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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김여정 “희망·절망 중 택하라” 한·미훈련 중단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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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연습, 북남 수뇌들의 의지 훼손”

통신선 연결 뒤 ‘훈련 중단 청구서’

정상회담 이어질지엔 “섣부른 억측”

중앙일보

김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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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가 이달 중순 진행키로 한 연합훈련과 관련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일 향후 남북관계를 위협하고 나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입’ 역할을 해온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를 내고 “며칠간 나는 남조선군과 미군의 합동(연합) 군사연습이 예정대로 강행될 수 있다는 기분 나쁜 소리들을 계속 듣고 있다”며 “우리는 합동 군사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해 논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통일부 ‘한·미훈련 연기론’ 이틀 뒤, 김여정 ‘중단’ 담화

김 부부장은 “지금과 같은 중요한 반전의 시기에 진행되는 군사연습… 나는 분명 신뢰 회복의 걸음을 다시 떼기 바라는 북남 수뇌들의 의지를 심히 훼손시키고 북남 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미 군 당국은 오는 10∼13일 사전연습 성격인 위기관리 참모훈련(CMST), 16∼26일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21-2 CCPT)을 준비 중이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413일간 중단됐던 남북 통신선 재개에 합의하고 연결에 나섰지만 당국 간 회담 등 관계 회복을 위한 추가 협의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따라서 김 부부장의 담화는 한·미 연합훈련의 진행 상황에 따라 남북관계를 다시 경색시킬 수 있다는 위협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통신선 연결’ 뒤 ‘연합훈련 중단’이라는 청구서를 꺼낸 셈이다.

실제 김 부부장은 “우리(북한) 정부와 군대는 남조선 측이 8월에 또다시 적대적인 전쟁연습을 벌여 놓는가, 아니면 큰 용단을 내리겠는가에 대하여 예의주시해 볼 것”이라며 “희망이냐 절망이냐? 선택은 우리가 하지 않는다”고 남측 정부와 미국에 공을 넘겼다. 김 부부장은 통신선 연결이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과 관련, “섣부른 억측과 근거 없는 해석은 도리어 실망만을 가져올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김 부부장이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은 한국 정부에서 연합훈련 연기론이 공론화한 것과 궤를 함께한다는 지적이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통신 연락선 복귀 직후인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으로는 물론, 당국자로서도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하는 게 좋겠단 생각”이라며 “연기해 놓고 대북 관여, 이런 것을 본격화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발언이 나온 시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 연합훈련을 겨냥해 “적대 세력들이 광신적이고 집요한 각종 침략 전쟁연습을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한 내용이 공개된 직후다.

그동안 북한 비핵화 협상을 뒷받침한다는 명분으로 2018년 하반기부터 연합훈련 규모를 축소해 왔으나, 정작 핵무기와 관련한 북한의 변화는 전혀 끌어내지 못했단 점은 한국 정부의 딜레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과 지난달 31일 유선 협의를 한 것도 통일부 고위 당국자가 제기한 연합훈련 연기론이 배경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지난달 31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연합훈련은 (한·미) 쌍방의 결정이고, 모든 결정은 상호 합의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용수·정진우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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