 치러졌으나 저조한 투표율로 인해 무효 처리됐다.

2일(현지시간) 멕시코 일간 레포르마 등에 따르면 선거관리 당국은 전날 치러진 국민투표의 투표율을 7.07∼7.74%로 추정했다. 전체 유권자 9천360만 명 가운데 700만 명가량만 투표한 셈이다.

개표 중간 결과에선 투표자의 97% 이상이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투표 결과가 유효하기 위한 투표율 기준 40%에 한참 못 미쳤기 때문에 개표 결과와 상관없이 투표는 무효가 됐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이번 국민투표는 직전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전 대통령을 포함해 1988년 이후 전직 대통령 5명을 당국이 수사하고 기소해야 하는지를 묻는 투표였다.

이전 보수정권들의 부패를 줄곧 비판해온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좌파 여당은 이번 국민투표가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절차이며, 뿌리깊은 '불처벌' 관행을 깰 역사적 투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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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전직 대통령 5명의 사진과 함께 국민투표 찬성을 독려하는 배너
[AP=연합뉴스]


그러나 야권에서는 '무의미한 정치 쇼'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전직 대통령의 범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 지금도 충분히 수사와 기소가 가능해 굳이 국민투표에 부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국민투표가 가결된다고 해도 당장 확인된 혐의가 없는 전직 대통령을 법정에 세우는 것은 아닌 만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대법원을 거치면서 복잡하고 모호하게 변한 국민투표 문항도 논란의 대상이었다.

"정의와 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해 관계 당국이 헌법과 법률의 틀 안에서 과거 정치인들이 한 정치적 결정을 규명하는 절차에 착수하는 데 동의하느냐"는 문항에 찬반을 답해야 하는데, 변호사조차 뜻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한 자릿수의 초라한 투표율로 마감되면서, 불필요한 투표에 5억2천200만 페소(약 303억원)의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날 "결과에 매우 만족한다"며 국민투표 시행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이번 투표 결과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심판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위법 행위 증거가 있으면 언제라도 당국이 수사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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