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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집세 못 낸 세입자 보호조치 종료… 수백만명 강제퇴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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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나앉으면 코로나 감염 우려”… 작년 9월 도입한 ‘퇴거 유예 조치’

공화당 반대로 연장 불발… 7월로 끝, 임대료 체납자 최대 740만명 달해

집주인들, 공권력 동원 행동 나설듯… 바이든 “州정부, 가능한 조치 해달라”

동아일보

주택정의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30일 미국 보스턴 의회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입자 퇴거 유예 조치를 연장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보스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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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살고 있는 집의 월세를 낼 수 없는 세입자들에게 취해 온 퇴거 유예 조치가 지난달 31일 종료됐다. 이에 따라 740만 명에 이르는 세입자들이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이게 됐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으로 경제 회복 속도가 다시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집까지 잃게 된 사회빈곤층의 추락은 미국의 또 다른 사회문제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30일 의회전문매체 더힐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 코로나19로 지난해 9월부터 시행해 온 퇴거 유예 시한을 연장하는 법안 처리를 시도했으나 공화당의 반대로 통과에 실패했다. 공화당은 퇴거 유예 조치가 장기화하면서 집주인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안기고, 이로 인해 또 다른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국 연장이 불발된 상태로 의회는 휴회에 들어갔다.

지난달 31일 밤 12시를 기해 조치가 종료됨에 따라 수개월간 임대료를 받지 못한 집주인들이 공권력을 동원해 세입자 퇴출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 인구조사국이 6월 마지막 주와 7월 첫째 주에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임대료를 체납했다고 밝힌 사람은 740만 명에 달한다. 이 중 360만 명의 세입자는 향후 두 달간 퇴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미국의 세입자 퇴출 조치는 엄격한 편이다. 보안관들이 총을 들고 범죄현장을 급습하듯 집으로 들어가 세입자들을 곧바로 내보내는 식으로 가차 없이 진행된다. 올 1월부터 매달 995달러의 집세를 일부 내지 못해 3000달러가 밀려 있는 로드아일랜드주의 록산 셰이퍼 씨는 AP통신에 “너무 불안하고 걱정이 되어서 잠을 못 자고 있다”고 했다. 프린스턴대 조사 결과에 따르면 6개 주 31개 도시에서 집주인이 세입자의 퇴거를 요구하는 소송을 낸 건수는 지난해 3월 이후 45만여 건에 이른다.

세입자 퇴거 유예조치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해 9월 세입자들이 거주지에서 쫓겨나 코로나19 감염 등 보건 위험에 노출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도입했다. 연방정부는 올해 6월 말 만료 예정이던 이 조치를 7월 31일까지 한 차례 연장했지만 지난달 대법원은 5 대 4로 추가 연장을 위해서는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백악관이 시한 만료를 불과 이틀 앞둔 지난달 29일 의회에 연장 승인을 요청하면서 민주당 내에서는 “공화당을 설득하고 의회 절차를 밟을 충분한 시간이 부족했다”는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이제 연방정부를 대신해 주정부와 지방정부가 세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즉각 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의 코리 부시 하원의원은 지난달 30일 의회 앞에서 보호조치 연장을 촉구하는 밤샘 1인 시위를 벌였다. 의원 당선 전에 3차례 퇴거 조치를 당하고 어린 두 자녀와 차 안에서 지내야 했던 경험이 있는 그는 “사람들이 밤에 나쁜 일을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 없이 잘 수 있도록 최소한의 생활고는 해결할 수 있게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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