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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델타 팬데믹' 국내 확진자 20만명 돌파, 7월에만 20%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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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누적 확진자 2억 눈앞…백신 양극화 심화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환자가 2일 20만명을 넘어섰다. 전 세계 코로나19 환자는 2억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코로나19와의 전쟁 양상을 완전히 바꿔 놓으며, 새로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됐다는 경고가 나온다. 선진국이 추가 접종(부스터 샷)을 위해 백신을 사 모으면서 세계적인 백신 양극화 현상은 더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일 0시 기준 신규 환자가 1219명 추가로 발생해 누적 환자가 20만1002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누적 환자가 20만명을 넘어선 건 지난해 1월 20일 첫 환자가 나온 이후 1년 6개월여 만(560일)이다. 1년 2개월 만인 지난 3월 25일 누적 환자가 10만명을 돌파했는데, 배로 늘기까지 4개월 여(130일)밖에 안 걸렸다. 해외유입 환자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감염된 확진자는 2일 기준 누적 18만8982명인데 20.8%(3만9402명)가 7월 한 달간 쏟아져 나왔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이끄는 4차 유행의 위세다. 코로나 신규 환자는 27일째 1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런 상태가 한동안 더 지속할 거로 당국은 보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일 브리핑에서 “확진자 수가 신속하게 감소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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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비가 내린 2일 대전의 한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의료진에게 검사 받기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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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은 최근 1주간(7.25.∼8.1) 코로나19 국내 발생 신규환자는 일평균 1506명으로 전주(일평균 1465명) 대비 2.8% 증가해 지난주에 이어 전국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 확진자도 최근 급증하면서 누적 환자가 2억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2일 오후 5시 30분 기준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집계를 보면 누적 환자는 약 1억9907만명이다. 중국 우한에서 첫 환자가 보고된 2019년 12월 31일로부터 1년 1개월 만인 올해 1월 26일 1억명 기록을 세웠는데, 같은 규모가 늘어나는 데 걸린 시간은 역시 훨씬 짧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주간(7.19~25)신규 환자는 미국에서 50만명 넘게 발생해 가장 많고 브라질, 인도네시아, 영국, 인도 등에서도 20만~30만명대 환자가 나오고 있다.

최근 공개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내부 문건에 따르면 델타 변이는 1명이 8~9명을 감염시킬 만큼 전파 능력이 강하다고 한다. 수두와 맞먹는 수준이다. 최근 중국에서도 델타 변이 잠복기가 이틀 정도 짧고, 델타 변이 감염자의 체내 바이러스가 기존 바이러스 감염자보다 1260배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가 업데이트돼 강력해졌다. 코로나 팬데믹 시즌 2가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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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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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회복을 준비하던 나라들은 델타 확산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한 자릿수에 머물던 신규 확진자가 최근 2000명 넘게 나오고 있는 이스라엘에선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와 면역 증명서인 그린 패스 조처가 복원됐다. 미 CDC는 지난달 27일 백신을 접종했다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존 방침을 철회하고, 감염률이 높은 지역에선 접종했더라도 실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도록 권고했다. 영국에선 지난달 19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등 방역 규제를 대거 푸는 '자유의 날'을 선언했지만 우려가 여전하다. 성인 3784명을 대상으로 통계청이 조사한 결과에서 마스크를 여전히 쓰고 있다고 답한 이가 95%로 마스크 의무가 해제되기 직전과 같았다고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델타에 맞서 부스터 샷 접종에 나선 국가도 늘고 있다. 접종 모범국인 이스라엘에서 지난달 30일 60세 이상 고령층 부스터 샷 접종을 시작한 데 이어 미국에서도 부스터 샷이 필요다하는 발언이 당국자 입에서 나오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최근 면역이 저하된 일부 국민이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미국 백악관은 부스터 샷 가능성에 대비해 화이자 코로나 백신 2억회 접종분을 추가로 구매했다. 영국 정부도 3200만명의 50대 이상 성인과 면역이 떨어진 사람 등에 대해 9월 6일부터 추가 접종을 시작하기로 했다.

선진국의 부스터 샷 접종이 늘수록 펜데믹 종식 노력은 더뎌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접종률이 낮은 곳에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어서다.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지는 최근 “부유한 국가들이 백신을 비축하고 있다는 것은 개발도상국 상당수가 한동안 미접종 상태일 것이라는 걸 의미하며, 여기서 더 많은 변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선진국은 인구의 40% 가까이가 백신을 접종했지만, 신흥국은 11% 수준이라며 “광범위한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으면 델타처럼 전염성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가 또 출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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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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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국내 수급에 미칠 영향도 우려된다. 김우주 교수는 “델타 변이를 겨냥한 부스터 샷 임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향후 기존 생산라인에서 델타 변이 백신을 만들고 미국, 영국, 유럽 등에 공급한다면 예정됐던 국내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신종플루 때 이종구 전 질병관리본부장이 직접 벨기에를 방문해 물량 확보에 나섰던 것처럼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장관 누구라도 나서 백신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국이 내건 접종률 70% 목표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지금처럼 70% 접종을 전제로 한 11월 집단면역을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이걸 얘기하던 때와 지금은 너무 상황이 달라져 목표를 달리해야 한다. 코로나 제로를 만들 수 없다는 전제하에 중증환자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전 국민 70%에게 접종해 유행을 한 번에 차단하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며 “코로나바이러스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인정하고, 코로나19를 특별하지 않은 감염병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고위험군 접종 완료를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 접종을 할 경우 감염도 완전하지 않지만 큰 폭으로 감소하며, 사망확률도 매우 낮아진다. 중증화 예방 효과에 기대를 걸고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부스터 접종을 미리 계획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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