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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감동의 배구 한일전, 지상파는 왜 중계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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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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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지난 주말 7월31일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열린 배구 한일전은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패배 직전까지 몰렸던 경기를 극적인 역전승으로 마무리한 한국 여자배구 선수들은 감동적인 한 편의 드라마를 써냈다.

하지만 지상파3사 중 단 한 곳도 여자배구 경기를 처음부터 중계하지 않았다. 일본과 맞붙은 한일전이라는 빅매치를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은 배구 경기를 찾기 위해 케이블과 온라인을 분주히 찾아다녀야 했다.

KBS 1TV는 야구대표 미국전을, KBS2‧MBC‧SBS는 멕시코와의 남자축구 8강 경기를 선택했다. 이들은 야구와 축구경기가 끝난 후에야 여자배구 경기를 중계했다. 한국은 야구와 축구경기에서 각각 미국과 멕시코에 아쉽게 패배했다.

이후 중복편성에 대한 시청자 질타가 이어졌다. 지상파가 배구 대신 야구와 축구를 중계한 것은 인기종목에 대한 높은 광고 단가에 있다. 중계권료가 비싼 만큼, 광고 판매로 이를 상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청률이 높게 나오는 축구 등 인기종목에 광고를 판매해야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상황이 연출될 것을 우려해 정부는 순차편성을 권고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13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보편적시청권보장위원회는 서면회의를 열고 방송사가 도쿄올림픽 중계방송 때 과다한 중복,동시 편성으로 시청자 선택권을 제한하지 않도록 순차편성을 늦게나마 권고했다. 방통위는 위원회 심의를 거친 권고안을 KBS, MBC, SBS에 전달했다.

이같은 순차편성 권고는 법적 강제성이 없다. 방송법 제76조의5 '중계방송의 순차편성 권고 등)에 따르면 방송사는 국민관심 행사 등에 대한 중계방송권을 사용하는 경우, 과다한 중복편성으로 인해 시청자 권익을 침해하지 않고 채널‧매체별 순차 편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이와 관련 방통위는 순차편성을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방송사에 '권고'할 수 있다.

이에 지상파들이 올림픽 경기를 중복편성했다고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 이러한 조항이 권고가 아닌 법적 강제력을 갖추려면 법 개정을 해야 한다. 문제는 정부의 개입이 편성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매번 올림픽 때마다 방송사의 중복편성을 눈감아줄 수는 없다. 이제 사회는 금메달만큼 은메달, 동메달 또한 값지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비록 메달을 따지 못하더라도 올림픽을 위해 땀 흘린 한국 선수들이 출전한 다양한 경기를 보기를 희망한다. 국민의 시청권을 확보하는 것에 나아가 다양한 스포츠 종목을 활성화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지상파는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공적 책임이 있다. 과거 2005년 IB스포츠가 지상파 방송사를 제치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년 남아공 월드컵, 2012년 런던 올림픽 등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주관하는 모든 주요 축구경기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경기 중계권을 획득했을 때, 지상파가 강력하게 보편적 시청권을 요구하며 반발해 2007년 1월 방송법 76조3항에 보편적 시청권 개념이 법제화된 바 있다.

그들이 내세웠던 누구나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차별없이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역할을 다시 되새긴다면, 올림픽과 같은 국민적 관심이 큰 행사에서 채널 편성을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문제의 주체인 지상파 3사가 균형 있는 편성을 위한 협의에 나서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합의기구 설치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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