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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與 언론법 개정은 기본권 침해…국회 통과돼도 위헌결정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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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 재갈 물리는 與 ◆

매일경제

'헌법주의자'라 불릴 만큼 국내에서 손꼽히는 헌법 전문가인 이석연 변호사가 '가짜뉴스'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지우는 내용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반(反)헌법적 폭거'라고 정의 내렸다. 행정고시와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법제처와 헌법재판소에서 20여 년간 공직에 몸담았던 점잖은 그이지만, 인터뷰 도중 여러 번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헌법적 폭거라고 정의 내린 이유로 헌법 교과서에 나오는 '과잉 금지의 원칙'을 들며 개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졌다.

2일 매일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변호사는 "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혹시나 이달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되더라도 헌법재판소에 간다면 위헌 결정이 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헌법재판관의 진보·보수 성향을 떠나 헌법상의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을 강행할 경우 언론 5단체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는 것을 비롯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적극 저지에 나설 것임을 밝힌 바 있다.

과잉 금지 원칙이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이 헌법적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목적의 정당성, 침해의 최소성, 수단의 적합성, 법익의 균형성 4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는 헌법상 원칙을 말한다. 그는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4가지 요건 가운데 적어도 3가지가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목적의 정당성'은 어느 정도 인정된다고 했다. 개정안의 목적은 왜곡 보도로 인한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피해자 구제를 현실화하자는 것이다. 다만 개정안은 '피해자'에서 감시의 대상인 공적 인물과 사인을 구분하지 않았다.

다음의 3가지 요건은 모두 충족되지 않는다. 먼저 '침해의 최소성' 요건이 맞지 않는다. 개정안은 허위·조작 보도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언론사에 피해액의 5배까지 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했다. 형법과 민법에 명예훼손과 모욕죄에 따른 형사처벌과 민사 배상 규정이 있는데도 이 같은 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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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 손배법 반대 투쟁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맨 오른쪽)를 비롯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2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언론규제법에 반대하며 시위 중인 KBS노동조합 관계자들을 찾아 격려 발언을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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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변호사는 "침해의 최소성이라 함은 기본권을 제한할 때는 적절한 것일지라도 가능한 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민법상 언론사에 피해액만큼 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데, 이를 최대 5배까지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수단의 적합성'에도 어긋난다. 개정안은 보도의 고의·중과실 여부에 대한 입증 책임도 언론사에 지웠다. 언론사에 징벌을 가하면서 입증 책임까지 지운다는 것은 권력층 비리를 추적하지 말라는 것이다. 반론·정정 보도도 같은 지면의 2분의 1 이상 크기로 하도록 했다. 이 변호사는 "손해배상에서 입증 책임은 손해가 있다고 주장하는 쪽에 있다는 현행 민법과 충돌한다"며 "법체계에 따라 언론사가 입증 책임까지 지는 것은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요건인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를 제약함으로써 침해되는 국민의 알권리와 얻어지는 사익(피해자의 이익)을 비교해 보면 침해되는 공익이 더 크다는 것. 그는 "개정안은 피해액의 5배까지 배상토록 한 것도 모자라 언론사 매출액의 1만분의 1이라는 손해배상 하한액까지 설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요 신문사의 매출액이 2000억원대임을 감안하면 하한액을 2000만원으로 둔 것이다. 그는 "피해액 산정을 언론사의 매출액과 연동한 것은 세계에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주요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헌법적 가치를 제약할 때는 다수결이나 선출된 권력일지라도 함부로 결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언론중재법 개정에 국민 절반 이상이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일 나왔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30일 전국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찬성한다는 응답은 56.5%, 반대는 35.5%로 집계됐다.

[박윤예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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