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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인사이트] '수두급 전염력' 델타 변이의 역습…집단면역은 신기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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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하루 10만 명대 확진…요란하게 울리는 '델타 변이 경보'



지난주 화요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백신 접종자도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라고 지침을 갑작스럽게 변경한 이후 미국 사회에 후폭풍이 상당했습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CDC를 조롱하고 비아냥거렸습니다.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의장이 즉각 하원에서 마스크 의무 착용을 선언하자, 공화당 의원들은 집단으로 의사당에서 노마스크 항의 행진을 했습니다. 공화당 지지세가 큰 일부 지역에서 마스크 화형식 등이 벌어지면서 격한 반발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들이야 원래 그런 성향이니 그러려니 한다지만, 상당수 방역 전문가들도 CDC가 마스크 정책을 번복하게 만든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제기했습니다. 미국인들이 마스크를 벗어버린 게 벌써 몇 달째인데, 개인의 행동 방식 자체를 변경하는 엄청나게 큰 지침을 발표하면서 적절한 데이터 제시도 하지 않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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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당서 노마스크 항의 행진 중인 공화당 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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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목요일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와서 연방공무원에 대해 사실상 백신 의무 접종을 시행하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연방공무원들은 백신 접종 증명을 해야 하는데 이를 거부하면 매주 몇 번이고 코로나 검사를 받아 결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은 땅이 크다보니 우리나라보다 코로나 검사를 받는 데 시간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불편하게 만들어 백신을 맞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강제할 수 있는 연방공무원을 시범타로 삼았지만, 정부의 행동을 보고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백신 의무 접종을 강제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해도 합법이라고, 본인이 법무부에 물어보고 회신받았다는 결과를 직접 공개했습니다. 정부 정책을 시작할 때 공무원을 대상으로 삼는 건 미국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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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같은 고강도 정책은 FDA가 코로나 백신을 정식 승인하기 전에는 나오지 않을 거라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였습니다(지금 화이자, 모더나 백신 등은 모두 FDA에서 긴급승인을 받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미국 정부가 긴박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델타 변이의 확산세가 심각해졌습니다. CDC는 지난 달 30일 미국의 하루 코로나 확진자가 10만 명이 넘었다고 집계했습니다. 존스홉킨스대학은 같은 날 하루 확진자가 무려 19만 4천 명에 달한다고 집계했습니다. 지난해 말 트럼프 정부 말기로 감염 상황이 다시 돌아가 버린 것입니다. 정말 우려스러운 것은 불과 한 달 만에 감염자가 5배로 불어났다는 것입니다. 플로리다는 7월 30일 하루 2만 1천 명이 감염됐는데, 이는 지난해부터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틀어 가장 많은 확진자가 쏟아진 것입니다. 확진자 그래프는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한동안 코로나 보도를 줄이던 미국 언론들도 델타 변이 관련 소식을 상당한 물량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미국 사회는 코로나를 극복했다는 안도감이 넘쳤는데, 다시 사회 여기저기서 요란한 델타 변이 경보음이 울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두만큼 전파력 강해"…"매사추세츠 집단 감염군 74% 백신 접종자"



CDC가 왜 느닷없이 백신 접종자도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라고 했는지 알 수 있는 자료를 워싱턴포스트가 입수해 목요일 밤 늦게 단독 보도했습니다. 당일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를 가지고 한국에 송고할 기사를 작성하다가 워싱턴포스트 기사를 보고 작성하던 기사를 완전히 싹 지우고 다시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기사는 제목이 'The War has changed'(전쟁이 바뀌었다)로 시작했는데, CDC가 슬라이드 형태로 만든 내부 자료를 입수해 보도한 것입니다. 이 문건에는 델타 변이가 다른 변이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물론 전염력은 수두와 비슷할 정도로 엄청나다고 보도했습니다(수두를 일으키는 바리셀라바이러스에 대해서 CDC 홈페이지에는 가족까리 전파할 가능성을 61%에서 100%라고 해놨습니다). 또한 일반 감기는 물론 에볼라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강하다고 나와 있다고(ABC뉴스는 델타 변이가 에볼라 전염력의 3배라고 표현했습니다). 기존 코로나는 2, 3명을 감염시켰다면, 델타 변이는 9명까지 전파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런 엄청난 확산 능력을 가진 바이러스이다 보니 몇 단계만 지나면 감염자가 말 그대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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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더 큰 문제는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도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수 있다는 게 결론이었습니다. 감염된 사람의 바이러스를 조사해보니 백신을 맞은 사람도 미접종자 만큼 많은 양의 바이러스를 전파했습니다. 이 얘기는 백신만 맞으면 코로나 걱정할 필요 하나도 없다던 정부의 설득을 의심하도록 만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CDC도 이 문건에서 '커뮤니케이션 도전'이 생길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백신을 맞으면 델타 변이에 감염돼도 중증으로 진행되거나 사망하지 않지만 백신을 맞은 사람도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급박한 상황 때문에, CDC는 자료를 완전히 정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단 마스크 규정부터 바꿔야 불필요한 희생을 막을 수 있다는 게 판단했습니다. 데이터를 제때 발표하지 못한다고 욕을 먹어도 일단 감염 확산부터 막아야겠다는 의미입니다. CDC는 문건에서 델타 변이를 막을 수 있는 최고의 무기는 백신 접종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CDC는 지난 금요일, 공개된 문건 형태로 델타 변이 조사 결과를 주간 질병 발병률과 사망률 보고서(Morbidity and Mortality Weekly Report)에 발표했습니다. 이 사례 보고서는 7월 3일부터 17일까지 대규모 집회가 있었던 매사추세츠 반스테이블카운티의 코로나 집단감염 조사 결과를 통해서 델타 변이의 실체를 규명했습니다. 이때 감염된 사람 469명을 실제 추적해봤더니 90%가 델타 변이에 감염됐고, 감염자 가운데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이 74%나 됐다는 것입니다. 이런 돌파감염 가운데 79%는 증세가 나타났으며, 4명이 입원했지만 결국 1명도 사망하지 않았다고 보고했습니다. 델타 변이의 확산세도 무시무시해서 반스테이블카운티에서는 7월 3일 10만 명당 감염자의 2주 평균치는 0이었지만, 행사가 마무리된 후인 7월 17일에는 10만 명당 감염자는 177명으로 치솟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보고서는 델타 변이의 전체 그림을 보여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한여름 미국 코로나 폭증을 설명해주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 한계가 있지만, 이 보고서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은 ① 백신 맞아도 델타 변이에 감염될 수 있다. 하지만 발병해도 위험이 현저히 낮아진다. 그러니 백신을 맞아야 한다. ② 델타 변이 전파력은 상상초월이다. 그러니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 이 정도 메시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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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그림으로 놓고 봤을 때 돌파감염은 여전히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도 명심해야 합니다. CDC는 미국인 1억 6천400만 명 접종자 가운데 돌파감염자는 주당 3만 5천 명씩 나오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0.02%에 불과합니다. 사망자로 놓고 보면 0.001%에 불과합니다. 백신을 맞고 코로나로 죽지 않을 확률이 99.999%가 될지는 본인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델타 변이의 심각성이 조명되면서 백신 접종률이 낮아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중남부 주 백신 접종률이 얼마 전부터 오르고 있습니다. 요즘 미국 뉴스에는 중환자실에 입원해서 백신 맞을 걸 잘못했다며 후회하는 환자들의 인터뷰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실제 사망한 사람의 가족들이 나와 고인이 어떤 메시지를 남겼는지에 대해 눈물의 인터뷰도 하고 있습니다. 일주일 평균으로 65만 명 정도가 백신을 맞고 있는데, 3주 전에 비하면 26%정도 증가한 수준입니다. 앨라배마, 아칸소는 2배나 올랐고, 루이지애나는 111% 증가했습니다. 각종 음모론을 믿고 코로나는 없다고 버티던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이 실제로 앓아눕는 걸 보고 겁이 나서 마음이 움직이는 걸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복잡한 마스크 착용 규정, 구멍 뚫린 백신 접종 증명…집단면역은 '신기루'



이번 델타 변이 창궐을 보면서 미국 사회를 움직이는 '아너 시스템 Honor System(자율 시행제도)'이 망가졌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국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기 때문에 재량을 최우선으로 하고 국가가 뭔가를 강제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합니다. 하지만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는 팬데믹을 완전히 극복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백신 미접종자들은 알아서 마스크를 쓰라고 했더니, 알아서 마스크를 벗어버리면서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게다가 백신 접종 증명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명확한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아 누가 백신을 맞았는지도 알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연방정부에서는 접종 기록을 관리하지 않지만, 대다수 주 정부에서는 접종 기록을 가지고 있는데(버지니아의 경우 코로나는 물론 독감 주사 등 각종 백신 기록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그걸 활용해서 백신증명서를 만들자고 누구도 쉽게 입을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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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급박한 상황 때문에 CDC가 새롭게 도입한 마스크 착용 규정도 너무나 복잡합니다. 코로나 확산이 상당하거나(substantial) 높은(high) 지역에서는 백신 접종자도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했는데, 감염률 기준으로 지역이 나뉘어 있어서 이동하는 지역마다 일일이 지방정부의 착용 규정을 찾아봐야 합니다. 권고 기준이 이렇게 복잡하다보니 실제 행정 집행권을 가지고 있는 주정부에서도 머뭇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그나마 워싱턴DC는 토요일부터 시 전체에서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을 시작했습니다). CDC 권고는 권고일 뿐 개인의 재량에 맡겨지는 상황이어서 마스크를 안 쓰던 사람들은 그냥 쭉 안 쓰고 있습니다. 코스트코를 가봤더니 CDC 권고 이후에도 여전히 1/3 정도는 하던 대로 마스크를 안 쓴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일부 공화당 주지사들은 마스크 의무 착용을 못하게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고도의 발목잡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애리조나 애쉬 포크 연합교육청은 코로나 집단발병 이후 교육청 산하 학교들의 문을 걸어 잠글 수밖에 없었는데, 주지사가 마스크 의무 착용 금지를 해놔서 마스크 대책을 쓸 수도 없었다고 합니다. 플로리다주지사도 마스크 의무 착용은 없다고 강조하며, 부모가 마스크 착용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열변을 토했습니다. 이런 지역은 당장은 주지사들이 자기 지지층의 환호를 받겠지만, 대가는 참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어리석은 의사 결정이 미국 도처에서 벌어지는 중입니다.

미국의 부스터샷(추가 접종) 접종은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은 아니다"고 선을 긋기는 했지만, CDC 내부 보고서도 면역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나 요양원 거주자 등은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고 명시해놨습니다. 이미 미국은 부스터샷을 위한 백신도 사들인 상황입니다. 적절한 시점이 되면 부스터 접종을 시작할 텐데, 이게 일부 취약계층에만 머물지 않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하반기 미국에서는 접종 이후 6개월이 지난 사람의 새로운 백신 접종은 물론 12세 미만 아이들의 접종까지 동시에 병행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도 SNS에는 얀센 백신을 맞은 사람 가운데 mRNA 계열 백신으로 다시 맞고 왔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미국의 하반기 수요 때문에 우리가 확보해야 할 백신을 못 받는 일이 없도록 우리 정부도 단단히 챙겨 봐야할 것 같습니다.

이번 CDC 보고서를 통해 미국에서 집단면역 달성은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것도 더 명확해졌습니다. 백신 접종자에게도 극소수지만 돌파감염이 일어나고 있고, 그들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게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변화무쌍하게 새로운 화기를 장착하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인류가 적시에 대응하는 게 너무나도 어렵습니다. 완전 박멸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코로나가 사람들 몸에 들어와도 최대한 순하게 지나가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미국은 백신과 마스크를 정치적, 종교적인 이유로 온몸으로 거부하는 거대한 그룹이 존재합니다. 이들이 지난 정부에서는 미국의 주류 세력이었고, 언제든 다시 주류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신념에 따라 사람이 얼마나 어리석은 선택을 고집할 수 있는지는 미국의 코로나 사례가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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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형 기자(se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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