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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청와대 떠난 이광철…공수처, ‘주요 사건 관계인’ 소환 저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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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20년 1월 29일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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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조만간 ‘윤중천씨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및 유출’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광철(51·사법연수원 36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소환할지를 저울질하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달 20~21일 이 전 비서관의 자택과 청와대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어 이 전 비서관은 지난달 말 이기헌 신임 민정비서관의 임명으로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래 4년 3개월 동안 일했던 청와대를 떠났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최석규)는 이 전 비서관에 대한 소환조사 시기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 전 비서관을 소환한다면 지난번 청와대 및 자택 압수수색 때와 마찬가지로 ‘주요 사건 관계인’이라고 한다. 현재로선 공식적으로 참고인 신분이다. 압수물 분석과 소환 조사 결과에 따라 “어느 정도 혐의가 입증됐다”는 판단이 선다면 이규원 대전지검 부부장검사(44·36기·공정거래위 파견)와 함께 피의자로 전환될 수도 있다.



성접대 공여자 윤중천 면담 보고서 허위 작성 관여 의혹



공수처는 최근까지 이규원 검사를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 단원이던 2018년 12월~ 2019년 1월 윤중천씨를 6차례 면담한 뒤 허위 면담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로 3차례 소환 조사했다. 윤중천씨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원주 별장 등지에서 성 접대를 제공한 인물이다. 이 검사가 작성한 문제의 보고서가 이후 일부 언론에 유출돼 윤갑근 전 대전고검장 등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면서 사건이 불거졌다. 2019년 10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별장에서 수차례 접대를 받았다”라는 한겨레신문 오보로 이어지며 7개월 만에 사과하는 일도 벌어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앞서 지난 3월 17일 윤 전 고검장의 명예훼손 고발 사건과 별도로 이 검사의 허위 공문서 작성 및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 사건에 대해선 공수처에 이첩했다. 이어 공수처는 4월 말 이 사건에 ‘공제 3호’란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공수처의 ‘검사 1호’ 사건이다. 여기에 이 전 비서관도 관여한 건 아닌지 공수처는 의심하고 있다. 앞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규원 검사와 이 전 비서관이 2019년 윤중천씨 면담 전후로 여러 차례 통화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이와 관련 7월 20~21일 이틀에 걸쳐 이 전 비서관을 압수수색했다. 당초 하루 안에 자택과 청와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려 했지만, 청와대가 “이 비서관이 자택 압수수색 때문에 사무실에는 출근하지 않아 PC 등 자료를 열람할 수 없다”며 막아선 탓에 지연됐다. 청와대는 이튿날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제출했고, 공수처는 자료가 영장에 적힌 대로 충분히 확보됐는지 검토해왔다.

법조계에선 이 전 비서관이 지난달 31일 청와대를 떠난 건 공수처로선 수사의 부담을 덜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전 비서관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검찰이 지난달 1일 기소하자마자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즉각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후임 인선을 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한 달 가까이 시간을 보낸 뒤 지난달 30일에서야 이기헌 신임 민정비서관을 내정하고 다음 날 교체했다.

수사의 최종 책임자인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여름 휴가를 보내고 복귀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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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김진욱 공수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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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 시기, 피의자 전환…이규원 입에 달렸다” 지적도



공수처가 이 전 비서관을 소환할 수 있는 분위기는 조성됐지만, 소환 시점은 이규원 검사에 대한 한두 차례 추가 소환조사 이후로 늦춰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압수수색 자료와 주요 피의자인 이규원 검사의 진술 등이 얼마나 탄탄한지에 따라 소환 가능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충분한 증거 없이 소환했다간 이 전 비서관이 크게 반발해 역풍이 불 수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 전 비서관 소환과 관련해 “확인해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수차례에 걸친 중앙일보의 인터뷰 요청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공수처는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외압’ 사건도 별도로 입건해 수사 중인데, 여기에도 이 전 비서관이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져 있다. 검찰의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공소장을 통해서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비서관은 2019년 6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이규원 검사에 대한 불법 출금 혐의를 수사하자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이 검사가 곧 유학 갈 예정인데 수사받지 않고 출국할 수 있도록 검찰에 말해달라”는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한다.



윤석열 사건 고발인 조사도 안 해…정치개입 논란 피하나



공수처가 이 전 비서관 수사에 집중하는 사이 윤석열 전 총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한 수사는 입건 후 2달 가까이 지났는데도 진척이 없어 대조된다. 윤 전 총장은 ‘옵티머스 사태 부실 수사’ 의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으로 공수처에 각각 고발된 상태다. 고발인인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대표는 “공수처가 고발인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어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한 법조인은 “윤 전 총장이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상황에서 공수처가 수사를 진행하면 사사건건 정치적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김 처장이 이를 의식하고 당분간 방치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추측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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