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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팬데믹 뚫고 고공비행하는 ETF 개미의 희망 사다리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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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Exchange Traded Fund·상장지수펀드)는 작년부터 시작된 주식투자 열풍의 한 축을 형성한 금융상품이다. 펀드처럼 여러 자산을 모아 놓아 리스크 분산 효과가 있는 데다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가 가능해 환금성도 뛰어나다. 글로벌 ETF 순자산 규모는 올해 5월 9조달러(약 1경440조원)를 넘어섰다. 물론 ETF가 만능은 아니다. 일정 조건에 미달하면 상장 폐지 위험이 있는 데다, 최근 유행을 좇아 시장 수익률을 초과하려는 공격적인 액티브 ETF가 잇따르면서 시장을 추종하는 초기 ETF의 정신과 괴리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코노미조선’이 전성기를 맞이한 ETF를 집중적으로 관찰한 배경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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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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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알려진 정보를 모두 아는 매니저라도 미래의 주식 가격을 예측할 수 없다.”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유진 파마

“첫째 투자 원칙, 절대 돈을 잃지 말라. 둘째 투자 원칙, 첫째 투자 원칙을 잊지 말라.” -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투자 거장들이 건네는 메시지는 대체로 비슷하다. 주식 시세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고, 그렇기에 투자자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영원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는 종목이 없다는 점에서 이들의 조언은 사실 너무도 당연하다. 문제는 당연한 일을 머리로는 이해해도 행동이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위험 관리 차원의 분산 투자보다 무모한 ‘몰빵’ 투자가 일확천금을 기대하게 만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더구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달궈진 글로벌 자산 시장 앞에서는 말이다.

최근 금융투자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ETF(Exchange Traded Fund·상장지수펀드)는 큰돈을 벌고 싶은 투자자의 욕망과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인내 사이에서 꽤 매력적인 절충안을 제시하는 금융 상품이다. ETF는 쉽게 말해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과 똑같이 거래할 수 있는 인덱스 펀드다. 개별 자산이 아닌 여러 자산을 모아놓은 ‘묶음’에 투자해 변동성을 줄이는 펀드의 장점과 1주 단위로 손쉽게 사고팔 수 있는 주식의 장점을 합쳐놓은 상품이다. 파생 상품과 달리 만기나 증거금의 개념이 없고 수수료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도 ETF의 장점으로 꼽힌다.

ETF의 몸값은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특히 높아졌다. 각국 정부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앞다퉈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고, 넘치는 유동성이 자산 가격의 반등을 불러왔다. 여기에 기존 펀드 시장에서 한계를 느낀 자산운용사들이 ETF 비중을 점차 늘리기 시작한 것도 ETF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기여했다. 블랙록·인베스코 등 해외 운용사뿐 아니라 삼성·미래에셋·KB·한국 등 국내 주요 운용사도 ETF 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전담 인력을 보충하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이 ETF를 주제로 커버 스토리를 준비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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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ETF 리서치 업체 ETFGI에 따르면 전 세계 ETF의 순자산 규모는 2016년 3조4230억달러(약 3943조원)에서 지난해 7조7360억달러(약 8911조원)로 4년 새 2.26배가량 급증했다. ETF는 올해 들어서도 꾸준히 덩치를 불려 6월 말 9조1090억달러(약 1경493조원)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ETF 브랜드 ‘아이셰어’ 시리즈를 운용하는 블랙록의 살림 람지 글로벌 책임자는 “아이셰어의 운용 자산이 1조달러(약 1160조원)를 돌파하기까지 15년이 걸렸는데, 이후 2년 만에 2조달러(약 2320조원)를 넘어섰다”며 “2025년이면 글로벌 ETF 자산이 15조달러(약 1경740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의 경우 2002년 ETF가 처음 도입될 당시만 해도 하루 평균 거래 규모가 327억원으로 유가증권 시장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1%에 불과했는데, 2020년에는 거래 규모가 3조8433억원으로 커져 코스피의 31.5%까지 올라왔다.

ETF는 1990년 캐나다에서 처음 등장했다. 출시 초기에는 코스피200 같은 주식 지수의 흐름을 좇는 ETF가 주류를 이뤘다. 지금은 채권·통화·부동산·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군의 지수를 따르는 ETF가 개발돼 투자자의 선택권을 넓힌다. 팬데믹 이후에는 비대면 비즈니스가 주목받으면서 인공지능(AI)·블록체인·자율주행·로봇 등의 분야 주식만 따로 묶어 상품화하는 테마형(사회·경제 트렌드에 투자) ETF가 뜨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드라마·웹툰 등 한류 콘텐츠와 골프, 오락용 대마초에 투자하는 ETF까지 나왔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다. 비트코인 ETF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코노미조선’은 이번 커버 스토리에 ETF 시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담고자 노력했다. 어떤 테마에 투자금이 몰리는지 정리하고, 기자가 직접 초보 투자자로 변신해 생애 첫 ETF 투자에 도전해보기도 했다. 국내외 ETF 전문가들에게는 ETF 시장 전망과 투자 시 유의사항에 대해서도 물었다. 단점도 분명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ETF는 분산 투자로 리스크를 낮췄다고 해도 원금 보장이 안 되는 투자 상품이다. 전문가들은 유행에 휩쓸려 소중한 돈을 대충 태우는 실수를 범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연일 불같은 날씨가 이어진다. 이번 기획을 읽는 ‘이코노미조선’ 독자 여러분의 투자 포트폴리오도 빨간 기둥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길 기원한다.

plus point

[Interview] 리치 파워 뱅가드 ETF·인덱스 상품 관리 책임자”20년 뒤를 보고, ‘도박’ 대신 ‘투자’하라”

안소영 이코노미조선 기자, 김경림 이코노미조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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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파워 뱅가드 ETF·인덱스 상품 관리 책임자. 미국 시펜스버그대 금융학 학사, 드렉셀대 MBA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영웅으로 치켜세우는 인물이 있다. 바로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를 창립한 존 보글이다. 그는 주가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을 내는 인덱스펀드를 대중화해 ‘인덱스펀드의 아버지’로 불린다. 판매·관리 수수료도 10%대에서 0.3% 정도로 대폭 낮춰 ‘월가의 성인’이자 ‘개인 투자자를 위해 가장 많은 공헌을 한 인물’로 꼽힌다. 보글의 인덱스펀드는 출시 당시 ‘바보 같은 작품’이라며 비웃음만 받았지만, 40여 년 만에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인덱스펀드 대표 상품 ETF에 뭉칫돈이 들어오는 ‘ETF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2019년 세상을 떠난 보글의 철학을 계승하고 있는 뱅가드 ETF·인덱스 상품 책임자 리치 파워와 함께 ETF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세계 첫 ETF가 등장한 지 30여 년이 지났다. ETF 시장 변화가 느껴지나

”물론이다. ETF 상품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현재 전 세계 7000개가 넘는 ETF가 거래되고 있고 금융 전문가들도 자산 배분 전략에 ETF를 활용하고 있다. ETF는 저렴한 수수료만으로 맞춤형 주식·채권 포트폴리오를 짜거나, 전망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쉽게 바꿀 수 있도록 한다.”

ETF의 매력은

”ETF는 펀드의 일종이지만, 대부분 지수를 추종하는 방식으로 운용돼 운용 보수가 크지 않다. 장중 언제든지 사고팔 수 있기 때문에 매매가 쉽다. 투자자들이 ETF를 과도하게 많이 거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투자자들을 살펴보면 1년에 여섯 건 정도의 거래를 진행하고 있으며, 대부분 ETF에 계속해서 더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

뱅가드의 ETF 운용 철학은

”우리는 고객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투자만 제공한다. 비트코인처럼 유행에 투자하는 펀드는 출시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봐도 투자 가치 있는 상품만 선보이려고 한다. 가치 없는 상품에 투자하거나 수익률을 2~3배로 높이는 틈새 ETF가 많다. 투자자들도 은퇴 같은 중대한 목표를 세우고 투자한다면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 건 도박 아닌 투자다. 20~30년 후를 보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생각하라.”

ETF 성장성을 어떻게 보나

”ETF는 아직 20대고, 개인 투자자들은 막 ETF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개인 투자자 10명 중 1명만 ETF에 투자하고 있다. ETF는 펀드 대비 수수료, 편의성 등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점차 시장이 커질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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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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