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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뮤지컬 해적이 묻네, 잃어버린 꿈이 무엇이냐고 [이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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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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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1720년대 초반, 카리브 해안가 가난한 마을에 살았던 청년 루이스. 소설을 쓰겠다며 학교를 그만두고 지난 밤 유서를 써내려간 그는 다음날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 바로 '해적'이라는 꿈 말이다. 유약한 펜을 든 청년의 꿈이 마치 허황되게 보이기도 했지만 마냥 허튼소리라 할 수 없는 것이 그의 아버지 하워드가 해적이었기 때문이다.

어느날 마지막 항해에서 돌아 온 아버지는 매일 술을 마시다 사흘 전 세상을 떠났다. 어린시절 항구에서 보았던 해적들과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황홀해 했던 기억을 안고 살았던 루이스는 아버지가 남긴 유품 속에서 보물섬 로우즈 아일랜드의 지도를 발견한다. 때마침 아버지의 옛 동료이자 해적 선장 칼리코 잭이 보물지도를 찾기 위해 루이스를 찾아오고 보물지도를 뱃속에 삼켜버린 루이스는 항해에 자신을 데려가지 않으면 길을 알려줄 수 없다고 배짱을 부린다. 이제는 함께 승선할 해적 동료들을 모을 차례. 총잡이를 구하던 잭이 어느날 들른 선술집에서 만난 앤 보니. 남편에게서 도망쳐 이곳에 머물던 앤 보니가 화려한 사격 솜씨를 보여주며 함께 하겠다 나서고 여성이라 안된다며 만류하던 잭은 남장을 하겠다는 앤의 말에 결국 선원으로 데려간다.

여기에 어린시절부터 가난한 집안 때문에 죽은 오빠의 행세를 하다 군대까지 다녀온 메리 리드가 칼잡이로 합류한다. 어찌보면 매우 이상한 조합이지만 어쨌거나 배부른 부자들의 육지에서 쫓겨난 이들은 바다 위에서 함께 길을 잃어가며 동료애를 쌓는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로우즈 아일랜드에 도착한 이들이 마주한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 과거 수많은 보석 앞에서 벌어진 참극의 현장을 목도하고 이곳이 보물섬이 아니라 해적들의 공동묘지였음을 깨닫는다. 그곳에서 갑판장 하워드가 반란을 일으키고 거기에 해적 헌터인 영국군의 추격까지 받으며 잭의 해적선은 위기를 맞는다. 해적들의 황금시대 말기 실제 있었던 두 여성 해적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상상력이 더해진 뮤지컬 '해적'은 두 시간 남짓의 공연에서 기존의 질서를 거부하고 새로운 꿈을 향해 떠난 젊은이들의 모습을 활기차게 담아낸다.

'해적'(사진)은 젊은이들이 꿈을 찾아 바다로 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 과정에서 우리가 잃어버렸던 꿈은 무엇이었나를 깨닫게 한다. 그렇다고 마냥 긍정적인 환상동화를 그려내지는 않는다. 차디찬 현실의 벽 앞에 부서지는 모습을 은유하는데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 순간에도 희망은 남아있음을 노래한다. 이 작품은 두 명의 배우가 각각 두 명의 역할을 소화하는 2인극으로 배우들의 연기 역량이 크게 좌우하는 공연이다. 한 배우가 남성과 여성 배역을 모두 소화해야 하기에 캐스팅도 젠더 프리로 설정됐다. 공연은 29일까지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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