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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눈 떠보니 선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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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디넷코리아=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요즘 우리 국격이 높아졌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K-팝부터 K-방역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는 적지 않다. 한 때 ‘넘사벽'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졌던 빌보드 1위나 아카데미상까지 손에 넣었다.

아카데미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는 로컬이잖아”라고 천역덕스럽게 말한다. 그 모습을 본 많은 사람들이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BTS는 빌보드 신기록까지 세우면서 K팝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과연 선진국이 된 것일까?

박태웅의 ‘눈 떠보니 선진국’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물론 저자의 이 질문은 “우리는 선진국이 아니다”는 부정적인 얘기를 늘어놓기 위한 게 아니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어떤 점들을 보완해야 하는 지 지적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던지는 질문이다.

지디넷코리아



저자는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정의를 내리는 것이다”고 주장한다. “해답보다 질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양적 성장도 중요하다. 최소한의 볼륨이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 성장을 이룩한 다음엔 질문 자체가 달라야 한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돼 있다. 그 중 1부 ‘선진국의 조건’은 양적 성장만 최고 가치로 꼽고 있는 우리 관행에 대해 예리하게 비판하고 있다. 특히 표제이기도 한 ‘눈을 떠보니 선진국이 돼 있었다”는 글에는 이런 문제의식이 잘 담겨 있다.

발표 당시 많은 관심을 끌었던 이 글에선 크게 세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가장 먼저 ‘정의하는 사회’를 꼽는다. 해답보다 질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 선진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기 전에 ‘무엇’과 ‘왜’를 물어야 한다. 언제나 문제를 정의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32쪽)

저자는 “원격진료와 관련한 공방은 정의를 내려본 적 없는 후발추격국 한국의 관행을 선명하게 보여준다”고 꼬집는다.

둘째, 데이터 기반 사회다. 저자는 정부의 각종 자료 공개 관행을 비판한다. 대표적인 것이 모든 자료를 PDF로 공개하는 관행이다. 숫자를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관행. 선진국의 중요한 조건 중 하나인 데이터 기반 사회가 되기 위해선 이런 관행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셋째. 중산층이 두터운 사회다. GDP만을 유일한 지표로 내세울 게 아니라 기대수명, 문맹률 같은 새로운 지표들을 좀 더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협상하는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청한 뒤 토론하고, 합의안을 찾는 것, 타협하는 법이 우리 교육엔 빠져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지표를 바꿔야 한다. 서른이 넘었으면 키 재는 건 이제 그만! 중산층이 두터운 사회가 선진국이다”고 일갈한다.

2부(고장난 한국 사회)와 3부(AI의 시대)에선 한국 사회의 약한 고리들을 예리하게 비판하고 있다. 특히 이 글들엔 KTH, 엠파스 등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에서 다년간 일한 저자의 경험이 잘 녹아 들어 있어 읽는 이들이 절로 공감하게 만든다.

저자는 AI 시대의 교육은 어떠해야 하는 지, 한국 사회의 인센티브 시스템이 왜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지에 대해 예리하게 톺아준다.

‘3부 AI의 시대’에 실린 글들은 알고리즘, 컴퓨팅적 사고 능력, 데이터 공개 원칙 같은 중요한 쟁점들을 잘 다루고 있다.

‘눈 떠보니 선진국’은 한국 사회의 도약을 위해 꼭 필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책이다. 관행이란 이름으로 무심코 넘어갔던 많은 ‘약한 고리’들이 왜 문제가 되는 지 짚어주고 있다.

이 책은 국내 대표적인 IT 전문가인 저자 박태웅이 던지는 ‘앞으로 나아갈 대한민국을 위한 제언’이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사회, 경제, 시스템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박태웅 지음/ 한빛비즈, 1만6500원)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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