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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세수도 못 했던 팔로 다시 150km…"이대로 투수 못 할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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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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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그때는 진짜,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이대로 투수를 못 하겠구나' 생각했어요."

2018년 두산 베어스 1차지명 우완 곽빈(22)은 입단하자마자 큰 시련과 마주했다. 2018년 신인 시즌부터 필승조로 기용될 정도로 두각을 나타낸 유망주였는데, 팔꿈치 통증이 발목을 잡았다. 그해 가을 토미존 수술을 받고 다시 1군 마운드에 서기까지 거의 3년이 걸렸다. 2019년 여름 복귀를 목표로 재활을 시작했는데, 곽빈의 마음처럼 팔꿈치 통증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곽빈은 재활 2년째에 접어들었던 지난해 타자 전향을 고심할 정도로 지쳐 있었다. 그는 "이대로 투수를 못 할 것 같았다. 팔이 너무 아파서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였다. 오른손으로는 혼자 세수도 못 하고, 머리도 못 감았다. '이게 맞나, 이렇게 야구를 해야 하나' 생각할 정도로 정말 말로 설명 못 할 만큼 엄청 힘들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타자를 했으니까. 타자라도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2018년 수술한 부위가 아닌, 프로 입단 전에 수술했던 팔꿈치 부위에 통증이 생겨 혼란스럽기도 했다. 곽빈은 "(2018년에는) 안쪽 토미존 수술을 했는데, 수술한 부위니까 어느 정도 통증은 있을 거라 생각은 했다. 그런데 수술하지 않은 다른 부위, 예전에 수술한 부위가 부상이 재발한 것처럼 계속 아팠다"고 설명했다.

박철우 2군 감독과 2군 코치진들 덕분에 힘든 시간을 이겨 나갔다. 곽빈은 "투수로 입단했고, 고등학교 때 투수와 타자를 다 해봤지만, 투수가 훨씬 짜릿하고 멋있는 것 같다. 그래서 계속 투수로 준비를 했다. 내가 잘난 선수도 아닌데, 2군 코치님들께서 내가 힘든 과정을 다 봐왔으니까 어떻게든 다 맞춰줬다. 공 던지다가 다시 아프면 코치님들께 죄송스러웠다. 그 정도로 감싸주셨고, 응원해주셨다. 2군 감독님은 항상 응원해주시고 좋은 말만 해주셨고, 투수 코치님들과 전력 분석팀 분들까지 정말 다 감사했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끝날 것 같지 않았던 통증과 싸움은 조금씩 끝이 보였다.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가능한 팔이 아프지 않게 투구하는 방법을 연구했고, 선배들에게 물어가며 안정된 투구 폼을 찾아 나섰다.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실전 감각을 다시 익히면서 시속 150km짜리 공을 던질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하자 김태형 두산 감독은 지난 5월부터 곽빈을 선발투수로 기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군 무대는 또 달랐다.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여러 차례 보여준 좋은 제구력과 경기 내용이 1군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7경기에서 3패, 31⅔이닝, 평균자책점 3.98에 그친 뒤 6월 말부터 2군에서 재정비하는 시간을 보냈다. 삼진(23개)보다 볼넷(24개)이 더 많은 만큼 제구를 반드시 다듬을 필요가 있었다.

곽빈은 "제구가 살면서 이렇게까지 안 된 적이 처음이다. 3년 만에 던지는 거니까. 다른 사람들은 3년 만에 던져서 적응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 나는 그럴수록 계속 혼자 망가지는 것 같았다. 생각도 점점 많아지고, 생각한 것보다 더 안 되니까. 그게 가장 힘들다"고 밝혔다.

이어 "2군에 가기 전에 코치님들께서 '확실히 네 것을 만들고 오라'고 하셨다. 1군에 있을 때 안 되는 게 있으면 크게 티가 나진 않아도 조금씩 계속 바꾸는 안 좋은 습관이 있었다. 확실한 내 것을 만들고 오라고 하셔서 2군 코치님들께도 '내 것을 확실히 찾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영상도 찍으면서 내 것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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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더는 동료들에게 미안해지고 싶지 않았다. 곽빈은 "전반기에 가장 아쉬웠던 점은 날씨도 더워지는데 괜히 나 혼자 볼넷 주면서 야수들이 지치게 했다. 선발투수인데 나 때문에 경기가 지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먼저 이닝도 못 채우고 나와버리면 다음 경기 준비하는 중간 투수들도 피해를 보는 거라 동료들에게 미안했다"고 털어놨다.

성과는 보였다. 곽빈은 지난달 7일 SSG 랜더스 2군과 퓨처스리그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피안타(1피홈런) 무4사구 7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치며 자신감을 얻고 올림픽 휴식기에 맞춰 1군 훈련에 합류했다.

그런데 다 잡은 줄 알았던 제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곽빈은 1일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1군 타자들을 상대로 라이브 피칭을 진행했다. 20구 정도 던지면서 직구 최고 구속은 149km까지 나왔다. 구속은 문제가 없었는데 전력으로 던지니 제구가 또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곽빈은 "오늘(1일) 나는 빵점이라고 생각한다. 2군에서 제구를 다 잡고 왔다고 생각했다. 2군 마지막 경기는 무4사구를 기록해서 '됐다, 이렇게만 던지자' 했는데 1군만 오면 또 힘이 들어가는 것 같다. 한 달 만에 세게 던져서 그런 것도 같다. 앞으로 1주일 정도 더 남았으니까 다시 (제구를) 잡겠다"고 했다.

지금은 야구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이 상황마저 감사하다고 했다. 곽빈은 "2년 정도는 야구가 아닌 통증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요즘은 불과 1년 만에 야구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감사하기도 하다"고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후반기 반등을 위해서는 곽빈과 이영하가 선발 로테이션에서 버텨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곽빈도 그 기대를 잘 알고 있다. 그는 "감독님께서 믿어주시고 기회를 주시니 책임감을 느낀다. 안 되면 될 때까지 연습해서 다시 믿음을 드리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후반기는 김 감독의 바람처럼 팀에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곽빈은 "형들이 매일 해주는 말이 있다. '너는 4, 5선발이 아니다. 너는 대체 선발이다. 이닝을 길게 끌고 갈 생각하지 말고 1이닝씩 전력으로 막아라. 그러면 이닝은 저절로 채워진다. 1이닝 1이닝 후회하지 말고 던져'라고. 한 이닝 한 이닝 최선을 다해 던져서 최대한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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