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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유승민 “윤석열 ‘부정식품’ 발언 충격적…프리드먼 늘 옳은 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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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시즌5' 초청 강연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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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신자유주의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 주장의 해석을 두고 2일 설전을 벌였다. 윤 전 총장이 프리드먼의 말을 인용하며 “부정식품 선택의 자유”를 주장한 것에 대해 유 전 의원이 “프리드먼은 저소득층 복지정책도 주장했다”며 반박한 것이다.

설전은 지난달 18일 윤 전 총장이 <매일경제>에서 인터뷰한 내용에서 시작됐다. 윤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밀턴 프리드먼의 책 <선택할 자유>를 소개하며 “프리드먼 책에 보면 다 나온다. 프리드먼은 (단속) 기준보다 아래는, 먹으면 사람이 병 걸리고 죽는 거면 몰라도 부정식품이라면 없는 사람들은 그 아래 것도 선택할 수 있게, 더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햄버거 50전짜리도 먹을 수 있어야 되는데 50전짜리 팔면서 위생 퀄리티(기준)는 5불짜리로 맞춰놓으면 소비자 선택의 자유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의 ‘부정식품’ 발언은 ‘가난한 사람은 불량식품을 먹어도 된다는 것이냐’는 반박으로 이어졌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에 대해 “국민 생명을 좌우하는 식품안전 기준을 불필요한 규제, 국민 선택권을 제한하는 장애물로 인식하는 천박함에 깜짝 놀랐다”며 “선진국 반열에 진입한 대한민국은 없는 사람은 불량식품이라도 먹어야 살아가는 사회여서는 안 된다. 윤 예비후보는 영화 <설국열차>에서 꼬리 칸에 배급된 단백질 양갱이 용인되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냐, 현재보다 후퇴한 사회로 만들자는 주장을 하는 대선후보를 국민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된 뒤에도 윤 전 총장은 다시 프리드먼의 말을 인용하며 주장을 반복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전 국민의힘 초선 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강연 뒤 기자들을 만나 여권의 공세에 대해 “어이없는 얘기다”라며 “제가 (읽은 지) 오래돼서 기억은 어슥어슥하지만 그런 내용 있었던 것 같다. 미국에서도 행정적으로 단속하는 부정식품을 정하는 기준을 정할 때 너무 과도하게 정해놓으면 국민 건강엔 큰 문제 없지만, 과도한 기준을 지키려면 단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저소득의 훨씬 싸게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을 제한한다”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또 “그걸 형사처벌까지 하는 건 과도하다는 얘기를 한 것이다. 국민 건강과 직결되지 않는 거라면 기준을 너무 높이해서 단속하고 거기에 형사처벌까지 나가는 건 검찰권의 과도한 남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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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 5월18일 오후 여의도 ‘유승민의 희망 22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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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이번에는 야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경제학자 출신의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 전 총장의 언론 인터뷰 중 ‘부정식품’ 발언은 충격”이라며 “가난한 사람은 부정식품이라도 사 먹을 수 있도록 부정식품 규제를 안 해야 한다? 이런 식의 사고라면 건강, 안전, 생명, 환경에 관한 규제들은 모두 없어져야 한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이런 사고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10조와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34조와 위배되는 위험한 생각”이라며 “새로운 보수는 자유뿐만 아니라 정의, 공정, 평등, 생명, 안전, 환경이라는 헌법 가치들을 균형 있게 추구해야 한다. 선택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선택할 자유를 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유 전 의원은 또 “밀턴 프리드먼의 주장이 늘 옳은 것은 아니다. 프리드먼은 자유시장경제를 옹호한 자유지상주의자였지만, 그 또한 부(負)의 소득세나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를 위한 사교육비 쿠폰 같은 복지정책을 주장하기도 했다”며 “경제학자들은 늘 오른손을 쓰기도 하고 왼손을 쓰기도 하니, 그들의 말은 가려서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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