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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사전에도 없는 일본식 군대용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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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일제강점기 때 일본은 우리의 문화를 말살하기 위해 우리말을 못 쓰게 했다. 그러면서 자기네 한자말을 퍼뜨렸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일상용어들까지 일본식으로 물들 수밖에 없었다. 특히 광복과 함께 군대 조직을 급히 갖춰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 군은 일본의 영향을 크게 받은 만주군관학교나 일본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을 요직에 앉힐 수밖에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의 군대용어에는 일본식 한자말이 많다.

이제는 일상용어로도 쓰이는 ‘약진’이나 ‘포복’은 물론이고 군대 하면 떠오르는 ‘유격’ ‘각개전투’ ‘제식훈련’ 등이 모두 일본식 한자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쓰는 ‘대통령’이나 ‘총리’ 등 근·현대어 대부분이 일본식 한자말인 상황에서 막무가내로 이들 말을 쓰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국립국어원도 이런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 표제어로 올려놓고 있다. 이들 말은 이제 우리 국어라는 얘기다.

그러나 군대에서 여전히 많이 쓰고, 이 때문에 일반인 대부분이 표준어로 알고 있는 군대용어 가운데 국어사전에 없는 일본식 한자말도 많다. ‘환복’ ‘관물대’ ‘총기수입’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들 말은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다들 아는 단어다. 하지만 어느 국어사전에도 없는 일본식 한자말이다.

특히 관물대의 경우 관물(官物: 관청 소유의 물건)을 놓아 두는 대(臺)라는 뜻으로, 그 의미가 현실과도 많이 동떨어진 말이다. 요즘 군인들이 ‘관물대’에 두는 물건 가운데는 아주 사적인 것들이 많다. 그 공간을 ‘관물대’로 부를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냥 ‘개인보관함’이다. 보통은 ‘사물함’이라고 하는데, 사물함 역시 일본식 한자말이다. 국립국어원은 ‘사물함’을 ‘개인 물건 보관함’이나 ‘개인보관함’으로 순화해 쓰도록 했다.

‘총기수입’의 ‘수입’은 “손을 들인다”, 즉 “손질을 한다”는 의미의 일본말 ‘데이레(手入れ)’를 그대로 가져다 쓴 말이다. 이 때문에 국립국어원은 ‘총기수입’ 대신 ‘병기 손질’로 표현하도록 권하고 있다. 또 ‘환복’은 ‘갈아입다’로 쓰면 충분하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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