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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제발 분리수거 좀"…대학 청소노동자 먹다버린 배달음식에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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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음식 쓰레기에 대학 기숙사 청소업무 부담 급증

청소노동자 "기숙사는 '아오지탄광' 수준 중노동"

분리수거만 철저해도 부담 경감..의식 개선 필요

청소노동자 사망사건과 관련 결국 서울대가 고개를 숙였다. 고용노동부가 해당 사건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리자, 2일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기숙사 휴게실에서 사망한 50대 청소노동자 사건과 관련 고인과 유족에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오 총장은 2일 입장문을 내고 “고인과 유족, 그리고 피해 근로자 모든 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금주 내로 유족과 피해 근로자분들을 모시고 간담회를 개최해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위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한다”고 밝혔다.

일부 대학에선 청소노동자들은 기숙사를 '아오지탄광'에 비유하기도 한다. '강제노역'에 비유할 정도로 기숙사 청소업무가 과중해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아침, 저녁으로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학생들이 급증한 영향이 크다. 입주 학생 감소로 기숙사 재정이 악화하자 비용 절감을 위해 인원을 감축한 것도 청소노동자들의 업무 부담을 늘리는 데 한 몫을 했다.

가장 큰 원인은 배달음식 주문의 급증이다. 통계청이 7월 6일 발표한 '온라인쇼핑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총 16조 594억원의 온라인쇼핑 거래액 중 음식서비스의 비중(13.3%)이 가장 컸다.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전년동월대비 8210억원이 증가해 가파른 성장을 보였다.

대학 캠퍼스도 배달음식 전성시대다. 한국외대 한 기숙사생은 "코로나 탓에 아무래도 밖에 나가기보다 간편한 배달음식을 선호하게 된다. 기숙사 전체로 봐도, 배달이 늘어난 것을 방마다 쌓이는 쓰레기로 체감한다"고 말했다.

한양대 기숙사생도 "6시 이후 3인이상 제한 탓에 식사자리 갖기도 쉽지 않아 차라리 배달음식으로 저녁을 해결하는 일이 잦아졌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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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대학 기숙사에서 배출된 쓰레기
(사진=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이같은 배달 급증은 기숙사 담당 청소노동자들에겐 직격탄이다.

"기숙사를 '아오지 탄광'이라고 불러요. 얼마나 일이 많고 고되면…" 한국외대 청소노동자 C씨의 말이다. 코로나 19 이후 대학 상주 인원이 줄어들어 청소일도 함께 줄어든 다른 건물에 비해, 기숙사는 오히려 업무 과중 상태라는 설명이다.

C씨는 이어 "주말에도 불려 나간다. 아침 4시에 일어나 준비를 해야 하는데, 솔직한 말로 6만원 받고 누가 그러고 싶겠냐"고 한탄했다.

경희대 행복관 기숙사는 수용인원이 약 1000명에 달하는 데 비해, 청소노동자는 단 2명뿐이다. 청소 업무는 경비원과 청소노동자가 담당한다.

경희대 청소노동자 D씨는 "(코로나 19 이후) 인원 감축이 있었는데 월급은 오히려 줄었다. 전에 없던 주말 출근도 생겼다"고 전했다.

한국외대 기숙사 청소를 맡고 있는 A씨는 "(전에 비해) 업무가 말도 못 할 정도로 늘었다"며 "배달음식의 양도 양이고, 일회용 용기에 담겨져 배달되는 특성상 분리수거 할 것이 많아 더욱 품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분리수거를 담당하는 경희대 경비원 B씨도 "기숙사가 열려 있는 24시간 중 배달이 없는 시간대는 없다"며 "하루에도 몇 번씩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찌그리'가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찌그리'는 청소노동자들이 배달음식 봉투를 찢어 내용물을 분리하는 일을 부르는 은어다. 배달 온 그대로 봉투에 묶어 내놓은 쓰레기는 청소노동자들이 하나하나 찢어 분리해야 한다.

한양대 청소노동자 E씨는 "(학생들이) 보통 먹은 그대로 내놓기 때문에, 봉투 찢어 분리수거하는 일만 해도 한세월"이라며 "안에 음식물, 포장지, 캔 모두 다시 분리한다. 분리수거 상태가 미흡하면 구청에서 수거를 안 해간다"고 푸념했다.

청소노동자들은 한목소리로 학생들의 분리수거 의식 제고를 바랐다. "학교도 재정이 어려운 것은 안다. 그러나 학생들을 상대로 한 분리수거 교육은 학교 측에서 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 학생들이 조금만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냅타임 전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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