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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伊 명품수입' 유명 디자이너, 뺑소니 사고로 벌금 1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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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이탈리아의 명품 패션 브랜드를 국내에 최초 수입하고 자체 브랜드를 론칭해 유명세를 탔던 디자이너가 뺑소니 사고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1부(김양섭 전연숙 차은경 부장판사)는 최근 특정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 받은 디자이너 A(65)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11월 30일 오후 3시30분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이면도로를 운전하던 중 앞에 가던 행인을 차 우측 앞 범퍼로 들이받았다. 이듬해 A씨는 피해자가 112에 신고를 하고 차를 막고 있었음에도 별다른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후진해 도주한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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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yooksa@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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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사고 직후 차에서 내려 피해자 상태를 살피고 이상이 없어 별다른 구호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없었고, 회사 직원에게 연락해 사후 조치를 지시하면서 피해자에게 명함을 건네줬으므로 도주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고 발생 후 즉시 차에서 내려 쓰러진 피해자와 대화하면서 일으켜 세워주는 등 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당시 피해자가 약 1분 정도 일어나지 못한 상태여서 구호 조치가 명백히 필요했던 상황으로 보이는 점, 폐쇄회로(CC)TV 영상에 의하면 피고인이 명함을 건네주는 장면이 전혀 관찰되지 않는 점, 피고인이 현장을 이탈하려고 하자 피해자가 112에 신고를 하면서 이탈을 막았음에도 후진해 이탈한 점 등을 종합하면 도주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다만 피해 정도가 크지 않고 보험금이 지급되어 피해회복이 된 점, 사고 후 즉시 현장 이탈하진 않았고 직원들에게 후속 조치를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사고 전후 상황을 살펴볼 때 피해자를 구조하지 않고 도주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 등을 살펴볼 때 명함을 주고 갔다는 사실 역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수사기록 등에 의하면 경찰은 사고 발생 2시간30여분쯤 지나 피해자가 확보한 A씨의 차량번호로 차주 연락처를 찾아 A씨에게 전화했는데, A씨는 '차량과 접촉하지도 않았는데 혼자 넘어졌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사고 발생 자체를 부인하고 보험 접수를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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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건과 관계 없음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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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피해자가 넘어진 후 한참을 일어나지 못하다가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고 일어났을 뿐 아니라 비교적 튼튼한 소재인 청바지 무릎 부분이 손상될 정도였고, 행인 3명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는 등 상황을 보면 피고인 차량이 피해자를 충격한 세기의 정도가 제법 컸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주로 자신이 이 사건 사고를 야기한 것이 아니라는 듯한 태도만을 취한 나머지 피해자와 시비를 벌이다 사고가 발생한 때로부터 약 1분 20초가 지난 시점에 다시 차에 탔고, 피해자가 도주를 우려해 신고했으니 가지 말라고 소리를 쳤음에도 약 2분 30초가 지난 시점에 후진해 현장을 완전히 이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는 'A씨가 도망갔고 인적사항을 남기거나 보험사에 신고를 하는 등 조치는 전혀 취하지 않고 직원이 와서 보험처리를 해줄 것이라는 등의 말을 들은 사실도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고, 목격자 역시 '피고인이 화를 내면서 다친 곳도 없는데 약속이 있어서 가야 한다면서 차를 타고 출발했다'는 취지로 얘기했다"며 "명함을 줬다는 행동에 대한 피고인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은 점, 피고인이 사고 현장에 머무른 시간, 사고 직후 피고인의 통화내용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 주장은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보험 접수에 관해서도 "피고인이 사고현장 이탈 후에 접수한 것임은 물론이고, 피해자가 구급차를 이용해 병원으로 가고 난 이후 현장의 경찰과 함께 인근 상점의 CCTV를 확인하고 난 뒤인 오후 6시41분이 되어서야 접수를 했다고 보인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결국 피고인이 외국 거래처와의 약속 준수를 내세워 피해자 구호 등을 외면한 것이고, 피해자의 적극적인 제지에도 불구하고 도주한 것으로서 그 비난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당심에 이르러서도 피고인은 변명만을 일삼는 등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받지도 못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adelant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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