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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양도세로 다주택자 압박 계속하겠다는 與… 전문가들은 “매물 잠김만 심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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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집값 급등에 따른 이익을 세금으로 환수하겠다는 취지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내놨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현실을 도외시한 정책으로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일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인 유동수 의원은 당론으로 정해진 양도소득세 개편안을 발의했다. 해당 소득세법의 골자는 두 가지 기준으로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을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행 장기보유특별공제는 10년 이상 1주택 거주자가 주택을 매도할 경우 거주 40%·보유 40% 등 최대 80%의 양도세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에서 다주택자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받을 수 없도록 했다. 최종 1주택자가 된 이후로 거주기간을 다시 기산(起算)하겠다는 것이다.

조선비즈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부동산특위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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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양도차익에 따라 장기보유특별공제율 적용기준으로 바꿨다. 현행 장기보유특별공제는 거주기간과 보유기간에 따라 24%~80%까지 차등 적용되게 되어 있는데, 보유기간 공제율을 양도차익에 따라 적용키로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제율은 ▲양도차익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시 최대 30% ▲10억원 초과∼15억원 이하시 최대 20% ▲15억 원 초과는 최대 10%다.

민주당은 다주택자에게 오는 2023년까지는 집을 매도할 기회를 주겠다는 메시지를 줬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 등 입지 좋은 곳의 주택은 자칫 증여로만 흐르고 다주택자들은 버티기를 택하면서 시장 왜곡에 따른 매매가 상승만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 “개정되면 세금부담 4배 되기도…다주택자가 내놓을 수가 없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민주당이 오는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변할 것으로 기대했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오르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양도세를 완화해 다주택자의 물건이 매매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집값 급등에 따라 다주택자들이 얻게 되는 이익을 일부 인정함으로써, 시장 불안의 원인이 된 공급 부족을 다주택자들의 매물로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송영길 당 대표는 지난 5월 전당대회 경선과정에서 양도세·종부세를 완화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고 당 내에서 경제통으로 꼽히는 김진표 의원을 부동산 특위 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시장의 기대감도 커졌지만, 양도세 개편안에 나타난 민주당의 입장은 오히려 완고했다.

조선비즈가 김종필 세무사에게 의뢰해 시뮬레이션을 분석한 결과 양도세 개편안에 따른 세금 부담은 4배 가량 뛰기도 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장미2단지 전용면적 120㎡을 지난 2006년 13억원에 취득한 A씨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단독 주택을 가진 2주택자다. 최근 매매가가 27억7000만원까지 오른 장미2단지 아파트를 현재 매도할 경우 양도세는 6058만원이지만, 개정된 법령이 적용된 후에는 비과세 기준이 12억원까지 늘었어도 양도세가 2억2935만원 가량으로 1억7000만원 가까이 늘어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매물잠김 현상이 심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금도 양도세가 너무 큰 부담이라 매물을 내놓기가 어려운 상황인데, 다주택자의 장특공제율까지 낮추면 다주택자들로서는 매물을 내놓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개편안이 시행돼도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처분하진 않을 것”이라며 “비과세 혜택이 양도세 과세 부담보다 커야 매물이 나올 텐데, 오히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의 개편안이라 매물 잠김 현상만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또 권 교수는 “지방세를 포함할 시 3주택자는 최대 82.5%, 2주택자는 최대 71.5%에 달하는 양도세율을 감내하면서까지 집을 처분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다주택자들 입장에서는 양도세 부담에 매물을 내놓기보다는 차라리 증여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고 교수는 “다주택자들의 매물·전세 공급자 역할을 인정해야 하는데, 양도차익이나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장특공제율을 차등 적용하면 시장 기능을 방해해 정책의 역기능이 순기능보다 클 우려가 있다”고 했다.

다주택자 뿐 아니라 1주택자도 경우에 따라서는 세 부담이 늘어난다. 양도차익에 따라 양도세율을 달리 적용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이전처럼 80%의 장특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10년 이상 거주하면서 집값 상승분도 5억원을 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서울과 수도권 인근에서 5억원 이상 오르지 않은 집을 찾기가 더 어렵다”면서 “10년 거주는 의지대로 (요건을) 채울 수 있지만, 집값 상승은 내가 바란 적도 없는데 억울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 “주택 공급이 부족한 때, 전월세 주택이 줄어들면 집값도 오른다”

정부가 임대차 시장의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주택 공급도 부족한 상황에서 오히려 양도세율 개편안이 전세시장 불안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대중 교수는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나오질 않으니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어쨌든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방향인 만큼 ‘돈맥경화’처럼 집이 있어도 집이 (시장에서) 돌지 않는 현상에 매매시장은 물론 전세 시장까지 불안해지기 쉽다. 전세 물량이 줄어드는 현상도 지금처럼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고준석 교수는 “매매시장이 원활해야 전세 시장도 안정되기 마련인데, 양도세 개편안으로 매물 잠김 현상이 심해지면 오히려 전세 시장까지 불안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것(전세 시장 불안)이 다시 매매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민주당의 정책 인식과 방향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주택자는 사회악, 부동산 시세차익은 불로소득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정책에 투영하면서 시장 혼란만 불러오고 있다는 뜻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정부·여당은 보유세 부담을 통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시장에 내놓으면 강력한 양도세로 ‘옳지 못한 불로소득’을 공공이 환수하겠다는 논리로 정책을 만드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까지 그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많다”고 했다.

유병훈 기자(its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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