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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김정하의 시시각각]공약을 보면 집값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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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두 번 부동산 참패한 민주당

대선 주자들 정책차별화는 커녕

한 술 더 뜨는 반 시장 노선 질주

대선 공약이란 건 대개 듣기 좋은 소리만 모아놓은 사탕발림이기 십상이다. 그래서 공약집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투표하는 유권자는 매우 드물다. 어차피 당선되면 대부분 공수표가 될 텐데 열심히 본들 무슨 소용이냐는 냉소 때문이다.

하지만 공약이 꼭 그런 건만은 아니다. 공약엔 후보 진영의 영혼이 담긴, 그래서 정권을 잡으면 어떤 저항에 부닥쳐도 추진할 게 분명한, 결국 정권의 운명까지 판가름할 킬러 콘텐트도 있다. 돌이켜 보면 문재인 정부에선 부동산 공약이 그런 사례다.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공공임대주택 매년 17만 호씩 공급 ▶청년임대주택 30만 실 공급 ▶도심재생뉴딜 ▶사회통합형 주거 정책 등이 골자였다. 간단히 말해 무주택자들이 집을 사는 대신 임대주택에 들어가는 쪽으로 유도하고, 대규모 재건축·재개발은 봉쇄하는 대신 낡은 동네를 적당히 손봐서 살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요즘 전세대란의 원인으로 비판받는 임대차계약 갱신청구권제를 도입하겠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처럼 부동산 공급은 부족하지 않으며 다만 투기심리가 문제일 뿐이니, 강력한 수요 억제책을 펴면 부동산은 안정된다는 건 좌파의 오래된 신앙이다. 이런 반(反)시장 철학은 노무현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부동산 정책에 주입됐고, 그로 인해 어떤 재앙적 결과가 발생했는지 잘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문재인 후보가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노선을 충실히 계승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문 후보가 당선되면 아파트값 폭등은 예고된 상태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당시 탄핵이란 메가톤급 이슈에 가려 문 후보의 부동산 공약에 주목한 유권자는 거의 없었겠지만.

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부분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다"며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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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당이 정권 재창출을 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아파트값 폭등 문제다. 그렇다면 여당 대선주자들은 지금과는 다른 방향의 부동산 공약을 만드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불가사의하게도 요즘 여당 주자들이 발표하는 부동산 공약은 오히려 반(反)시장 성향을 더욱 강화하는 쪽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아예 주택 가격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겠다며 주택관리매입공사를 설치하겠다고 한다. 정부가 아파트를 정부미(米)처럼 사들였다가 팔았다 하면서 가격을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전국의 주택명목 시가총액이 5722조원이다. 정부가 50조원을 투입해 봐야 시가총액의 1%도 안 된다.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정부가 물량을 보유하려면 수백조원어치는 매입해야 할 텐데 도대체 그 돈은 어디서 나오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토지 독과점 현상을 막겠다며 개인과 법인의 택지 소유를 제한하는 내용의 토지독점규제 3법을 발의했다. 1인당 택지 소유 가능 면적을 서울ㆍ광역시는 400평, 기타 시 지역은 600평, 그 외 지역은 800평으로 각각 상한을 두는 내용이다. 상한을 초과해 보유하는 택지는 일정 기간 안에 처분하거나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이미 1999년 택지소유상한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 토지 강제 처분은 사유재산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 무엇보다 이런 식의 택지 소유 제한은 주택 공급을 더욱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이 외에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부동산보유세를 지금보다 더 강화하자고 하고, 정세균 전 총리는 공공주택 130만 호 공급을 내걸었다. 죄다 현 정부 정책의 복사판이다. 민간 분야의 주택 공급 확대에 힘을 싣는 주자는 박용진 의원 정도다.

중앙일보

지난 7월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 및 프레스데이에서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현 정부의 가장 실패한 정책으로 무엇을 꼽겠느냐'는 질문에 한 목소리로 부동산 정책을 지목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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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부동산에 관한 한 이미 두 번의 처참한 실패를 겪었다. 주자들 스스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낙제점이라고 인정할 지경이다. 그런데도 과감히 차별화에 나서긴커녕 한술 더 뜨는 반시장 노선을 질주하는 건 당내 경선 때문일까, 아니면 세 번째는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일까. 정당이 집권한 뒤에 공약을 추진하는 건 보장된 권리다. 그러니 후보들의 공약을 잘 살펴보자. 공약을 보면 집값이 보인다.

중앙일보

김정하 정치디렉터




김정하 정치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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