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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르포]'출입 QR코드' 백화점…차분함 속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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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혼란은 없어…'안내 미비' 아쉬워 현장 업무 가중 우려…"상황 예의주시" [비즈니스워치] 이현석 기자 tryo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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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과 대형마트에 QR코드 출입관리 시스템이 적용됐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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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불편했지만 큰 혼란은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길어질수록 업계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였다.

백화점·대형마트에 QR코드 인증 등 출입관리 시스템이 적용된 첫 주말이 지났다. 당초 업계는 백화점·대형마트에 불특정 다수가 출입하는 만큼 혼란을 예상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차분했다. 다만 일부 조치에 대한 공지가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고객 불편은 있었다. 상황이 장기화될수록 관리 인원의 피로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은 지난달 27일 3000㎡(약 909평) 이상의 백화점·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 출입시 출입자 관리 시스템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적용 기준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이상부터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30일부로 현장에 적용됐다. 업계는 이에 앞서 약 이틀간의 시범 운영을 진행한 바 있다.

첫 주말, 현장은 '차분'

출입자 관리 시스템 적용 첫 토요일이었던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찾았다. 점포 입구에 들어서자 QR코드·체온 체크 기기가 고객을 맞았다. 안내 요원들은 백화점 입장 고객들에게 큰 목소리로 인증을 안내했다. 인증 시스템 활용에 익숙지 않은 일부 고객은 안내 요원의 지시에 따라 출입명단에 직접 서명을 한 후 매장에 입장했다. 전반적으로 차분한 모습이었다.

고객 반응도 호의적이었다. 롯데백화점 본점 입구에서 만난 고객 윤 모 씨는 "백화점에서 코로나19가 확산돼 큰 난리가 난 적이 있지 않은가. 진작에 했어야 할 일이었다"며 "QR코드를 찍고 입장하면 확진자가 또 나오더라도 원활히 동선을 추격할 수 있어 방역 부담도 덜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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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고객은 폐쇄된 출입구를 찾아왔다가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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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도 있었다. 이날 살펴본 두 개 점포는 입구마다 두 개 안팎의 출입 관리 기기를 운영하고 있었다. 기기당 배치된 안내 요원은 한 명씩이었다. 때문에 한 쪽에서 에러가 나거나, 지침을 알지 못하는 고객을 직원이 안내하게 될 경우 '병목 현상'이 일어났다. 그 때마다 해당 줄에 서있던 고객들이 옆줄로 옮기면서 일시적으로 거리두기가 무너졌다. 안내 요원이 한 명만 더 배치돼 있었다면 막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출입구 안내도 다소 부족했다. 이날 롯데·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지하철·지하통로와 직접 연결된 일부 매장 입구를 폐쇄했다. 출입자 관리 시스템을 피하려는 '꼼수 출입자'를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부 고객은 폐쇄 사실을 모르고 찾아와 혼란을 겪기도 했다. 지하철 역사에서부터 안내문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조치가 있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차는 '대란'…매장별 방역 편차도

차분했던 도보 출입구와 달리 주차장에서는 '대란'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2시경 롯데백화점 본점부터 을지로입구역 사거리까지의 도로는 백화점 입장 대기 차량으로 가득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주변의 도로도 마찬가지였다. 주말용 주차장인 길 건너편 우리은행 본점 진입도 평소보다 어려웠다. 한 고객은 "주차까지 평소보다 두 배는 걸린 것 같다"며 불만스러워하기도 했다.

당초 백화점들은 매장 진입 차량에 탑승자 체온 확인만을 진행해 왔다. 출입자 관리 시스템 적용 후에는 인증을 마친 차량에 스티커를 배부하는 순서가 추가됐다. 이탓에 백화점 주차장 진입까지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아직 기존 시스템에 익숙한 고객들이 인증을 마치자 마자 차량 창문을 다시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직원이 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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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별 방역조치 이행 수준에는 차이가 있었다.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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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내부의 방역은 출입구에 비해 다소 느슨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 5층 나이키 매장에는 물건을 구입하거나 구경을 하기 위한 고객들이 발디딜틈 없이 몰려있었다. 매장 직원들은 수 많은 고객들의 요청 처리에 정신이 없었다. 식품관·카페 등 손님이 많이 몰리는 곳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거리두기 적용은 어려워 보였다.

예외도 있었다. 웨이팅을 먼저 받은 후 소수 인원만 입장시키는 명품 매장은 적정 인원수를 유지하고 있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 샤넬 매장 내부에는 10여 명의 고객만이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한 명품 매장 인근에서 만난 이 모씨는 "명품 브랜드 매장은 코로나19 이전부터 매장 입장 인원을 제한해 왔던 만큼, 거리두기 4단계 이후로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며 "대기 인원은 지난주에 비해 어느 정도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 업무 가중 우려…업계는 '진퇴양난'

이날 살펴본 두 백화점 모두 출입자 관리 시스템 적용 첫 주말 치고는 큰 무리 없이 운영됐다. 다만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현장 노동 강도가 심해질 것으로 보였다. 고객들은 제도 시행에 익숙해질수록 더 빠른 입장을 기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 시스템으로 고객을 더 빠르게 통과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절차를 지켜야 하는 백화점 측과 조금이라도 빨리 입장하려는 고객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한 직원은 "이번 주말은 평소보다 고객이 크게 늘어나지 않아 그럭저럭 운영할 수 있었지만 방문 고객이 늘어나면 반드시 과부하가 올 것"이라면서 "여름 휴가철도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조금 있으면 추석 시즌까지 다가오는 만큼 현재 인원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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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오후 2시경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 주차를 기다리는 차들이 늘어서 있다.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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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백화점·대형마트는 식당 등과 달리 좁은 공간에 여러 개의 매장이 배치돼 있다. 유동인구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런 상황에서 거리두기를 모든 매장에 적용하면 대기줄이 길어져 오히려 방역에 취약해질 수 있다. 아르바이트생 등으로 안내 요원을 충원하기도 마땅치 않다. 매장 운영에 대한 교육 기간이 필요한데다, 사내 방역 지침을 공유받지 못했던 외부 인원 기용에 따른 '방역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어디서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선제적 대비에 집중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발생하는 클레임 등 어려움을 고려해 적합한 대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매장 구조상 한계가 있어 자체 노력만으로는 힘에 부친다"면서 "일정 부분 시민의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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