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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中 거세진 '샤프파워' 압박에…굳건한 한미동맹으로 맞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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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지식포럼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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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동맹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았다는 인식과 의문이 제기됐는데,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공동의 조치도 필요하다.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해서도 각 국가들이 미국이 동맹을 대하는 태도를 평가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샤프 파워(은밀한 영향력 행사)가 중국의 전술이라고 본다면, 사드 문제에 부분적으로 이 같은 전술이 통했다고 생각한다."(임호영 전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과 임호영 전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이 하버드 케네디스쿨 벨퍼 센터가 주최한 오픈 세미나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교훈'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가 기조 발언자로 참여한 세미나는 '한미동맹은 사드 배치 때 중국의 강압에 어떻게 대응했나'라는 주제로 지난달 20일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사드 배치 당시 상황, 중국의 경제 제재에 대한 한미동맹의 대응, 한미 지도자들이 비슷한 압박이 올 경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앞으로 동맹의 방향이 핵심 주제였다.

임 전 부사령관은 "2016년은 1월에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고 4월부터 10월까지 '무수단'이라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 9월에 5차 핵실험을 감행한 해였다"며 "사드는 북한 핵·미사일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하는 긴급한 사태여서 배치된 것"이라고 말했다. 무수단 미사일이 고각으로 발사되면 낙하 속도가 너무 빨라 당시 한국 패트리엇으로는 대응할 수 없었고, 무수단을 방어할 수 있는 전 세계 유일의 방어수단이 사드였다는 설명이다. 브룩스 전 사령관도 "당시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일본을 향해 발사하는 등 '우리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면서 '억제력'이 사라지고 있었다"며 "사드는 북한에 대한 억제력을 되찾고자 하는 방어적인 행동이었고 상징적인 의미가 전혀 없었다. 중국에도 이 같은 점을 수차례 설명했고, 한미 양국이 1년 이상 논의 후 의결을 거쳐 배치가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세미나에서는 중국이 경제적 보복 외에 '샤프 파워' 전술도 일부 사용한 것으로 해석됐다. 군사력·경제력 같은 '하드 파워'나 문화적 힘인 '소프트 파워'와 달리 좀 더 은밀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 민주주의 기반을 공격하는 전술로 선거 절차, 소셜미디어, 정치·학계에 접근했던 전략이다. 미국 대선과 호주 정치권에서 큰 이슈가 됐던 문제들이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날 수 있다고 본 셈이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중국은 한미동맹의 결정을 와해시키기 위해 경제적 제재 수단을 사드 용지 골프장 소유주인 롯데에 집중시켰다"며 "롯데만을 표적으로 한 덕분에 중국 공산당이나 정부가 범정부적 입장을 취해 부담을 떠안을 필요도 없었다"고 말했다.

임 전 부사령관은 "2000년에 관세보복을 맞은 적이 있지만 2001년에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기 때문에 사드 문제로 무리하게 보복을 하지 않을 것으로 많은 사람이 생각하고 있었다"며 "중국 관광 전면 금지, 문화교류 금지, 롯데마트 상품 파괴, 불매운동 등은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는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충분히 비슷한 방법으로 동맹을 압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한미동맹이 (중국의 보복 조치) 이후 어떻게 대응했냐는 부분에서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며 "중국의 호응을 끌어내 북한의 행동을 바꾸고자 했지만, 당시에 좀 더 강단 있게 나갔더라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전 부사령관은 "중국의 경제적 압력이 들어왔을 때 미국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중국의 지정학적인 경제 보복이 계속될 것이고 상당히 일상화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동맹은 이러한 것에 같이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지켜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도널드 트럼프와 문재인정부 사이에서는 사드에 대해 좀 더 거래적인 관계가 형성되면서 갈등이 생기고, 중국과 러시아의 압박에 취약해진 측면이 있다"며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해서도 동맹뿐만 아니라 가치관이 유사한 국가끼리 함께할 필요가 있고, 미국이 동맹을 위해 소극적으로 나온다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공동의 조치도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하버드대 공동면담에 이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공동 명의로 '북한과의 일괄 타결'이라는 기고문을 냈다. 예비역 미군 대장과 한국군 대장이 같이 기고를 낸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기고문에서도 경제적·정치적 보복에 대한 한미동맹의 공동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일부 대선 후보의 '인기 영합적 민족주의, 국방의 정치화'를 비판했다. 두 사람은 오는 9월 14~16일 열리는 세계지식포럼에 연사로 참여해 '한반도 평화와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해 한미 양군을 각각 맡았던 책임자로서 허심탄회하게 대담을 나눌 예정이다.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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