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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비싸도 마지막이니까”… 크래프톤 중복청약 뛰어드는 개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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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가 비싸다는 얘기가 있긴 하지만, 마지막 중복청약이라고 해서 들어가기로 했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업체 크래프톤 공모주 청약 첫날인 2일 오전 11시 NH투자증권 목동WM센터 내부는 비교적 한산했다. 지난 3월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공모주 청약 당시 빈자리가 드물었던 대기 공간에는 고객이 두 명뿐이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지점 내 대기 인원을 10명 이내로 관리한다는 안내 지침이 무색할 만큼 지점을 드나드는 고객은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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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게임업체 크래프톤 공모주 청약 첫날 서울 양천구 NH투자증권 WM센터. /권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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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10시 55분쯤 만난 황모(62)씨는 “주변에서 공모주 청약 노래를 부를 때는 거들떠보지 않다가 이번에 처음 해보기로 결심했다”며 “(고평가 논란이) 불안하긴 하지만 일단 들고 있으면 용돈 벌이는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최소 증거금을 넣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 계좌까지 동원할 자신은 없었고, 마침 세 곳에 모두 계좌가 있어서 10주씩만 신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크래프톤은 전체 공모 물량의 25%인 216만3558주를 대상으로 오는 3일까지 이틀간 일반 청약을 받는다. 청약 물량 가운데 절반은 모든 청약자를 대상으로 균등 배정하고, 나머지는 비례 방식이다. 청약은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해 공동 주관사 NH투자증권, 인수회사 삼성증권에서 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 청약 물량이 79만6189주(36.8%)로 가장 많고, NH투자증권 71만8301주(33.2%), 삼성증권 64만9068주(30.0%) 순이다.

크래프톤은 지난주 청약을 진행한 카카오뱅크와 달리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이하 SKIET)처럼 여러 증권사를 통한 중복청약이 가능하다. 크래프톤이 중복청약이 금지되는 6월 20일 전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정정 요구를 받으면서, 일정이 미뤄지긴 했지만, 중복청약 적용 여부는 첫 증권신고서 제출일을 기준으로 한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 30분에 찾은 미래에셋증권 투자센터 목동지점도 조용하긴 마찬가지였다. 지점 한쪽에 마련된 대기 공간에는 크래프톤 투자설명서와 공모주 조견표가 비치됐고, 직원도 두 명이나 나와 있었지만 20분 가까이 이들을 찾는 고객은 한두 명밖에 없었다. 다른 공모주 청약 때 계좌 개설 등이 이미 마무리되면서, 모바일이나 ARS를 통해 청약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도 영향을 줬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단순히 지점에 고객이 적다는 거로 청약 열기가 식었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며 “고객들이 점점 스마트해지면서 비대면 청약이 활성화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영업점에 직접 나와서 업무를 보시는 고객들은 연령대가 비교적 높은 편”이라며 “이런 고객층에게 크래프톤은 SK, 카카오 등보다 상대적으로 덜 익숙한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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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게임업체 크래프톤 공모주 청약 첫날 서울 양천구 미래에셋증권 투자센터 목동지점. /권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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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크래프톤의 높은 공모가가 청약의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크래프톤은 지난 14일부터 27일까지 2주간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희망밴드(40만~49만8000원) 최상단인 49만8000원으로 확정했다. 크래프톤 최소청약 단위인 10주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증거금 249만원이 필요하다. 균등배분을 통해 증권사 3곳에서 1주씩 확보하려면 747만원이 필요한 셈이다.

실제로 이날 증거금이 너무 비싸서 조견표만 손에 든 채 발을 돌리는 고객도 있었다. 박금영(가명·76)씨는 “오락으로 유명한 회사라고 알고 있다”며 “주가연계증권(ELS)을 가입하러 온 김에 청약도 알아봤는데, 금액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결국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SK바이오사이언스, SKIET 때는 가족 계좌까지 다 동원해서 청약했었다”고 전했다.

증권가에서는 크래프톤에 대한 평가가 적정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높은 공모가 논란이 있긴 하지만, 이익레벨이나 수익성 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036570)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모가 기준 크래프톤의 예상 시가총액은 24조3512억원으로, 상장 후 엔씨소프트(약 18조원)를 꺾고 게임업종 내 가장 높은 몸값을 기록하게 된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공모가가 적정한 수준인지 증권가 내에서도 의견이 계속 갈린다”라며 “소액주주들이 많이 몰려서 경쟁률이 높았던 다른 공모주 청약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 크래프톤 청약 흥행 여부는 경쟁률이 아닌 증거금 규모를 지켜보며 판단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크래프톤 일반 청약이 끝나면 오는 10일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다.

권유정 기자(y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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