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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올림픽] '졌지만 희망 본' 여자농구, 3년 뒤 '파리에서는 승리 파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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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세르비아 등 세계 강팀들과 접전, 박지수·박지현 등 자신감 얻어

연합뉴스

[올림픽] 잘싸웠다 여자농구
(사이타마=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일 일본 사이타마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과 세르비아의 경기. 한국 선수들이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2021.8.1 ondol@yna.co.kr



(도쿄=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우리 지난번에 40점 졌는데, 이번에는 그런 경기는 하지 말자.'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의 간판 박지수(KB)가 소개한 2020 도쿄올림픽 스페인전을 앞둔 선수단 분위기였다.

한국 여자농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13년 만에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았으나 주위 기대는 크지 않았다.

기대가 크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모두 '참패'를 당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클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아시아에서도 일본, 중국에 밀려 결승 진출이 어려워졌을 만큼 국제 경쟁력이 떨어졌고, 지난해 2월 올림픽 본선 티켓을 땄지만 최종 예선에서 스페인에 46-83, 중국에는 60-100 등 참패를 당한 경기 내용이 도마 위에 올랐을 정도로 올림픽 본선 전망이 어두웠다.

게다가 세계 랭킹 3위 스페인과 본선에서도 같은 조에 또 편성됐고 이어 4위 캐나다, 8위 세르비아 등 '세계 8강' 나라들과 연달아 붙게 되면서 '참패' 또는 '망신'의 걱정이 더욱 커졌다.

설상가상으로 대표팀 주전 포워드 김한별(BNK)은 부상 때문에 대표팀에서 빠졌고, 세계 랭킹이 스페인, 캐나다보다 낮아 그나마 '1승 상대'로 여겼던 세르비아는 AP통신이 종목별 메달 전망에서 무려 은메달 후보로 평가할 만큼 전력이 강했다.

선수들이 스페인과 1차전을 앞두고 미팅에서 '지난번 경기처럼은 하지 말자'고 소박한 각오를 다졌던 것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연합뉴스

[올림픽] 전주원 감독의 작전 타임
(사이타마=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과 세르비아의 경기. 한국 전주원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21.8.1 ondol@yna.co.kr



그러나 전주원 감독이 이끄는 우리나라는 1차전에서 스페인과 경기 내내 접전을 벌인 끝에 69-73으로 분패했다.

슈터 강이슬(KB)이 26점을 올렸고, 박지수는 더블더블로 제 몫을 했다.

어차피 메달은 기대하기 어렵고, 내용도 좋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 경기였던 터라 스페인과 1차전이 지상파 TV로 생중계되지 않았고, 팬들은 예상 밖의 선전에 '왜 여자농구는 중계를 안 해주느냐'며 각종 농구 게시판에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캐나다와 2차전에서 3쿼터까지 잘 싸웠지만 4쿼터 점수 차가 벌어지며 53-74로 다소 크게 패한 우리나라는 1일 세르비아를 상대로는 종료 2분 여전까지 앞서다가 결국 61-65로 아쉽게 졌다.

세르비아는 2016년 리우올림픽 동메달, 올해 유럽선수권 우승팀이다. 키 190㎝를 네 명이나 보유한 세르비아를 맞아 리바운드 40-44로 팽팽했을 정도로 우리 선수들은 코트에 몸을 던지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21세 박지현(우리은행)이 17점, 31세 김단비(신한은행)가 15점을 넣는 등 베테랑과 신예 선수의 조화가 돋보인 한국은 23세 박지수와 27세 강이슬 등 젊은 선수들이 대표팀 주축을 이뤄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4년 파리올림픽을 기약할 수 있게 됐다.

연합뉴스

[올림픽] '올림픽 무대 여기까지'
(사이타마=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과 세르비아의 경기. 한국 선수들이 경기에서 진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2021.8.1 ondol@yna.co.kr



전주원 감독은 "경기 수가 더 많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선수들도 다음 대회에서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계기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졌지만 잘 싸운' 정도에 만족해서는 곤란하다.

당장 이번 대회에서 같은 아시아 국가들인 중국과 일본은 조별리그 2차전까지 중국이 2승, 일본은 1승 1패를 기록하며 8강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1패도 세계 최강 미국에 당한 것인데 69-86으로 선전했다. 중국은 강호 호주를 꺾었다.

2024년 파리올림픽에는 이번 대회에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출전했던 일본도 지역 예선부터 경쟁한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전주원 감독과 선수들이 만들어낸 의미 있는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 여자농구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 4강에 버금가는 '영광의 순간'을 재현할 수 있다는 희망이 팬들 사이에 싹트기 시작했다.

email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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