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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벨라루스에서 강제 송환 시도” 올림픽 육상 대표 ‘망명’ 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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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코치진 고발 뒤 출전권 박탈
공항서 일 경찰이 출국 막아
IOC 도움…폴란드대사관행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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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벨라루스의 육상 국가대표 선수가 코치진의 부정을 고발한 뒤 ‘강제 귀국’ 위기에 놓이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보호를 요청했다. 이 선수는 스포츠 스타에 대한 탄압이 잦았던 벨라루스의 전례로 인해 귀국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현재 도쿄 주재 폴란드대사관에 머물며 망명을 타진하고 있다.

벨라루스 육상 대표 선수인 크리스티나 치마누스카야(24·사진)는 지난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녹화 영상을 통해 “벨라루스 대표팀 관계자들이 내 허락도 없이 일본에서 강제 귀국시키려 하고 있다”며 “IOC에 도움을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가 SNS에 코치진의 태만 문제를 지적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 앞서 벨라루스 대표팀은 코치진의 태만으로 도핑 테스트를 받지 못한 일부 선수들이 출전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치마누스카야는 이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1600m 계주에 참가하게 됐으며, 이 문제를 SNS에 폭로했다. 하지만 벨라루스 정부 지지자들과 국영 언론 등은 오히려 그를 비판했다. 코치진은 나머지 경기에 대한 그의 출전권을 박탈했다.

그는 이날 대표팀 관계자들의 강요로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 터키 이스탄불행 여객기에 탑승할 예정이었으나, 일본 경찰의 도움을 받아 출국을 피할 수 있었다. 치마누스카야는 일본 경찰의 보호하에 도쿄의 한 호텔에서 머문 뒤 이튿날 폴란드대사관으로 거처를 옮겼다.

치마누스카야는 스포츠 매체 트리뷰나와의 인터뷰에서 “내 사건은 이제 스포츠연맹이 아니라 더 높은 차원의 문제가 됐다”며 “감옥에 갇힐까 두렵고 안전이 걱정된다. 현재 벨라루스는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가 공포감을 피력한 데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27년째 집권 중인 벨라루스의 정치적 상황이 작용했다. 현재 벨라루스올림픽위원장은 대통령의 아들 빅토르이며, 그간 반정부 시위에 동참하거나 야당을 지지한 것으로 추정되는 운동선수들을 감옥에 보냈다.

정부로부터 탄압받는 선수들을 돕는 벨라루스스포츠연대재단(BSSF) 측은 치마누스카야가 정부를 직접 비판한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IOC는 현재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있으며, 벨라루스올림픽위에 해명을 요청했다. 치마누스카야는 벨라루스에 돌아가지 않고,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 망명하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와 체코 등 주변국들은 그를 돕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치마누스카야의 남편도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로 탈출한 상태로 “조만간 아내를 폴란드에서 보고 싶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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