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임대차법 1년…전셋값 치솟고 매물 급감 ‘내년이 더 두렵다’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전셋집에 거주하는 최 모 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올 가을 전세 만기를 앞두고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기 때문이다. 급하게 동네 공인중개업소에 전세 매물을 문의했지만 인근 단지까지 매물이 씨가 마른 데다 그나마 나온 매물은 기존 전셋값보다 최소 1억~2억원씩 높았다. 최 씨는 “이미 전세 대출 한도가 꽉 찼고 초등학생 자녀 전학 때문에 멀리 이사 가기도 어려워 답답하다. 세입자를 위한 임대차법이라지만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정작 세입자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매경이코노미

정부가 임대차법을 시행한 지 1년이 지나면서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으로 임대차 시장 혼란이 커졌다. 사진은 서울 강동구 고덕지구 아파트 단지. <윤관식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임대차 시장 갈수록 혼란

▷전셋값 급등에 ‘이중 가격’ 속출

정부가 임대차법을 시행한 지 1년이 지나면서 임대차 시장이 더더욱 혼란으로 치닫고 있다. 서울, 수도권 주요 단지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세입자들이 전셋값 마련에 골머리를 앓는가 하면 집주인은 집주인대로 무조건 4년 계약을 해줘야 한다며 불만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을 담은 임대차법을 전격 시행했다. 전월세상한제는 계약 갱신 때 임대료 상승폭을 5%로 제한하는 제도다. 계약갱신청구권은 기존 2년인 임대차 계약을 한 번 더 연장해 4년으로 늘릴 수 있도록 한 개념이다. 올 6월부터는 전월세 거래 신고 의무를 담은 전월세신고제까지 도입해 임대차 3법을 완성시켰다.

정부는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해 임대차법을 도입했다지만 정작 전세 시장은 온갖 부작용이 속출하는 양상이다.

먼저 전셋값부터 이상 급등했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은 지난해 7월 4억9921만원에서 올 7월 6억3483만원으로 1년 새 27%가량 뛰었다. 서울 강남권은 같은 기간 5억8483만원에서 7억4009만원으로 올랐고, 강북권은 4억180만원에서 5억1506만원으로 상승했다. 이는 평균치일 뿐, 서울 인기 단지 전셋값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다. 서초구 반포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전세는 최근 23억원에 실거래됐다. 1년 전인 지난해 7월 거래 가격(15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7억원 넘게 올랐다.

서울 전셋값만 급등한 것도 아니다. 전국 아파트 평균 전셋값도 같은 기간 24.6%(6280만원) 뛰었다. 세종(8864만원), 경기(8462만원) 등도 1년 새 전셋값이 각각 47.7%, 31.4%씩 올랐다. 서울과 인접한 남양주, 고양, 의왕 등의 신축 아파트 전셋값은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1억~2억원씩 뛰었다.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전세의 월세화’도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임대차법 시행 이후인 지난해 8월부터 올 5월까지 10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13만6508건으로 이 중 34%가 반전세, 월세 거래였다. 임대차법 시행 직전 10개월 평균(28.1%)과 비교하면 6%포인트가량 늘었다. 강남권 일부 단지는 전세보다 월세 계약이 더 많다. 반전세는 준월세(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 치)와 준전세(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 치 초과)를 합한 개념이다. 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 치 이하인 임대차 형태다.

반전세, 월세 비중만 높아진 것이 아니라 임대료도 치솟았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지난해 상반기 보증금 1억원, 월세 250만원 안팎 거래가 많았다. 하지만 임대차법 시행 이후 올 들어 같은 평형 시세가 보증금 2억원, 월세 300만원 수준으로 뛰었다.

전월셋값이 급등한 것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으로 집주인이 신규 계약할 때 임대료를 한껏 올린 영향이 크다. 종합부동산세 인상, 양도세 중과 등 세금 부담이 커지는 만큼 세 부담을 줄이려 전세를 반전세, 월세로 돌리는 경우도 급증했다. 세입자 입장에서도 인근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기존 주택에 2년 더 눌러앉는 수요가 늘어 ‘전세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났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4만417건이었지만 올 7월 5일 1만9835건으로 반 토막 났다. 덩달아 전세 거래도 급감했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전국 전세 거래량은 18만677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만8895건) 대비 27.8% 감소했다. 집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전세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다 보니 같은 아파트, 같은 평형임에도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임대료가 2배가량 차이 나는 ‘이중 가격’ 현상도 속출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리센츠 전용 84㎡는 7월 전세 계약 금액이 15억원, 8억6100만원으로 무려 6억4000만원가량 차이가 났다. 강남구 대치 은마아파트 전용 76㎡의 경우 갱신 계약 전셋값은 4억원대인데 비해 신규 계약 전셋값은 8억~9억원에 달한다.

매경이코노미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서울, 수도권 주요 단지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전세 거래가 급감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 <김호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매경이코노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집주인-세입자 분쟁도 급증

▷집 빼주는 대신 위로금 요구하기도

임대차법 부작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계약 갱신 과정에서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도 급증했다. 임대료를 올리기 위해 “직접 거주하겠다”고 거짓말하고 세입자를 내쫓는 집주인이 늘어나는가 하면, 집을 빼주는 대신 위로금을 요구하는 세입자도 급증했다. 경제정책 수장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스스로도 경기 의왕 아파트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서 매각이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부랴부랴 이사비 명목의 위로금을 건네고 세입자를 내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산하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부동산 분쟁 상담 건수는 7636건으로 지난해 상반기(2585건)의 3배로 급증했다. 분쟁 조정 신청 건수도 상반기 167건으로 지난해 상반기(16건)의 10배 이상으로 늘었다. 하지만 정작 분쟁 조정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겠다고 거짓말한 뒤 다른 세입자를 들이면 엄연한 임대차법 위반이다. 기존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실제 집주인이 거주하는지 확인하는 게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주민센터를 찾아가도 열람 가능한 정보는 확정일자 기록뿐이라 다른 세입자를 들인 사실을 체크하기 어렵다. 보증금이 적은 월세나 순수 월세일 경우 굳이 확정일자를 받지 않아도 된다. 중재 기구인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의뢰해도 상대방 동의가 필수다. 조정 자체가 강제력이 없는 만큼 조정 결과에 불복하는 경우도 상당수라 소송까지 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심지어 전세를 낀 집 매수자가 기존 세입자 퇴거 문제 때문에 입주를 못하고 쩔쩔매는 경우도 적잖다.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쓰지 않고 이사하겠다고 못 박으면 매수자가 입주할 수 있다. 하지만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를 두고 세입자와 매수자, 공인중개사 간 말이 달라지는 등 혼선이 발생해 계약이 어긋나는 경우가 속출했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뒤늦게 보완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시끌시끌하다. 주택 매매 시 공인중개사가 매도인으로부터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를 확인하는 서류를 받도록 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처럼 임대차법으로 임대차 시장 질서가 어그러지며 사회적 갈등까지 불러왔다는 우려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때 집주인과 세입자가 상부상조하는 관계였지만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적으로 돌변했다” “착한 세입자, 착한 집주인을 찾기 어려워 씁쓸하다”는 의견이 쏟아진다.

그런데도 정부는 임대차법 시행으로 임대차 갱신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자화자찬하는 와중이다. 정부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임대차 계약 갱신율은 임대차법 시행 전(2019년 9월~2020년 8월) 평균 57.2%에서 올 5월 기준 77.7%까지 높아졌다. 홍남기 부총리는 “임대차법 시행으로 임대차 계약 갱신율이 높아졌고 임차인 평균 거주 기간도 평균 3.5년에서 5년으로 늘었다.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은 그만큼 제고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정부는 임대차법으로 인한 전세 매물 감소, 전셋값 상승 등 각종 부작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임대차 계약 갱신율이 높아졌다지만 그만큼 전세 매물이 급감해 전세 수급 불균형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부동산업계에서는 정부가 각종 부작용은 외면하고 ‘보고 싶은 통계’만 앞세우면서 현실을 도외시한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매경이코노미

▶전셋값 안정 해법은

▷실거주 규제 풀고 재건축·재개발 속도

문제는 앞으로다. 지난해 하반기 계약갱신청구권이 행사된 전세 계약이 내년 하반기부터 만료돼 시장에 쏟아지기 때문이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4년 동안 못 올린 전세금을 한꺼번에 받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파트 입주 물량까지 급감해 최악의 전세 대란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3만864가구로 지난해(4만9411가구)보다 37.5%가량 적다. 내년에도 입주 부족 현상은 이어진다. 내년 입주 물량은 2만463가구로 올해보다 34% 더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정부, 서울시가 재건축, 재개발을 틀어막는 등 주택 공급 규제에 나선 영향이 크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연평균 4만3683가구였지만, 문재인정부 취임 이후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인허가는 연평균 3만3157가구로 줄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세 시장에서는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는 만큼 신축 입주 물량이 급감하면 그만큼 전세난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전세 비수기에도 난리인데 가을 성수기로 접어들면 전월세 가격이 더 치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급은 줄지만 전세 수요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서울, 수도권 인기 지역 아파트 매매가가 급등한 데다 대출 규제도 심해 ‘영끌’해도 내집마련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7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1억5751만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019년 4월 이후 27개월 연속 상승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15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금지했다. 9억원 초과 주택도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 매매가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주택 매매를 포기하고 어쩔 수 없이 전세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었다.

변수는 또 있다.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로또 분양’이 늘어나자 청약을 노린 대기 수요가 몰리면서 향후 인기 지역 전셋값이 급등할 가능성도 높다. 일례로 정부가 남양주 왕숙, 인천 계양 등 수도권 3기 신도시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로또 청약’ 대기 수요가 몰려 전세 수요는 당분간 우상향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임대차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수도권 집값이 과열 국면인 데다 임대차법 영향으로 전월세 시장까지 불안해져 집값을 더 끌어올리는 양상이다. 반시장 규제인 임대차법이라도 하루빨리 폐지해 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세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집주인 실거주 요건부터 완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쏟아진다. 정부가 뒤늦게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규제를 백지화했지만 여전히 실거주를 압박하는 규제가 수두룩하다. 2017년 8·2 대책 이후 조정대상지역에 주택을 보유한 이들은 양도세를 감면받으려면 2년 동안 실거주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양도차익의 60~70%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만큼 ‘울며 겨자 먹기’로 세입자를 내보내고 입주하는 집주인이 많았다. 양도세 부담에 주택 매매를 꺼리는 집주인이 급증해 매물이 잠기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전월세금지법도 무시 못할 변수다. 정부가 전월세금지법을 시행하면서 앞으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집주인은 전월세를 놓지 못하고 최장 5년간 의무 거주해야 한다. 시세차익을 노린 부동산 투기를 막자는 취지지만 이른바 ‘입주장’ 효과가 사라져 전세난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입주장 효과란 준공된 아파트에서 대규모 입주가 이뤄지면 일시적으로 매매, 전세 매물이 늘어나 인근 지역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는 효과를 말한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정부가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규제를 백지화하자 대치 은마, 잠실주공5단지 전세 매물이 늘고 전셋값이 떨어진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전월세금지법을 되돌리면 새 아파트 전세 매물이 늘어 전셋값 안정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처럼 신규 주택 공급을 막는 규제를 푸는 것도 중요하다. 재건축, 재개발 규제를 과감히 풀어 서울 도심 역세권, 명문 학군 지역 등 실수요가 몰리는 곳에 꾸준히 공급을 늘려줘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가 수도권 3기 신도시 공급에 속도를 내지만 최소 5년 이상 공급 시차가 발생하는 만큼 당장 급한 불을 끄는 데는 한계가 있다. 도심 자투리땅이나 노후 단독 주택을 원룸, 투룸 등 다가구, 다세대 주택으로 개축해 임대 사업할 경우 세제, 금융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 길게 보면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를 통한 아파트 공급 확대가 전셋값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해법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의견은 새겨들을 만하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0호 (2021.08.04~2021.08.10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