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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탄압했던 국정원, 개혁은 당연... 문제는 '어떻게'다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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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전직 직원 "국정원, 북한 의도 읽어내는 능력 키워야"

권력기관 개혁의 일환인 국가정보원 개혁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금요일인 7월 30일 연세대학교 국가관리연구원과 한국행정학회 국가정보연구회가 화상회의로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이 후원한 '한국 국가정보제도의 진단과 발전방향 모색' 학술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다.

한국연구재단 지원 하에 수행된 지난 5년간의 '국가정보 토대 기초연구사업'을 정리하는 차원인 이 학술회의에서,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정주진 전 국가정보대학원(국정원 산하) 교수가 발표한 주제는 '한국적 국가정보제도 형성 배경과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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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기관 개혁의 일환인 국가정보원 개혁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국가정보원에서 국회 정보위의 국정원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모습.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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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정책정보 담당관을 역임한 그는 정보수집 기능이 국정원·경찰·검찰·공수처·군사안보지원사 등으로 분산된 현실을 지적하면서, 자료화면을 통해 "분산된 정보 기능을 범국가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통합·조정하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가 최고 통치권자가 분산돼 생산된 정보를 범국가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종합·판단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의 결론은 이렇다.

"마지막으로, 문재인 정부가 정보·수사 구조 개편을 지난 4년간 역점적으로 추진해왔는데, 이에 대한 의미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주로) 정보·수사 기관 구조를 해체시키는 데 정부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그래서 국정원의 국내정보 기능을 해체하고 간첩 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고, 그러다 보니 경찰이 국내정보와 간첩 수사권을 독점하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검찰의 범죄정보(수집) 기능도 약화됐습니다. 공수처가 생겨서 범죄정보 기능이 분산됐습니다.

이러다 보니까 이 분산된 정보 기능을 어떻게 범국가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통합·조정할 것인가, 이 문제가 지금 국가적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모든 국정 상황을 정확하게 종합·판단할 수 있기 위해선 대통령한테 정보가 전달될 때 각 부문에서 생산된 정보가 종합·판단돼야 하는데, 이 정보를 어떻게 할 것이냐 여기에 대해서 많은 고민이 있어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해봤습니다."


각 부문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국정원 위의 국정원' 같은 시스템의 대표적 사례로 미국 국가정보국(ODNI, Office of the 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을 들 수 있다. 한국에서는 국가정보국으로 번역되지만, 영어 원어 속의 '감독'을 뜻하는 단어가 이 기구의 성격을 명료하게 해준다.

2001년 9·11 테러의 영향으로 2004년 12월 8일 설립된 미 국가정보국은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을 포함한 16개 정보기관을 관리한다. 각 기관들의 정보 기능을 감독할 뿐 아니라 예산 문제까지 결정하고 통제한다. 또한 백악관 직속이 아닌 독립기관이다.

'정보 차르'라 불리던 국정원장

이런 이유로, 국가정보국장은 '정보 차르'로도 불린다. 한때 서유럽인들에게 두려움을 줬던 러시아 차르(짜르·황제)처럼, 적어도 정보 분야에서는 국가정보국장이 '황제'인 셈이다.

국가정보국과 유사한 기구가 한국에도 있었다. 박정희 정권도 그런 기구를 활용했다. 1963년 개정된 중앙정보부법 제13조 제1항은 "국가정보 판단 및 정보 운영에 관한 사항을 협의하기 위하여 정보부에 정보위원회를 둔다"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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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에 소개된 학술대회의 포스터. ⓒ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한국행정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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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률에 따라 1964년에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정보위원회규정 제2조 제1항은 "위원회는 중앙정보부장, 중앙정보부차장, 외무부 정보문화국장, 내무부 치안국장, 공보부 조사국장, 대검찰청 수사국장,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전략국장, 육군 정보참모부장, 해군 정보부장, 공군 정보국장 및 해병대 정보국장과 중앙정보부장이 위촉하는 위원 약간인(人)씩으로써 구성한다"고 규정했다. 중앙정보부·외무부·내무부·공보부·대검찰청·합동참모본부·육군·해군·공군·해병대라는 10개 기관이 참여했으니, 미국 국가정보국 못지않게 광범위한 정보를 다뤘음을 알 수 있다.

1979년 10·26 사태 이후의 정국을 주도한 합동수사본부에도 동일한 기능이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된 다음날 공포된 계엄공고 제5호는 합수부의 권한을 "모든 정보수사기관(검찰·군검찰·중앙정보부·경찰·헌병·보안)의 업무 조정·감독"이라고 규정했다. 이를 통해 강화된 전두환의 권력이 12·12 및 5·17 쿠데타와 5·18 광주 학살로 이어지는 정권 장악 과정의 제도적 기초로 작용했다.

정보위원회와 합수부의 역할은 1981년 1월 1일 이후의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체제 하에서는 정보조정협의회로 넘어갔다. 그해 2월 11일자 <경향신문> 기사 '정보조정협의회 신설'은 이렇게 보도했다.

"국무회의는 10일 하오 정보조정협의회 규정안을 의결, 국가안전기획부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외무·내무·법무·국방·문공 장관 및 기타 위원장이 위촉하는 자 등 10인 이내의 위원으로 정보조정협의회를 구성키로 했다. 동 협의회는 국가정보정책의 수립과 그 시행에 관한 사항, 중·장기 정보 판단에 관한 사항, 기타 정보 및 보안 업무 운영상 조정을 요하는 사항을 협의한다."

독재정권이 민주화 탄압하려 활용하던 국정원

정보기관들을 총괄할 컨트롤 타워가 없더라도, 정권 핵심부나 행정기관들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은 많다. 그런데도 박정희·전두환 정권이 굳이 컨트롤타워를 따로 둔 것은 해외 정보활동 때문보다는 민주화운동을 통제하기 위해서였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민주화운동 탄압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일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였다고 할 수 있다. 국민 억압을 효율화하고자 설치한 기구였던 것이다.

문민정부인 김영삼 정권이 정보조정협의회를 폐지한 것도 바론 그런 맥락 때문이었다. 1994년 6월 11일자 <동아일보> '안기부 문민 변신 몸부림'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정보협의회 같은 기구는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데 활용됐던 '관계기관 대책회의'의 제도적 근거가 됐다.

1994년 2월 22일자 <매일경제> '정보조정협 폐지, 각의 의결'은 "정보 업무의 기획·조정에 중점을 두었던 정보조정협의회는 지금까지 안기부가 국내 정치 등에 간섭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해왔다는 말로 폐지 사유를 설명했다.

이처럼 정보기관 컨트롤타워는 한국 독재정권들이 국민을 억압하는 데 주로 활용됐다. 이것이 대외정보 역량을 높여주었다는 점은 아직 경험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본다. 실증적으로 입증된 것은, 이런 기구가 보수정권의 국민 탄압에 악용되기 쉽다는 점뿐이다.

이날 국가관리연구원 학술회의의 두 번째 발표는 북한 공작원 출신인 김동식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국정원 산하) 책임연구위원의 '북한 대남전략과 한국의 국가정보 활동'이었다. 이 발표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김호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의 입에서 귀담아 들을 만한 자성의 발언이 나왔다.

국정원 대북전략단장을 지낸 그는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읽고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앞으로 국정원의 대북 정보활동에서 조금 더 보강돼야 하지 않나, 제가 현직에 있으면서도 항상 그 부분을 아쉽게 생각했었고, 지금도 연구원의 입장에서 보면 솔직히 미흡하다는 생각이 듭니다"라며 이렇게 발언했다.

"국정원의 북한 관련 정보활동, 강화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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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해 5월 1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준공식 테이프 끊는 김 국무위원장과 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서 있는 모습. (화면캡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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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문제만 가지고 보더라도, 1차 북핵위기가 93년도에 발생했으니까 벌써 30년 가까이 돼 가는 거죠. 그때부터 우리가 북한의 핵개발 의도라든지 이런 것들을 좀 정확하게 판단하고 거기에 분명하고 일관된 목표를 갖고 대응했더라면. 지금 북한이 2017년에 핵보유국 선언을 할 정도로 능력이 강화됐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반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특히 저는 간단하게 말씀을 드리면, 북한의 체제 특성상 북한 최고지도자의 의도·판단 같은 부분에 대북 정보활동이 좀더 강화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가 국정원의 발전 방향을 설계할 때도 그런 부분을 좀 감안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는데요."


김호홍 수석연구위원의 발언에서도 나타나듯이 국정원의 대북 정보활동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북·미 핵위기가 30년 전에 시작됐는데도, 국정원은 북한의 향후 전략을 아직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북한은 핵보유국 선언을 하고 미국은 적절한 대처법을 찾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은, 그동안 국가 정보기관들이 국민들에게 알려준 정보와 일치하지 않는다. 정보기관들이 알려준 '북한의 미래'와 실제로 구현된 '북한의 미래'가 너무도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은 한국 정보기관들의 역량이 적재적소에 제대로 투입되지 못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외 정보활동보다는 국내 정보활동의 지나친 강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는 정보기관 컨트롤타워의 설치를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국가정보국은 전성기 때가 아니라 쇠퇴기에 출현했다. 절정기 때의 미국이 그런 기구를 두지 않았다는 점은, 그것이 무조건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 아니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정보기관 컨트롤타워가 독재 정권의 국민 탄압을 도운 역사를 감안하면, 그런 주장이 국정원 개혁 취지를 무색케 할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정원 위 또 다른 국정원을 두는 게 아니라, 국정원이 세계사 흐름을 정확히 파악할 역량을 확보하도록 돕는 일이다. 이 부분에 보다 많은 역량을 투입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국가정보 제도를 발전시키는 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김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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