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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원호의 세계경제] 경제안보가 국가안보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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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이투데이

“정치는 정치고 경제는 경제다.” 더이상 이런 말은 성립하지 않는 것 같다. 특히 최근 중국과 미국이 자국의 안보와 경제를 연결시킨 경제안보(economic security)를 내세워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전통적으로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경제안보란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경제기반을 보장하는 것을 의미했다. 다시 말해서 개인의 소득, 고용, 의료, 사회보장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최근 우리가 접하는 경제 안보는 국가 차원의 경제안보, 즉 외부의 경제적 공세(economic aggression)로부터 자국의 경제를 보호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1990년대 초 소련의 붕괴와 냉전의 해체가 있다. 국가안보에서 군사위협 및 정치이념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감소하면서 경제안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러한 와중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경제의 부상(浮上)은 경제안보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이 경제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자기주장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외교정책은 ‘할 일은 주도적으로 하겠다’는 ‘주동작위(主動作爲)’로 전환되었고, 외교적·전략적 목적을 위해 경제를 수단으로 사용하는 이코노믹 스테이트크래프트(economic statecraft)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코노믹 스테이트크래프트의 역사는 깊다. 멀게는 기원전 432년 아테네가 무역도시 메가라에 대해 무역금지 조치를 내렸던 메가라 법령(Megarian decree)을 들 수 있다. 이 법령은 결국 아네테와 스파르타 사이에 일어난 펠레폰네소스 전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또한, 가깝게는 미국 정부의 대중국 수출·수입·투자제재 정책,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 일본의 반도체 관련 수출규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과 남중국해 주변 국가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외교 등을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경제안보 관점에서 얼마나 준비가 되어있을까. 필자가 보기에 우리는 준비가 많이 부족해 보인다. 가장 큰 이유는 한반도가 갖고 있는 특수성에 기인한다. 북한과의 군사적 대립이라는 냉전 구조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우리의 국가안보는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전통적 안보에 초점을 맞춰 왔던 것이다. 또한 과거 우리나라는 경제적 공격을 당할만한 자체적인 경제적·정치적 역량을 보유했었다고 보기 힘들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은 다르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에서 보듯,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도 상대해야 하는 등 우리를 둘러싼 지정학적·지경학적 환경이 변화했다. 특히 미·중 갈등이 구조화되고 체제와 이념의 대립이 다시금 전개됨에 따라 우리도 미·중 대립에 빨려들어가고 있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더해 우리는 최근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섰고 다양한 첨단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잃을 것이 많은 우리로서는 경제안보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시점인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경제안보의 3가지 중요 분야는 △공급망 △무역 안보 △데이터 안보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모두 공급망 리스크 분석에 나선 가운데 우리도 서둘러 국가이익에 핵심적인 공급망 리스크 분석과 관리에 나서야 할 것이다. 우리 핵심기술의 유출 방지, 전략 물자에 관한 수출관리, 기술 탈취를 목적으로 한 전략산업에 대한 해외투자 규제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경제안보 측면에서의 사이버 안보와 데이터 관리도 시급한 과제다.

우리가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지키고, 그것을 공유할 수 있는 국가와 연대한다는 의미에서 미국과 동맹국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 반면 경제적 측면에서 우리의 최대 교역국은 중국이며 경제의 중국의존도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러한 가운데 경제안보에 대한 우리만의 정의 또는 원칙에 대한 합의가 시급한 시점이다.

‘경제안보’라는 표현은 그 자체로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경제’는 시장 중심의 개념이지만 ‘안보’는 국가 중심의 개념이다. ‘경제’는 국제분업을 통한 효율성 극대화로 참여국 전체의 이익을 확대하는 것이 목적인 윈윈이 가능한 분야이지만, ‘안보’는 적국과의 분업이 불가능하며 언제나 적국보다 우위에 있어야 담보되는 제로섬 게임의 분야다. 경제안보에서 비중을 경제에 두느냐 안보에 두느냐에 따라 경제안보의 구체적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럽 연합군 최고사령관이었던 아이젠하워는 “계획 그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다, 계획을 준비하는 작업이 모든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향후 미국 및 중국과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때를 대비해서 경제안보에 대한 논의를 서둘러 시작해야 한다. 우리의 국익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국익을 보호할 수 있을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산업계·학계 모두의 지혜를 모아 경제안보 전략을 준비해 나갈 시점이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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