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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로봇이 온다

미군 유해 발굴, 이제 바다밑까지...첨단로봇으로 53년 전 공군 소령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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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7년 7월 7일, 태평양 괌 기지에서 미 공군의 B-52 폭격기 2대가 이륙했다. 타깃은 베트남 남부의 사이공(현 호치민 시) 부근이었다. 그러나 두 폭격기는 사이공 남동부 100㎞ 해상에서 원인 모를 공중 충돌을 했다. 7명은 구조됐지만, 미 공군과 해군, 미 해안경비대는 나머지 탑승자 6명의 유해와 B-52의 잔해는 발견할 수 없었다. 8일 뒤, 미 국방부는 해저에 수장(水葬)된 6명을 ‘작전 중 실종(MIA)’ 처리했고, 이들의 유해를 ‘수습 불가(unrecoverable)’로 분류했다. 그러나 폭격기 2대의 잔해와 6명의 유해를 찾는 작업은 계속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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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년 전 베트남 해저에 수장됐던 애벌리스 미 공군 소령의 유해를 찾아낸 첨단 해저로봇. /스크립스해양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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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는 1일 “실종된 6명 중 폭격기 1대에 탄 항법사였던 폴 A 애벌리스(Avolese) 소령(당시 35세)의 유해가 53년 만에 최신 해저로봇의 도움으로 작년에 발굴됐다”고 보도했다. 이 해저 유해 확인‧발굴 작업은 미 국방부의 포로‧실종자확인국(DPAA)와 민간 해저탐사기구인 ‘프로젝트 리커버리’, 캘리포니아대(샌디에이고 소재) 스크립스 해양학 연구소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미 국방부, 유해 발굴 작업 ‘바다밑’으로 확대

NYT는 “애벌리스 소령의 유해 발굴 성공은 미 국방부의 베트남전쟁 유해 발굴 노력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음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즉, 현재 지상에서 유해 발굴 작업을 하기에 필요한 단서들은 거의 소진된 상태이고, 아직 파악하지도 못한 실종자의 대다수는 해저에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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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7월, B-52 폭격기를 타고 사이공 부군의 폭격 임무에 나섰다가 공중 충돌 뒤 실종된 애벌리스 소령/미 공군


미 DPAA에 따르면, 7월 현재 베트남 전쟁의 MIA는 1584명이다. DPAA는 이 중 약 420명이 베트남 전쟁 중에 해안이나 베트남 영해에서 작전 중 실종된 것으로 추정한다. 스크립스 해양학연구소의 앤드루 피트러츠카는 NYT에 “지상 발굴은 그동안 많이 진행됐고, 아직도 파악 못한 실종자들의 대다수는 바다 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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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전쟁에서 작전 중 실종(MIA)된 미군의 숫자를 집계한 미 국방부 포로-실종자확인국(DPAA) 지도. 7월23일 현재/DP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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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로봇, 20㎢ 면적을 2주간 정밀 스캔

이번에 동원된 길이 1.8m의 해저 로봇은 어느 방향으로든 약70m를 스캔해 고(高)해상도의 해저 지형 지도를 작성해낸다. 이전에는 초보적인 음파탐지기를 동원했지만, 폭격기 잔해도 발견할 수 없었다.

작년 2월 미 국방부의 DPAA와 ‘프로젝트 리커버리’는 추락 추정 지점인 약 20㎢ 면적의 해저를 훑었고, B-52 한 대의 잔해와 유해 1구의 부분들을 찾을 수 있었다. 24시간 뒤 이 유해를 수면 위로 수습했고, 하와이의 미군 연구소는 이를 ‘애벌리스 소령의 것’으로 확인했다.

◇미‧베트남의 새로운 신뢰 구축 덕분에 가능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 갈등을 빚는 남중국해에 속한 베트남 해역에 군사용으로도 쓰이는 하이테크 해저로봇을 들여오는 것은 외교적으로 매우 민감하고, 많은 관계자들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매우 어려운 사안이었다. NYT는 “베트남의 긴 해안선에서 이 해저로봇을 사용해 애벌리스 소령의 유해를 발굴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과 베트남이 1995년 외교 정상화 이후 계속 신뢰를 쌓았음을 방증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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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에서 작년 2월 2주간 해저로봇을 동원해 B-52 폭격기의 위치와 실종 미군의 유해 발굴 작업을 벌인 미 탐사선/스크립스해양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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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미 국방부는 애벌리스 소령의 유해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이제 하와이 호놀룰루에 있는 ‘미군 실종자 묘지(Courts of the Missing)’에 있는 그의 이름 옆에는 ‘유해가 발굴됐음’을 알리는 핀이 붙었다.

그와 함께 탑승했던 다른 미군 2명의 유해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NYT는 “이는 전면적인 해저 탐사를 벌이는 다음 단계에서 가능하며, DPAA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이철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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