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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관계 개선 조건으로 한·미훈련 중단 요구… 고심 빠진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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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여정 한밤 담화 ‘후폭풍’

통신선 복원 대화 물꼬 기대감

北 전략적 요구에 제동 모양새

통일부 “기존에도 중단 요구”

정부 일각선 훈련 연기론 제기

훈련 2주 앞으로… 중단 어려워

美 “한·미 합의로 결정” 원론만

세계일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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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주장하는 담화를 낸 것은 다분히 계산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연합훈련 중단은 북한의 오랜 주장이지만,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으로 화해의 물꼬가 트일 무렵 남북관계 개선에 조건을 거는 듯한 담화를 냈기 때문이다. 정부는 통신선 연결은 남북관계 개선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고심이 큰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 개선 기대 시점에 훈련 중단 요구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은 종전에도 한·미연합훈련을 전후해 공식기구나 당국자 명의의 담화, 각종 보도매체 논평 등을 통해 이를 비난하고 중단 등을 요구해왔다”며 이 시점에서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한 김 부부장 담화의 시사점 등에 특별히 평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분석은 대체로 김 부부장 담화를 이제까지 북한의 주장과 같은 맥락으로 보는 정부 인식과 다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여정은 연락선 복원 이후 남북관계 진전의 속도, 범위 등은 결국 한·미 군사훈련 중단에 달려 있음을 명확하게 제시한 것”이라며 “이 문제 해결 없이는 우리 측에서 제시하는 연락선 복원 이후의 각종 후속조치들에 대해 협력하기 어렵다는 점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통신선 연결 직후라는 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6월 전원회의에서 한반도 주변 정세를 관리하겠다고 한 점 등을 감안한 듯 수위 조절을 한 흔적은 보이지만, 훈련 중단 여부를 남북관계 전환의 기점으로 보는 인식은 명확하다는 것이다.

연락선 연결 재개로 한껏 남북관계 개선의 기대를 키워놓고 갑작스럽게 김 부부장이 논평을 발표한 것 역시 북한의 전략적 판단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연락선 연결 재개 없이 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것보다 극적일 뿐 아니라 (대화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남측과 미국에 실패의 원인을 떠넘길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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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지난달 27일 군 관계자가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활용해 시험통화를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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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6일 진행되는 연합훈련은 이미 군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고 중단이 아닌 이상 되돌리기 어렵다. 북한도 이를 모르지 않고,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이 없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남 공세 재개를 위한 명분 쌓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정부, “연락선 복원 신뢰 회복 출발점”이라지만…

하지만 정부는 통신연락선 복원의 가치를 지켜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이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남북 간 통신연락선 복원은 오랜 기간 단절됐던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남북 간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라 인식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지난달 29일 화상회의 시스템 구축 논의를 제안하는 통지문을 남측 연락사무소장 명의로 북한에 보냈으나 아직까지 답신을 받지 못했다.

통신선 복원을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달리 한반도 상황이 꼬이면서 정부의 고심은 깊어질 전망이다. 정부 일각에서 훈련 연기론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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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 한미 연합상륙훈련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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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미 군 당국은 이번 훈련을 계획대로 시행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0일부터 나흘 동안 위기관리참모훈련을 통한 한·미 사전연습을 하고, ‘본 훈련’인 한·미 연합지휘소연습은 16일부터 열흘 남짓 진행하는 일정이다. 코로나19와 남북 관계 변화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훈련 일정과 규모는 협의 중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미 훈련이 2주 앞으로 다가온 이상 전격적인 규모 조정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 국방부는 이날 김 부부장 담화에 대해 “어떤 결정도 (한·미) 상호합의로 이뤄질 것”이라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지금까지와 같은 입장이다.

홍주형, 김범수, 구윤모 기자,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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