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구입비 6兆 넘어가나…화이자·모더나 가격 인상에 ‘부스터샷’ 불똥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이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비대면 정례브리핑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미국 제약사인 화이자와 모더나가 유럽연합(EU)에 공급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가격을 인상하면서, 우리 정부가 내년에 도입할 ‘부스터샷(추가 접종)’ 비용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2일 코로나19 상황 백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금년까지 국내에 도입하기로 이미 체결된 (백신) 가격에는 영향이 없다”면서도 “내년도에 계약하려고 협의하는 부분에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손 반장은 “현재는 협상 초기 단계라서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향후 협상 과정에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전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은 화이자와 모더나가 유럽연합(EU)에 공급하는 백신 1회분의 가격을 기존 대비 각각 25.8%, 12.8% 인상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1회분 가격을 보면 화이자는 15.5유로에서 19.5유로, 모더나는 22.6달러에서 25.5달러로 오른다.

우리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보면 질병관리청은 올해와 내년 코로나19 백신 도입을 위해 약 5조 3000억원을 집행키로 했다. 질병청은 작년과 올해 미리 반영한 3조 5617억원에 지난 2차 추경을 통해 화이자 백신 4000만회분 구입비와 내년에 쓸 부스터샷 5000만회분 선급금으로 1조4516억원을 더 받아냈다.

그런데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당시 부스터샷 5000만회분에 대해 “백신 제조사와 도입 물량, 계약 조건, 시기 등을 협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와 백신 회사 간에 내년 부스터샷 가격 협상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뜻이다.

질병청이 2차 추경으로 확보한 예산 일부가 ‘선급금’인 것을 감안하면, 업계에서는 이번 인상분을 포함해 우리 국민을 위한 코로나19 백신 구입비로만 6조원 가량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모더나 백신 가격 상승분(3달러)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도 1720억원 가량이 추가로 더 든다.

정부는 백신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국산 백신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반장은 “단순히 가격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백신을 공급하는 제약회사는 소수에 불과하고, 구매하려는 국가는 전 세계 모든 국가이다 보니 협상 과정에서 구매자가 공급자보다 비교 열위에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손 반장은 “mRNA 백신은 다른 백신보다 효과가 좋다는 평가가 있어 그런 상황이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안정적인 공급 기반과 다른 제약사와의 협상 문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등을 고려할 때 어떤 형태로든 자국 내에서 개발·생산한 백신을 보유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화이자와 모더나가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EU 내의 백신 수급 상황에 더해 다른 제품과 비교해 mRNA(메신저 리보핵산) 계열 백신의 뛰어난 예방 효과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했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자사 백신의 효과성을 근거로 가격 인상에 나섰다는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과 비교해 델타 변이 등에 대응한 mRNA 백신의 효과성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명지 기자(mae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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