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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핵심은 남혐용어"…젠더로 뜬 이준석 '안산 공격'에 호명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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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가 지난달 8일 국회에서 열린 신임 대변인단 임명장 수여식에서 양준우 대변인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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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사상 첫 양궁 3관왕에 오른 국가대표 안산(20) 선수의 ‘숏컷’ 헤어스타일을 둘러싼 ‘페미니즘 논란’이 정치권 공방으로 번졌다. 제1야당 국민의힘의 양준우 대변인이 “이 논란의 핵심은 '남혐(남성혐오) 용어 사용'에 있다”고 밝힌 데 대해, 1일 더불어민주당에서 질타가 쏟아지면서다.



이준석 발탁 양준우 “핵심은 남혐 용어” 주장



양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선수의 빛나는 성과와 땀방울은 존중받아야 한다. 다만, 논란의 핵심은 ‘남혐 용어 사용’에 있고, 레디컬(극단적)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에 있다”며 “이걸 여성 전체에 대한 공격이나, 여혐(여성혐오)으로 치환하는 것은 그동안 레디컬 페미니스트들이 재미 봐왔던 ‘성역화’에 해당한다”고 적었다.

이런 발언은 일부 남성 커뮤니티에서 “과거 안 선수가 ‘웅앵웅’, ‘오조오억’ 같은 남혐 표현을 사용했다”고 주장한 것과 비슷하다. 말을 웅얼웅얼하는 모습을 표현한 ‘웅앵웅’이나 많은 수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오조오억’은 온라인 게시물에서 비롯돼 광고나 예능 프로그램 자막 등에 사용돼왔으나, 최근 일부 남초 커뮤니티에선 이를 남성 비하 용어로 지칭하고 있다. 양 대변인은 “공적 영역에서 ‘레디컬 페미’스러운 발언을 한다면, 비판과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걸 여성 혐오라 규정짓는 건 헛소리”라고 덧붙였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취업준비생이던 양 대변인은 지난달 5일 이준석 대표가 주최한 공개 오디션 ‘나는 국대(국민의힘 대변인)다’에서 2위를 차지해 국민의힘 대변인에 임명됐다. 앞서 양 대변인은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했던 오세훈 서울시장 지지 연설이 유튜브 조회수 수십만건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與 대선 캠프 “부당한 차별이 선수 탓?”



민주당 대선 후보와 캠프 측에선 1일 양 대변인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안산 선수를 향한 성차별적 공격과 터무니없는 괴롭힘을 비판해야 할 공당이 피해자에게 원인을 돌렸다”며 “정치적 셈법에 의한 것이라면 매우 나쁜 정치 행위고, 그 당에 만연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면 더욱 참담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캠프의 권지웅 부대변인은 이날 오전 논평을 내고 “(양 대변인 페이스북 글은) 안산 선수에 대한 온라인 폭력에 힘을 실어주는 내용으로 읽힐만한 부분”이라며 “안 선수에 대한 부당한 차별과 혐오를 선수의 탓으로 돌리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금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세균 캠프 장경태 대변인도 “양 대변인이 안산 선수 논란을 둘러싼 원인 제공이 안 선수에게 있다며 다시금 불을 지폈다”며 “본인은 마치 이런 갈등이 유감이라며 고상한 글을 늘어놨지만, 특정 (온라인) 게시판의 주장에 동의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전날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국민의힘이 아니라 남근의힘?”이라며 “공당의 대변인이 여성혐오의 폭력을 저지른 이들을 옹호하고 변명하고 나서는 황당한 사태”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양 대변인의 글에서는 ‘남혐 단어’를 쓴다면 이런 식의 공격도 괜찮다는 식의 뉘앙스가 풍긴다”며 “공당의 젊은 대변인의 글에서 매카시즘의 향기가 느껴지는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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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선수가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의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 결승에서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안산은 혼성단체전, 여자단체전에 이어 개인에서도 금메달을 차지하며 사상 첫 올림픽 여자 양궁 3관왕이 됐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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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가 겨냥한 이준석 “대변인에게 지시 안 해”



여권에서 나온 이날 논평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함께 겨냥했다. “이 대표는 논란의 시작부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당의 뿌리를 독재에서 혐오로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하고 싶은 것인지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장경태 대변인), “국민의힘과 이준석 대표 역시 침묵만 할 것이 아니라, 이같은 폭력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동참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권지웅 부대변인) 등이다.

여권에선 이 대표가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Backlash·사회적 변화에 대한 집단적 반발)에 편승해 ‘이대남’(20대 남성)의 지지를 확보한 만큼, 이번 사건 책임을 이 대표에게 물어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그간 젠더 갈등과 관련해 남성 옹호 발언으로 ‘이대남’의 지지를 얻었지 않았냐. 그들의 분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다 끝내 선을 넘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전날 진 전 교수 게시물에 대한 댓글로 “(내가) 대변인들에게 특정 의견을 주장하라는 지시는 안 한다”며 자신의 관련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또 진 전 교수가 사용한 ‘남근의힘’ 표현에 대해“적당히 좀 하라. 페이스북 정지 또 먹겠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양 대변인 역시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핵심 문제는 그게(숏컷)이 아니었다고 한 것뿐”이라고 재차 해명했다. 양 대변인은 “남혐 용어라고 ‘지목’되고 ‘오염’된 단어 몇 개 사용을 가지고 이 사단이 발생한 것”이라며 “올림픽 영웅도 피해갈 수 없는 이 정신 나간 갈등 수준을 지금까지 누가 만들어왔냐. 이렇게 갈등이 벌어질 때마다 레디컬 페미니즘의 치부는 가리고, 이상한 프레임으로 갈등만 키워왔다”고 주장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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