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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클래식 강한 이유? 눈을 들어 평창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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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평창대관령음악제

조선일보

31일 평창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 열린 평창대관령음악제. 차웅이 지휘하고 첼리스트 김두민이 드보르자크 협주곡을 협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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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클래식의 ‘국가 대표팀’은 매년 여름 강원도 평창에서 소집된다. 국내외 명문 악단에서 활동하는 연주자들이 평창대관령음악제에 집결해서 축제 오케스트라를 결성하는 것. 서울시향처럼 연중 공연하는 악단이 프로 구단이라면, 평창대관령음악제 같은 축제를 앞두고 결성되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선수들이 헤쳐 모이는 대표팀과 같다. 지난 31일 평창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 열린 연주회 역시 이들의 평가전 무대가 됐다. 결론적으로 한국 클래식이 강한 이유는 평창에 답이 있었다.

대표팀의 저력은 첫 곡인 훔퍼딩크의 ‘헨젤과 그레텔’ 서곡에서 곧바로 드러났다. 흔히 한국 축구의 고질적 문제로 골 결정력 부족을 꼽는 것처럼, 금관 악기 중에서도 호른은 예전 한국 악단의 취약점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 서곡의 도입부 첫 마디부터 김홍박(오슬로 필하모닉)이 이끄는 호른은 안정적이면서도 은은하게 무게중심을 잡아나갔다. 서곡이 끝난 뒤 쏟아진 관객들의 박수에 지휘자 차웅(37)이 호른 단원들부터 일으켜 세운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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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평창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 열린 평창대관령음악제. 차웅이 지휘하고 첼리스트 김두민이 드보르자크 협주곡을 협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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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연주곡인 작곡가 리스트·생상스·드보르자크의 19세기 낭만주의 작품들은 관현악적 색채를 극대화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오케스트라의 실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상승과 하강의 교차 반복을 통해 장엄한 드라마를 빚어내는 리스트의 교향시 ‘전주곡’에선 한국 음악계의 ‘허리’에 해당하는 목관 악기의 앙상블이 빛났다. 예전에는 바이올린·첼로 등 현악 주자들이 최전방에서 해외 진출을 이끌었다면, 최근에는 목관 연주자들이 그 바통을 이어받는 추세다.

이날도 플루트 수석을 맡은 조성현(연세대 교수)과 클라리넷 수석인 조인혁(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의 화려한 목관 앙상블이 두드러졌다. 1부 마지막 곡인 생상스의 ‘바카날(bacchanale)’에서는 김지영(독일 코부르크 극장 오케스트라)의 끈기 있고 차진 오보에와 플루트의 호흡이 빠른 쇼트패스(short pass)처럼 맞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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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차웅의 지휘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있다. /평창대관령음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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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연주회를 앞두고 이들의 연습 기간은 딱 사흘. 개인기는 빼어나지만 자칫 끈끈한 조직력은 떨어질 우려가 크다. 캐스터네츠의 달가당거림이 곧바로 반사되어 등 뒤에서도 들릴 만큼 울림이 큰 음향 조건도 연주의 부담이 될 만한 요소. 하지만 지휘봉을 잡은 차웅은 절정의 폭발에 이를 때까지 절제와 응축을 강조하면서 악단을 차분하게 가다듬었다.

후반의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에서 협연을 맡은 첼리스트 김두민(독일 뒤셀도르프 심포니)은 현의 떨림을 충분히 활용하면서도 지나치게 감정을 과장하는 법 없이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정서를 빚어냈다. 한두 경기로 대표팀의 전력을 속단하기는 힘들지만, 이날 보여준 합주력이라면 한국 클래식의 미래는 낙관해도 좋을 것 같았다. 올해 평창대관령음악제는 8월 7일까지 계속된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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