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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투자 외국기관 ‘특별대우’하는 한국 공모주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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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보유 신청 적은데 배정은 많이

‘카뱅’ 의무보유확약 신청률

국내기관 49.4%-외국기관 13.4%

‘크래프톤’은 26.4%-1.9%

의무보유확약 없이 받은 물량

국내기관 7.6%-외국기관 72.6%

국내외 기관 형평성 시비

“통일된 배정 기준원칙 필요”

상장직후 차익실현 매물 쏟아내

SKIET 상장일 외국기관 3605억 매물

시초가보다 26.4% 급락

“외국계 주관사 참여 공모일수록

단기매도 가능성 유의해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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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의무보유확약율이 낮은데도 배정은 상대적으로 많이 받아 국내외 기관간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이들 외국인이 상장 첫날부터 매도물량을 쏟아내는 등 단기차익 실현에 치우친 탓에 공모주 배정의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 의무보유확약 낮은데 배정은 더 받아


1일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 등 대어급 공모주의 수요예측 현황을 국내와 국외 기관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외국인이 배정 주식을 일정기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한 의무보유확약비율이 국내 기관에 비해 크게 낮았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국내 기관투자자의 확약비율은 신청수량 기준으로 절반에 가까운 49.4%로 집계됐다. 특히 자산운용사들의 확약비율은 62.2%에 달했다. 반면 외국 기관의 확약비율은 13.4%에 그쳤다. 이 가운데 주관사와 거래관계가 있는 외국인의 확약률은 8.6%로 더 낮았다.

크래프톤의 의무보유확약 신청 비중은 전반적으로 낮았으나, 국내외 기관 격차는 여전했다. 국내 기관의 의무보유확약비율은 26.4%인 반면 외국 기관은 1.9%에 지나지 않았다.

의무보유확약은 주가 안정을 위해 기관이 상장 이후 15일~6개월 동안 주식을 팔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공모주를 상대적으로 많이 배정받는 제도다. 보유 기간에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볼 수 있는 위험에 대한 보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청약 이후 실제 배정수량을 보면 이같은 효과는 국내외 기관 사이에 비대칭적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가 지난달 29일 공시한 증권발행실적보고서를 보면, 국내 기관이 배정받은 물량의 대부분인 92.4%는 의무보유를 확약했다. 바꿔 말해 국내 기관이 의무보유확약을 하지 않고 받은 물량은 7.6%에 그친 것이다. 반면 외국인은 확약을 하지 않고도 받은 주식이 배정물량의 72.6%나 됐다. 이에 따라 기관 배정분 중 외국인에 돌아간 몫은 절반(50.1%)을 넘었다. 전체 공모 물량 중 우리사주조합(20%)과 일반 투자자(25%)를 제외한 55%가 기관에게 배정된다.

따라서 국내외 기관간 형평성 시비를 없애려면 통일된 배정 기준이나 원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은 법규상 명확한 규정이 없어 수요예측 때 기관이 써낸 가격과 자금 규모, 투자 성향과 의무보유확약 내용 등을 살펴 주관사가 자율적으로 배정한다. 수요예측 참여 시점이 이른 경우 가점을 주기도 한다. 다만 주관사들은 물량 배정에 고려하는 요소별 중요도나 가점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기관간 배정비율을 사전에 설정해 놓은 경우는 없는지, 증권사와 거래실적으로 평가한다는 신뢰도라는 게 객관적인 것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확약 외국인의 상장일 매도 폭탄


확약을 걸지 않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상장 직후 차익 실현 매물을 쏟아내면 주가가 약세로 기울 가능성이 있다. 실제 상장 첫날부터 외국인의 물량이 쏟아져 주가가 꺾이는 사례가 많았다. 80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의 청약증거금을 끌어모은 2차전지 분리막 제조업체 에스케이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 회사 주가는 상장일인 지난 5월11일 개장하자마자 공모가(10만5천원)의 2배로 출발해 한때 22만2500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외국인이 상장주식수의 3.3%에 달하는 3605억원의 매물을 쏟아내자 곧바로 하락 반전해 결국 시초가보다 26.4% 급락한 15만4500원에 마감했다. 외국인은 상장 이후 5거래일 동안 4716억원의 매도 공세를 이어갔고 에스케이아이이테크놀로지 주가는 13만8천원까지 고꾸라졌다. 이들이 단기차익을 거두고 빠져나간 뒤에 장기투자 성향의 외국인 매수세가 점진적으로 유입됐고 주가는 최근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권사의 기업공개 업무를 수년간 맡아왔던 한 관계자는 “단기차익 목적으로 공모시장에만 전문적으로 참여하는 외국인들이 따로 있다. 그들은 손실이 나더라도 조기에 매도한다. 장기투자자금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외국계 주관사가 참여한 국내 공모일수록 이러한 단기매도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경봉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외국 기관에 배정된 미확약 배정비율이 높아 상장 첫날부터 많은 매도 물량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짚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공모가 고평가 논란 왜 계속되나

“핀테크 산업 내 독보적인 시장지위 확보와 높은 성장세로 비교 대상에서 대면 영업 위주의 금융회사를 제외했다”(카카오뱅크). “금융 플랫폼 사업모델과 시장 지위 차이로 비교기업으로 국내 상장사는 불가능해 해외 핀테크 회사를 선정했다”(카카오페이). “밸류체인 내 지위, 핵심 개발진의 역량 차이로 해외 상장사를 비교회사로 추가해 검토했다”(크래프톤).

최근 공모가 고평가 논란을 부른 회사와 상장 주관사들이 증권신고서에서 가치평가 비교 대상으로 외국기업을 고른 이유를 설명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비교회사 선정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높은 밸류에이션을 가진 회사 선정을 위해 사업 유사성이 떨어지는 해외기업들을 물색한 게 아닌가라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유사기업들의 시장가치를 반영해 공모가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공모가를 미리 정해놓고 여기에 비교 기업들을 꿰맞췄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한 대형증권사의 투자은행(IB) 부문에서 일했던 관계자도 “치열한 상장주관사 입찰을 따내려면 기업가치를 공격적으로 제시할 수밖에 없다. 증권사마다 공모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모의실험 결과와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공모가를 극대화하기 위해 주관사들에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공모금액에 비례해 주는 인수 수수료가 대표적이다. 카카오뱅크의 대표주관사인 케이비(KB)증권 등 인수단 6곳은 최대 281억원의 인수 수수료를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인수계약서를 보면, 우선 카카오뱅크 공모금액(2조5525억5천만원)의 0.8%(204억2천만원)를 증권사별 인수금액에 따라 기본 수수료로 받는다. 공모가가 높아질수록 수수료도 커지는 것이다. 여기에 상장 관련 실적, 업무 성실도, 기여도 등을 고려해 공모액의 0.3% 내에서 성과 수수료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크래프톤은 공모금액(4조3098억원)이 더 많은 만큼 인수 수수료(기본 0.5%+성과 0.5% 내)도 최대 431억원에 달한다. 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은 최대 108억원 가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페이의 인수 수수료도 1%(기본 0.8%+성과 0.2%)다.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긴 했지만 희망 공모가 범위(6만3000원~9만6000원)가 이례적으로 넓다. 상단 가격이 하단보다 52.4% 높은데 카카오뱅크(18.2%), 크래프톤(24.5%)에 견줘 격차가 크다. 이에 따라 인수 수수료도 상단(약 163억원)이 하단(약 107억원)보다 훨씬 많다. 주관사들의 공모가 상향 유인이 높아진 상황이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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