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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작도 안 한 ‘탈원전’이 어떻게 ‘전력 대란’ 일으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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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13일 국회에서 열린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범국민 서명운동본부’ 발대식에서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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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나치 정권의 선전장관 괴벨스는 여론 조작의 비결로 메시지의 단순화와 반복을 강조했다. ‘문제를 가장 단순하게 축소하고, 단순한 용어와 형태로 끊임없이 반복하라’는 것이다. 그 충고를 잘 따른 선전술의 전형을 우리는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로드맵’에 대한 집요한 공격이 바로 그 사례다. 전력이나 에너지와 관련해 걱정스러운 일은 모두 ‘탈원전 탓’이라고, 근거도 없이 마구 우기는 수법이다.

처음에는 미세먼지를 두고 ‘탈원전 탓’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전력의 적자, 예정된 전기요금 할인 축소를 ‘탈원전 탓’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2019년 4월 초 강원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도 ‘탈원전 탓’이라고 억지를 부렸다. 최근 폭염으로 전력 사용량이 늘어 전력예비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이것도 ‘탈원전 탓’이라는 소리가 요란했다.

‘탈원전 탓’을 쉼 없이 반복함으로써 여론을 만드는 데는 적잖은 성과를 거둔 것 같다. 한국갤럽의 정기조사 결과를 보면, 2018년 6월 넷째 주 원전 ‘축소 대 확대’ 의견이 ‘32 대 14’(유지 40)였는데, 올해 1월 넷째 주엔 ‘29 대 25’(유지 36)로 달라졌다. 여전히 ‘축소’ 의견이 ‘확대’보다 많기는 하지만, 차이가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러나 미세먼지와 전기요금 등을 ‘탈원전’과 연관시키는 것은 황당한 주장이다. 왜냐하면 문재인 정부 들어 원전 설비와 발전량 모두에서 ‘탈원전’이라고 할 만한 감축이 없었기 때문이다. ‘탈원전’은 그것을 비난하고 싶은 사람들이 만든 ‘허깨비’일 뿐이다. 쉼 없이 반복해서 주장하니, 실체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고 있을 뿐이다.

1978년 4월 고리 1호기가 상업운전을 개시한 이래 우리나라 원전 설비는 2016년까지 계속 증가했다. 고리 1호기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6월 영구정지가 결정됐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0월24일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발표했다.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재개하되 나머지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은 백지화하고,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을 금지하고,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한다는 것이 뼈대다. 60년 넘게 걸리는 이 ‘단계적 탈원전’ 계획에 따르면, 원전 설비는 앞으로도 한동안 증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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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국전력의 <전력통계월보>를 보면, 국내 원전 설비용량은 2016년 2만3116㎿(메가와트)에서 2017년 고리 1호기, 2018년 월성 1호기 폐쇄로 조금 줄었다가 2019년 역대 최고치인 2만3250㎿로 다시 증가했고, 이 상태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 2019년 8월29일 새로 지은 신고리 4호기(1.28GW)가 상업운전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년 초 상업운전을 시작하는 신한울 1호기(1.4GW), 현재 건설 중인 신한울 2호기와 신고리 5·6호기는 앞으로도 원전 설비를 늘릴 것이다.

원전의 전력 생산량도 2016년 16만1995GWh(기가와트시)에서 2018년 13만3505GWh로 감소했으나 이후 다시 증가하고 있다. 2020년에는 16만184GWh까지 늘어났다. 원전의 전력 생산 비중도 2018년 23.4%에서 2020년 29.0%까지 커졌다. 원전 전력 생산량은 가동률이 좌우하는데, 2018년 66.5%까지 떨어졌다가 2020년 74.8%까지 상승했다.

원전 설비 용량과 전력 생산량 통계는 ‘탈원전’이 사실상 진행된 게 없음을 보여준다. ‘탈원전 탓’을 하는 이들은 신고리 4호기와 신한울 1호기의 신설은 거론하지 않고, 월성 1호기의 영구정지만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그런데 월성 1호기가 2016년 생산한 전력은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의 0.6%에도 미치지 못했다. 미세먼지나 전기요금, 전력예비율 등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만한 존재가 애초부터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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