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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바이든의 '초당파주의' 첫 결실?…인프라 법안 의회 통과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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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캠프 데이비드에서 주말을 보내기 위해 워싱턴 백악관을 떠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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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원은 휴일인 1일(현지시간) 이례적으로 회의를 열어 민주당과 공화당의 중도파 의원들과 조 바이든 정부가 협상을 통해 마련한 인프라 투자 법안을 보고받았다. 총 2702쪽에 달하는 법안은 8년에 걸쳐 1조2000억달러(약 1383조3600억원)를 도로, 교량, 상수도, 광대역통신망 등 인프라 개선에 투입한다는 내용이다. 이로써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월 말 “2차 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미국 일자리 투자”라면서 제안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 법안의 의회 통과에 청신호가 들어왔다.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에도 불구하고 협상을 통해 초당적인 지지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뚝심이 첫 결실을 눈 앞에 두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랍 포트먼 공화당 상원의원과 키어스틴 시너마 민주당 상원의원이 협상을 주도하고 양당에서 수십명의 의원들이 동참해 마련한 법안은 예산 규모를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2조2500억달러에서 그 절반 수준인 1조2000억달러로 줄였다. 연방 예산 5500억달러(약 634조원)를 증액하고, 나머지는 기존 코로나19 경기부양법인이나 인프라 투자 계획에 배정된 예산을 조정해 조달키로 했다.

시너마 상원의원은 “오늘 밤 우리는 자랑스럽게 이 법안을 발표한다”면서 “이 역사적인 인프라 투자에 관해 수일 내에 동료 의원들과 열린 방식으로 협력하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포트먼 의원도 “이 법안은 우리 나라의 낡고 오래된 인프라를 현대화할 것이며 이는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양당 상원의원들과 백악관은 지난달 28일 인프라 법안 협상 타결을 선언했으며, 상원에서 이 법안의 논의를 개시하기 위한 절차투표를 진행해 찬성 67명 대 반대 32명으로 통과시켰다. 민주당과 민주당 성향 무소속 50명 전원과 공화당 17명이 찬성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50 대 50으로 의석을 분점하고 있는 상원에서 공화당의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인 필리버스터를 뚫기 위한 60명 이상을 모으는 데 성공한 것이다. 절차투표가 통과될 때 법안의 대원칙만 제시됐기 때문에 상원은 이날 구체적인 법안을 보고받았다.

인프라 법안은 바이든 대통령이 최우선 입법 과제로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막대한 재정 투입을 두고 공화당의 반발이 워낙 강했다. 재원 마련을 위해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 시절 인하한 법인세를 일부 인상하고 부유층을 대상으로 증세를 하려는 방안도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민주당 진보파 의원들은 상원의원 50명 찬성과 상원의장을 맡고 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캐스팅보트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예산조정권을 발동해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자고 주장했지만 민주당 상원의원 전원의 찬성도 어려웠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요구 사항을 일부 철회하고 조정하면서 법안 통과를 위한 초당적 지지를 다지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스치브 리체티 선임고문,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 백악관 핵심 참모와 지라 러몬도 상무장관 등 각료들을 투입해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차례로 협상하면서 쟁점을 좁혀 나갔다. 지난달 초 셰리 무어 캐피토 공화당 상원의원과 벌이던 협상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렬되자 빌 캐시디, 포트먼 등 다른 공화당 의원과 협상을 이어갔다.

양측은 협상을 통해 법인세, 중산층 소득세, 유류세 증세 배제 등의 원칙을 정한 다음 동의 가능한 항목의 범위들을 늘려 나갔다. 협상에 참여한 밋 롬니 공화당 상원의원은 “적대적인 협상과 협력적인 협상 사이엔 차이가 있다”면서 “이번의 경우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쪽은 협상 테이블에서 나가버리는 대신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 정치인들과 수시로 전화통화를 하면서 협상을 지원했다. 상원의원으로 38년, 부통령으로 8년 등 46년 간 워싱턴 정치 한복판에 있으면서 축적된 네트워크와 협상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인프라 법안이 상원 토론 개시를 위한 문턱을 넘어섰지만 최종 통과까지 변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토론 과정에서 이견이 돌출할 수 있고, 중요 항목이 누락됐다는 민주당 진보파들의 반발도 다독여야 한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법안 통과의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사례는 정치적 양극화가 극심한 상황에서도 양당 간 협력을 추구하는 초당파주의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고집이 성공할 수 있다는 증거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발표한 성명에서 “물론 어느 쪽도 이번 합의에서 그들이 원했던 모든 것을 성취하지 못했다”면서 “그렇지만 이것이 바로 타협과 합의이며 이는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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