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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김동연 저격 "지지층만 바라본 정책 이념화, 그게 부동산 패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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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급격한 인상은 나쁜 정책

진보추구한다며 진보 가치 훼손

소주성 등 청와대와 이견 많았다

이재명 윤석열 미래비전 못 보여

중앙일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정부가 정책을 하면서 특정 지지자를 의식하는 게 이념화다.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 사단법인 유괘한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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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대선 행보에 나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관련, "진보의 가치를 추구한다고 하면서 진보의 가치를 훼손한 것이 가장 안타깝다"며 "대표적인 게 최저임금"이라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는 "가야 할 방향은 맞는데 자영업자에게 급격한 인상은 충격 그 자체였다. 취약 계층도 소상공인도 더 어려워져 최저임금이 결국 배드 폴리시(나쁜 정책)가 돼 버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문제 등 (재임 동안) 이견이 많았다. 소신껏 의견을 피력했지만, 결과적으로 제 얘기가 안 받아들여졌다"라고도 했다.

실제 그는 부총리 재직 시절 소득주도성장 등을 놓고 청와대와 갈등을 겪었다. 김 전 부총리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진 정책의 이념화나 진영 외교 등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또 자신의 행보와 관련해선 "(출마 선언을 언제 할지) 고심 중이다. 곧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는 농어촌 현장 행보를 이어온 그가 명예 어촌계원으로 위촉된 지난달 29일 거제 다대마을에서 진행했다.

-사실상 대선 행보 중인데 내세울 대선 비전은 뭔가.

"오늘의 대한민국이 청년들에게 투자하고, 청년들이 내일의 대한민국을 책임지는 사회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을 기회 공화국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야 하고, 더 고른 기회가 주어지도록 해야 한다."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며 여야 어느 쪽과도 손을 잡을 생각이 없다고 하는데.

"불씨 하나가 벌판을 태운다. 정당이란 울타리와 상관없이 동의해주시는 분들이 있다. 본격적으로 정치에 나서면 내 주장에 귀 기울이고 함께 하는 분들이 더 나올 거다."

-"애매하게 기회를 엿보다 나중에 꽃가마 타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기존 정치 구도로는 20년 묵은 경제·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한쪽에선 무조건 정권 교체를 하자며 지옥에서 악마라도 데려올 기세다. 한편에선 정권이 교체되면 다 죽는다고 한다. 이런 구도에서 정권 교체나 재창출이 된다고 해서 나라가 바뀌겠나. 이쪽도 싫고 저쪽도 싫다는 정치혐오층도 커지고 있다. 나는 모든 것을 걸고 이것을 바꾸는 길을 가고 있다. 이게 꽃가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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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현장방문을 이어온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왼쪽)가 지난달 29일 오후 거제수협 위판장을 찾아 거제 수협 관계자로부터 생선의 판매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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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도 문제지만 부동산 문제로도 국민 고통이 심하다.

"정부가 할 일이 있고 시장이 할 일이 있어 서로 제 일을 해야 하는데 그게 엇갈렸다. 정책의 이념화는 부동산 정책의 패착 중 하나였다. 앞으로 이래선 안 된다. 공공이 할 일과 시장이 할 일이 나뉘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선 진영 논리로 대한민국이 둘로 쪼개졌다. '조국 사태'가 대표적이었는데.

"부총리 재임 시절 경제장관회의 하는데 한 정치인 출신 장관이 '그건 우리 지지층이 반대하는 내용이라 곤란하다'고 하더라. 그때 '장관은 국민의 장관이지 특정 지지층의 장관이 아니다'고 경고한 뒤 회의를 중단시킨 적이 있다. 정부가 정책을 하면서 특정 지지자를 의식하는 게 이념화다.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 분열된 집은 내려앉는다."

-여권의 이재명 경기지사, 야권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어떻게 보나.

"이 지사의 미래비전을 모르겠다.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만 보인다. 경제나 글로벌 역량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도자로서의 품격을 놓고도 국민 우려가 크다. 윤 전 총장 역시 미래비전이 없다. 닥치고 정권교체고 무조건 정부와 대립각이다. 경제나 글로벌 얘기를 한 적이 있나. 못 들어봤다."

-두 주자가 여야의 후보로 살아남을 거 같나.

"지금 두 사람 지지율로는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만, 국민은 미래비전과 통합, 품격의 지도자를 보고 싶어 한다. 둘이 본선에서 붙는 일은 없다."

-미·중 갈등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진영 외교를 벗어나야 한다. 초월적이고 실용적인 외교가 필요하다. 미국과는 굳건한 동맹이 기본 축이고 중국에 대해선 원칙을 분명히 하면서 경제를 포함한 실용외교를 해야 한다. 주요 외교 사안은 경제와 연결해 전략을 짜야 한다. 경제와 분리된 외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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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왼쪽)가 지난달 30일 오후 경남 밀양시 산내면 얼음골사과마을을 찾아 농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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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는.

"관계가 최악인데 빨리 복원해야 한다. 진영 외교 문제를 적나라하게 노출했다. 한·일관계는 한·미, 남·북 관계의 중요한 요체다. 우리부터 친일, 반일, 토착왜구와 같은 주장과 반목이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유연하면서 중심 잡힌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요즘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민 고통이 심하다.

"정부가 초기 방역 성공을 과신해 백신 조기 확보에 있어 실기했다. 국민의 인내가 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런데도 다수 국민이 인식하기에 대통령의 진정한 위로가 없었다는 점은 정말 안타깝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에 대한 견해는.

"코로나 이후 경제 회복이 중요하다는 점이 감안돼야 할 것이고 국민적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펴낸 책 『대한민국 금기깨기』에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위해 차기 대통령은 임기 절반을 줄여도 좋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했는데.

"임기를 다 채우고 싸우면서 문제 해결을 못 하는 것보다 절반을 하더라도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다면 그렇게 가야 한다. 대한민국 금기 깨기를 할 수 있다면 기꺼이 (저는) 임기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대선 주자 중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을 빼고 국민연금 개혁을 얘기하는 대선주자가 없다.

"그건 반드시 해야 한다. 폭탄돌리기는 그만둬야 한다. 낼 거는 더 내야 하고 개별 연금이 아니라 모든 연금을 묶어 패키지로 개혁해야 한다. 고통 분담을 같이 해야 한다. 대선 주자들이 입장을 내놔야 한다."

거제=신용호 정치에디터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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