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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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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정치 후배’ 윤석열에 “기본소득 필요” 훈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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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똥 섞인 밥 먹으란 거냐… 기본소득 맞짱 토론 제안”

조선일보

기본소득당 용혜인 원내대표(사진 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조선일보DB


기본소득당 원내대표인 용혜인 의원(비례)이 2일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편지를 보내 “선택할 자유가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면 기본소득을 대선주자로서 진지하게 검토해보시기 바란다”며 기본소득 관련 맞짱 토론을 제안했다. 1990년생인 용 의원이 자신보다 30살 위인 윤 전 총장(1960년생)에게 일종의 ‘정치적 훈수’를 둔 셈이다. 나이는 어리지만, 용 의원은 윤 전 총장보다 일찍 정치를 시작한 ‘정치 선배’다.

용 의원은 이날 오후 윤 전 총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제는 검찰총장이 아닌 대통령 후보로서 국민들의 어려움과 아픔을 살피는 사람이 되셔야 하지 않겠냐”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신의 삶의 방식을 ‘선택할 자유’를 진심으로 만들어가고 싶다면 ‘실질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기본소득을 검토하라”고 했다. 용 의원은 편지와 함께 벨기에 출신의 정치철학자 필리프 판 파레이스(Philippe Van Parijs)가 쓴 책 “모두에게 실질적 자유를: 기본소득에 대한 철학적 옹호”(후마니타스 刊)도 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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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지난달 5일 출산 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 출근해 김상희 국회부의장을 예방하기 위해 아이와 함께 부의장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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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의원은 작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기본소득당(상임대표 신지혜)은 2020년 1월 창당한 신생정당으로, 당직자 대부분이 20~30대일 정도로 ‘젊은 정당’이다. “자산과 소득불평등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기본소득이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의제로 다뤄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탄소세와 데이터세 등을 도입해 372조원의 재원을 마련, 1인당 60만원 상당의 기본소득을 매달 지급하자는 비전도 갖고 있다.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후보를 내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했다.

용 의원의 친전을 보낸 것은 야권의 유력 주자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지사 등의 기본소득을 비판해온 윤 전 총장에게 “비판만 하지 말고 컨텐츠를 살펴보고 공약에 반영하는 것을 고려하라”는 의도로 풀이된다.

용 의원은 동봉한 도서를 언급하며 “윤석열 후보님에게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떤 힌트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기본소득에 대해 나눌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연락주십시오. 건투를 빕니다”라고 했다.

용 의원은 또 윤 전 총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부정식품 사 먹을 자유’를 언급한 것 관련 “쥐똥 섞인 밥을 먹고 퍽퍽 떨어져 죽는 동료들을 보며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며 “이런 노동자들의 삶이 어떻게 윤 전 총장에게 받아들여졌을지 대충 짐작이 간다”고 했다. 아래는 용 의원이 윤 전 총장에게 쓴 편지 전문.

◇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편지 전문

윤석열 예비후보님,

‘선택할 자유’를 위해 필요한 것은 ‘부정식품 사먹을 자유’가 아니라 ‘기본소득’입니다.

윤석열 예비후보님의 ‘부정식품’ 발언을 전해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틀렸습니다. ‘부정식품 사 먹을 자유’는 자유가 아닙니다.

‘부정식품 사 먹을 자유’라는 말을 듣고 ‘쥐똥 섞인 밥’을 먹고 퍽퍽 떨어져 죽는 동료들을 보며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이들에게 ‘쥐똥 섞인 밥’은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라 먹고살기 위해 강요된 선택이었습니다. 노동조합을 만든 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포기하라는 강요된 선택을 거부하고, 인간다운 삶을 스스로 살아가기 위한 결단이었습니다.

검사였고 검찰총장까지 했던 윤석열 예비후보에게 이런 노동자들의 삶이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 대충 짐작이 갑니다. 그러나 윤석열 예비후보님, 이제는 검찰총장이 아닌 대통령 후보로서 국민들의 어려움과 아픔을 살피는 사람이 되셔야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윤석열 예비후보님은 ‘쥐똥 섞인 밥’을 먹을지, 아니면 먹지 않고 굶을지 선택할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주장을 하고 계신 것입니다. 형식적으로 ‘선택할 자유’가 노동자들에게 있을지 모릅니다만, 노동자들에겐 존엄하지 못한 삶이 강요되고 있을 뿐입니다.

‘부정식품 사먹을 자유’ 따위가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신의 삶의 방식을 ‘선택할 자유’를 진심으로 만들어가고 싶으시다면, ‘실질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기본소득을 대선주자로서 진지하게 검토해보시기 바랍니다.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누군가에게 비굴하게 굴지 않아도 당당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에서 비로소 가능합니다.

‘실질적 자유지상주의자’, 필리페 판 파레이스는 ‘자신이 영위하고 싶은 삶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의 공정한 분배’를 위해서 무조건적 기본소득이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판 파레이스가 쓴 <모두에게 실질적 자유를> 이라는 책을 소포로 보내드립니다. 아마 ‘선택할 자유’를 꿈꾸고 있는 윤석열 후보님에게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떤 힌트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본소득에 대해 나눌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연락주십시오.

건투를 빕니다.

2021.08.02.

기본소득당 국회의원

용 혜 인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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